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3월 보험금 입금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은행에 방문한 70대 주부 A씨는 은행직원 추천으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 그러나 판매당시 이미 투자원금의 83%가 부실화된 상황에서, 은행직원은 라임이 허위‧부실 기재한 투자제안서를 그대로 설명‧교부하고, 투자경험 없는 A씨의 투자자성향을 적극투자형으로 임의 기재, 노후자금(1억원)으로 부실펀드에 가입하도록 했다.
#옵티머스 펀드에 5억원을 투자했다가 환매 중단된 유모(75)씨는 "NH투자증권 PB가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 노인들에게 딱 어울리는 보수적 상품'이라고 추천해 안심하고 돈을 부었다"고 말했다.
#P2P 대출사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에 가입한 류모(90)씨는 "여생이 언제까지 일지도 모를 90세 고령의 피해자를 '초고위험의 투자자'라고 임의로 서류를 날조하고 조작해 상품에 가입시켰다"고 주장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65세 이상의 투자자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 중 가입과정에서 고령투자자 보호절차 등이 무시된 채, 펀드 등 투자 상품에 가입됐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고위험 상품에 대한 감독 강화와 고령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21일 백영수 팝펀딩 피해자 대책위는 본지와 통화에서 "대부분 고령투자자들은 고위험 상품의 개념조차 모르고 가입한다"며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이들은 고액 자산가들이 아니며 퇴직연금, 자녀 결혼자금 등을 털어 투자한 일반 시민들이 대다수"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라임펀드와 옵티머스, 팝펀딩 가입자 연령대는 라임펀드 경우 60세 이상 고령자가 173개 투자펀드에 가입된 계좌(4035개) 46.0% 보유, 설정액 46.4%를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옵티머스는 개인 투자액 2404억원 가운데 70대 이상이 투자한 돈이 697억원(29.0%)으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많았다. 팝펀딩 또한 설정액 기준 70대가 92억10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60대 이상 일반 투자자 설정액이 전체 개인투자자 설정액 40%를 차지했다.
◆고령투자자 보호 여전히 미흡…"더 강화해야"
한국에서는 2010년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된 바 있다. 2015년 12월에 이르러 금융투자협회가 '표준투자권유준칙'에 '고령 투자자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판매시 보호기준'을 신설했으며, 2016년 12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기준'에 금융회사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를 신설했다.
2017년 초에는 ELS 등 파생결합증권 관련 금융상품 판매액이 100조원을 웃돌자 금융회사의 금융상품 조사와 숙지의무를 신설하고 고령 금융소비자 숙려제도를 강화했다. 2019년 DLF불완전판매 사건을 계기로 고령 금융소비자 숙려 제도의 적용범위를 모든 금융투자상품으로 확대하고 연령기준도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낮췄다.
하지만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2019년 DLF 불완전판매와 라임펀드 관련 피해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각각 45%를 상회하는 것을 근거로 현행 고령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로 인한 고령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는데 실효적이지 못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판매사들도 만 65세이상 투자자들에게 보호제도 안내문을 설명 및 교부하고, 70세 이상 고령투자자가 파생결합증권 등에 가입시 판매과정 녹취 의무·투자숙려기간을 2일 정도 부여하고 있다. 또한 80세 이상 초고령 투자자는 가족 등의 조력자를 통해 확인서를 작성한 뒤 가입이 가능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완전판매 근절은 쉽지 않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은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령자 금융투자 참여가 증가하면서 이들이 금융 분야에서 미치는 영향이 더 증대되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규제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고령 금융소비자와 구조화상품에 초점을 맞춰 금융회사의 고객 적합성 평가 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지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