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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막으려 까다로워진 통장개설…소비자만 '분통'

시행 5년, 늘어만 가는 '고객불만'…은행 "사고방지 차원, 어쩔 수 없어" 뒷짐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08.13 17:25:26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부동산 시장 변동성 등 경기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자 고객들이 바로 현금화 가능한 대기성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 각 사

[프라임경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부동산 시장 변동성 확대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바로 현금화 가능한 대기성 자산으로 고객들이 몰리는 추세다. 

이러한 탓에 아무 때나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자유식입출금예금(요구불예금)' 수요는 더욱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요구불예금은 자유입출금식예금과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으로 불리며, 언제든 자유롭게 꺼낼 수 있는 예금을 의미한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요구불예금(7월 말 기준)은 전월대비 29조8772억원, 5.3% 증가한 596조1932억원이라고 밝혔다. 증가폭도 전월(4.5%)보다 확대됐다.

문제는 여러 금융소비자들이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진 통장개설에 적지 않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 전업주부 하모씨(67세·여)는 날로 악화하는 불경기 속에서 조금씩 모은 돈을 들고 자유 입출금식통장 계좌개설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사업자등록증과 급여명세서 등이 없다는 이유로 통장 개설을 거부당했다.

하 씨는 "비대면을 통한 통장개설 등을 안내받았지만, 아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나 같은 고령의 사람은 이젠 통장 하나도 만들지 못하는 신세"라며 "대포통장 같은 금융사기 예방차원이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불평했다.

사실 은행권은 지난 2015년부터 범죄 예방 차원에서 신규계좌 개설 시 실제 소유자를 확인하고, 정보공개를 거부하면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등 보다 강화된 통장개설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거래 목적확인서 작성이 의무화됐으며, 재직증명서 및 사업자등록증 등 증빙 서류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마땅한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나 학생·노인·은퇴자 등은 통장 개설에 더욱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시행 전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시행 이후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한 대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통장 개설을 거부당한 일부 고객들은 "직업이 없어 은행에서조차 푸대접을 받는 것 같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요구불예금 계좌 개설에 있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 김 모 씨(37세)의 경우 자녀를 맡아주는 처가 인근 은행에서 자녀 용돈통장을 개설하고자 은행을 방문했다. 물론 위한 준비물인 △아기 기준 기본 증명서(상세) △가족관계증명서(상세) 등을 지참했지만, 의외 사유로 거절당했다.

김 씨는 "창구에서 말하길 자택 근무지나 직장 인근에서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안내받았다"며 "신규 통장 개설인 만큼 자세히 설명할 줄 알았지만, 마치 다른 곳으로 안내하려는 뉘앙스라 기분이 상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각에선 요구불예금이 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원 실적에 큰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에, 창구에서 계좌 개설을 꺼려한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한층 까다로워진 통장 개설 절차로 점차 고객들 불만이 가중되자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포통장 등 금융사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통장개설 요건을 강화했는데, 민간 금융사 입장에선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통장개설이 거부된 고객들이 강하게 항의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창구에서는 누가 대포통장을 만드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특히 사고 방지 차원에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장이 범죄에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한 까다로운 계좌개설 절차는 모두가 공감한다. 다만 이로 인해 계좌가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시급한 이들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 계속될 수 없기에 보다 구체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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