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전국 유원지와 관광지마다 나들이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태원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해도 물오른 봄 정취는 우리를 집안에만 붙들어 둘 수 없나 봅니다.
지난 주말 세계유일 4대 국제보호지역이자 절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제주도 한라산의 경우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요. 한라산 탐방객은 2015년 125만5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16년 106만5000명 △2017년 100만1000명 △2018년 89만1800명 등으로 연평균 100만명 내외가 찾고 있습니다.
등산객들이 한라산을 많이 찾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03년 3월 성판악·관음사코스를 통한 정상개방 재허용 △2005년 토요 휴무제 확대 △2007년 국립공원 무료입장제 실시 △2010년 사라오름 개방 등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특히 사라오름 개방은 세간의 주목을 끌었었죠. 10년 전 지난 2010년 5월26일,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는 제주 한라산 성판악 등산로 남쪽에 있는 '사라오름'을 일반인들에게 최초로 개방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그 해 10월까지 3억8600만원을 들여 성판악 등산로에서 '사라오름'에 이르는 길 360여m 구간에 나무로 된 탐방로를 시설한다는 것이었죠. 이와 함께 화구호 둘레 250m에는 보호책을 설치하고, 오름 남쪽 정상 부근의 경관 포인트에 전망대를 시설해 같은 해 11월부터 일반인들에게 탐방을 허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경계에 있는 '사라오름'은 △참빗살나무 △아그배나무 △물푸레나무 △야광나무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남쪽 정상에 오르면 주변 오름과 서귀포시 지역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뛰어났기에 오래 전부터 개방 요구가 많았던 곳이었는데요.
당시 강성보 한라산국립공원 관리보호부장은 "사라오름을 정식 개방하게 되면 탐방객들에게 또 다른 한라산의 비경을 보여주면서 탐방객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제주 성판악 등산로 남쪽에 있는 숨은 비경인 '사라오름'이 2010년 11월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 연합뉴스
지난 2010년 11월1일 사라오름을 개방하자 그 천혜의 관경에 많은 이들이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백록담에 버금간다는 사라오름 산정호수는 "유네스코 자연 유산 한라산에 비경이 추가됐다"며 많은 이들의 발을 사로잡았는데요. 이를 입증하듯 개방 첫 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600여 명의 등산객이 사라오름 산정호수를 방문하기도 했죠.
하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하나 둘 나타났는데요.
한라산국립공원 측은 같은 달 10일 "사라오름 개방 이후 주말 하루에 2000여명이 몰리고 주중에도 하루 1000여명이 찾고 있다"며 "일부 등산객이 등산로를 이탈해 산정화구호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거나 돌탑을 만드는 것은 물론, 통제 구역을 벗어나 인근 제주조릿대 군락지에서 음식을 먹기도 한다"고 주의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이로부터 7일 후인 17일 오대익 교육의원은 제주도의회 제 276회 제 2차 정례회, 제 4차 본회의에서 "사라 오름이 개방되면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숨은 비경이 널리 홍보되고, 백록담으로 집중되던 탐방객의 분산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훼손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죠.
일부 등산객들의 사라오름에서 몰지각한 행동은 최근에도 관찰된 바 있는데요. 지난 2019년 7월29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사라오름 산정호수에 들어가 수영을 한 오름동호회 60대 남성 등 3명에게 10만원씩 과태료를 물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같은 해 10월6일 "사라오름 산정호수에서 탐방객들이 수영을 한 사건과 관련, 당시 CCTV와 보호안내판도 갖추지 않은 상태"라며 "관리소도 차량 이용이 불가능한 도보로 왕복 4시간 거리에 있었다"고 당국이 국가지정문화재인 한라산 사라오름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죠.
이러한 문제들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탐방예약제'입니다. 말 그대로, 등산객 인원을 제한하는 것인데요.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세계유일 4대 국제보호지역인 한라산의 적정 탐방은 물론, 자연자원 보호와 탐방객 편의·안전을 고려한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난 2020년 2월부터 탐방예약제 시범운영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자연훼손, 환경오염, 코스 주변 도로 정체 문제로 한라산 입산객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죠. 이에 방안으로 내놓은 한라산국립공원 탐방예약제 시범운영은 2018년 11월 완료된 '세계유산지구 등 탐방객 수용방안 및 관리 계획 수립용역'에서 제시된 내용들을 반영한 것으로, 당초 2018년 10월부터 탐방예약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예약시스템 개발이 늦어진 것이죠.
한라산 탐방예약제는 이미 20여년 전에 한 차례 실시된 바 있습니다. 1998년초 눈꽃축제기간에 시범 도입한 탐방객 사전 예약제가 바로 그것이죠. 하지만 예약 상당인원 선점 후 모객에 어려움을 겪게 된 여행사들이 취소하는 사태들이 일어나면서 혼란을 야기했고,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예약제는 백지화된 경험이 있습니다.
탐방예약제는 현재 국내·외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로, 국립공원의 경우 지리산 칠선계곡(9.7㎞)과 노고단(0.5㎞), 북한산 우이령 구간(4.5㎞), 오대산 동피골 구간에 적용하고 있는데요. 국립수목원, 천리포수목원, 점봉산 곰배령, 대덕산 금대봉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에서도 탐방예약제를 실시중이죠.
한라산 탐방예약제 도입은 기존의 양적인 관광정책으로 인해 생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질적 관광으로 전환을 위한 필수적인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탐방예약제는 입장료 현실화, 환경부담금 도입 등도 얽혀 있으며, 탐방 예약 후 취소 없이 한라산에 오지 않는 '노쇼(No-Show)' 행위 해결 등의 숙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늦출 수는 없는 노릇인데요. 한라산 탐방예약제 시행이 한라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나아가 품격 높은 탐방문화에 얼마나 다가설지 계속해서 주목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