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아이스크림의 '정상가' 얼마인지 알고 계신가요?
가까운 슈퍼에 가면 아이스크림을 50~70% 할인가에 구입할 수 있는데요. 편의점에서도 아이스크림은 1+1, 2+1 행사하는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내 대형 할인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할인가에 판매하고 있다. = 김다이 기자
그러나 아이스크림 제품 어디에도 가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지만, 정상가가 얼마였는지는 소비자가 알 길이 없죠.
아이스크림 가격은 10년 전인 2010년 7월1일 '오픈프라이스제'가 시행되면서, 제조업체가 제품에 표시하던 '권장소비자가격'이 사라졌습니다.
◆아이스크림 '오픈프라이스제' 왜 생긴 걸까?
오픈프라이스제는 최종 판매하는 유통업체에서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인데요. 이 때문에 같은 물건이라도 최종 판매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1997년 전까지는 권장소비자가격이 제품에 쓰여 있었는데요. 이는 유통업체에서 정가보다 물건을 비싸게 팔지 못 하게 하기 위해 법적으로 정해놓은 것입니다.
하지만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제도로 인해 제조업체에서 폭리를 취하거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담합해 가격을 높게 표기하면서 대폭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 문제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75년 오픈프라이스제를 도입했습니다.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제도가 폐지되면서 경쟁으로 전반적인 상품 가격이 하락하는 등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요.
대한민국 정부는 1997년 가전제품 등에 오픈프라이스제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과자와 빙과류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1년 만에 폐지된 '아이스크림 오픈프라이스제'
오픈프라이스제는 실제 판매가보다 제품 가격을 부풀려 표시한 뒤 할인 판매하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의 담합을 근절시키기 위해 탄생했는데요.
정부는 "권장소비자가격을 없애면 판매자들끼리 경쟁이 붙어 제품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며, 오픈프라이스제를 통해 유통업체 간 경쟁을 촉진시켜 상품 가격이 낮아질 것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대실패' 였습니다. 오히려 빙과류, 라면, 과자 등 4가지 품목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대폭 올랐으며, 판매자들끼리 가격을 담합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2010년 아이스크림 소비자 가격은 보통 700원꼴이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는 50% 할인해 350원에 살 수 있었죠.
그러나 오픈프라이스제가 도입된 뒤 제조업체가 아이스크림 소비자가격을 1000원으로 인상하면서, 제품은 50% 할인된 500원에 팔았습니다. 오히려 원가를 높여 더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 것입니다.
당시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골목 상점 등 유통 채널별로 가격 차이가 2~3배 가까이 났으며, 판매점의 가격표시율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고 말했습니다. 제조업체에서 판매업체에 가격을 결정해 통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93.4%가 "권장소비자가격이 없어져서 불편하다"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시행 1년 만인 2011년 7월 가격 인하와 물가안정 등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 등 4개 품목은 오픈프라이스제에서 제외됐습니다.
◆"유통업체 반발"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어려운 이유
결국 정부의 가격 인하 정책은 수포로 돌아갔고, 이후 제조업체에서 몇 번의 빙과류 정찰제를 시행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가격에 기준이 없어서 '부르는 게 값'이 된 아이스크림. 그렇다면 왜 아이스크림은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할 수 없는 걸까요?
빙과유통시장의 70%는 동네 슈퍼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주로 소비자들이 아이스크림은 가까운 곳에서 구매하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판매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슈퍼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스크림 시장의 경우 제품 구색이 비슷해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래서 빙과시장 자체는 판매자에게 주도권이 있는데요.
때문에 제조업체에서는 아이스크림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해서 아이스크림 제값 받기를 시행하고 싶어 하지만 판매사의 반발에 부딪혀 점유율을 빼앗길까 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할인마트에서 판매중인 아이스 제과 제품들. = 김다이 기자
이례적으로 빙그레는 2018년 투게더에 가격 정찰제를 시행해 시장에 안착시켰고, 올해는 붕어싸만코와 빵또아 등 아이스 제과류에 가격 정찰제를 도입했습니다. 슈퍼의 반발이 있었지만 '투게더' 제품 자체가 가진 브랜드력으로 소비자들이 투게더를 찾게 되자 슈퍼 측에서도 반발 없이 자리 잡게 된 거죠.
빙그레 관계자는 "투게더 가격정찰제를 진행했을 당시 일부 점포에서 판매를 안 하겠다고 했지만, 자사에서는 정찰제를 고수했다"며 "소비자들이 강력하게 브랜드 인지가 돼 있는 제품이나 대체가 안 되는 제품들의 경우 정찰제를 시행할 수 있다고 판단해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슈퍼에서는 아이스크림의 큰 할인 폭을 내세워 미끼상품으로 쓰기 위해 제조업체에 점점 낮은 가격으로 납품을 요구하게 됩니다. 결국 제조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싼값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하고 있는데요. 이상하게 팔리면 팔릴수록 제조업체의 이익은 낮아지는 기현상을 빚게 되죠.
슈퍼가 가격 표시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슈퍼마다 '할인' 표시를 내걸고 원하는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인 것이죠. 이후 제조업체에서는 지속적으로 가격표시를 시도해왔지만 현재 시행 중인 곳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의 경우 정찰제를 시행하면 할인 폭을 줄여 판매해야 하기 때문의 미끼상품으로써의 역할이 흐려질 수 있다"며 "제조업체에서 정찰제를 원하는 이유는 아이스크림 시장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것과 판매 채널마다 제각각인 가격을 통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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