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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비 지급 거절' 삼성생명, 암 환자 보험증권 멋대로 변경

가입당시 없던 '직접목적' 추가…"보험비 청구시 가입자 피해 우려"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05.25 13:28:26
[프라임경제] 암보험 가입 환자들과 '암 입원 보험금'을 놓고 오랜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생명(032830)이 암보험 증권을 가입자에 사전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는 '보암모'(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 회원 김모씨가 1993년 삼성생명에서 암보험 가입 후 받은 보험증권과 최근 재발급 받은 보험증권의 내용이 일부 변경된 것을 확인했다. 왼쪽은 가입당시 보험증권이다. 오른쪽 재발급 보험증권에 기존에 없던 '직접목적'이 추가됐다. ⓒ 보암모

25일 본지는 '보암모'(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 회원 김모씨가 1993년 삼성생명에서 암보험 가입 후 받은 보험증권과 최근 재발급 받은 보험증권의 내용이 일부 변경된 것을 확인했다. 

소장암 판정을 받은 김씨는 현재 삼성생명 서초사옥 2층에서 또 다른 회원 5명과 함께 암 입원비 지급을 놓고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험증권을 분실한 줄 알아서 재발급을 받았는데, 나중에 기존 보험증권을 다시 찾았고, 그때서야 내용이 바뀐 것을 알았다"며 "내용이 변경이 됐다는 사실도 한참 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암 진단 이후 서류를 갖춰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보험증권은 보험계약의 성립과 내용을 증명하는 문서다. 보험사와 보험 인수인 또는 그 대리인에 의해 작성된다. 즉 증권은 증거법적 증서로서 피보험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와 보험 보장범위·보장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는 계약증서다. 

김씨의 기존 보험증권에는 암 입원비 보험금 대해 '피보험자가 암치료를 목적으로 4일이상 계속 입원시'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김씨가 삼성생명으로부터 재발급 받은 보험증권에는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4일 이상'이라고 바뀌어 있다. '직접'이라는 단어가 추가된 것. 

삼성생명과 암 환자들이 암 입원 보험금을 놓고 분쟁하는 이유는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인지에 대한 약관 해석차이 때문이다. 

보통 암 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이유는 종합병원에서 암 수술이나 항암 등 치료를 받은 후 오래 입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종합병원은 수익상 암 환자들을 1~2주 입원 뒤 퇴원시키는데, 이들 대부분 수술과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을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에 환자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 것도 직접치료'라고 주장하며 입원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은 이를 직접치료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직접목적에 대한 설명은 김씨가 가입한 보험증권에 단 한 줄도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김씨의 보험증권에도 직접목적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이다. 적접목적이라는 기준을 두고 암환자와 긴 싸움을 이어 오고 있는 가운데, 가입자 동의 없이 보험증권의 계약 내용을 변경한 것에 보암모 회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증권 내용이 변경된 것이 맞다"라면서도 "보험증권은 그저 증거증권에 불과하다. 당사자와 합의된 별도의 서명을 요하는 계약이 아니다"라며 "약관에 따라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내용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가 가입했던 당시 관행적으로 약관 교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증권이 계약상황을 확인하는 유일한 증서다. 변경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험사가 재발급 증권 내용을 근거로 암입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손쓸 도리가 없는 셈. 

김귀남 前 시원손해사정사 대표는 "증권에 직접목적이라는 단어가 추가로 들어가면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가입자 입장에선 보험증권만 보고 입원비 청구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약관에는 암 입원 급여금 지급과 관련해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여 입원할 경우'라고 돼 있다. 그러나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이처럼 해석이 분분해 약관의 해석에 모호함이 있을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약관의 해석) 제2항은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암 입원 보험금에 대한 약관 해석을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 또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한 입원'으로 좁게 해석, 암 환자들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김근아 보암모 대표는 "가입당시 청약서, 보험증권에도 직접목적이라는 단어는 없다"며 "보험설계사들은 가입설계서를 통해 고객에게 보험정보를 설명하는데, 가입설계서에도 직접이라는 말은 물론 가입당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관에 직접적인 모호한 말을 핑계로 가입자에게 혼란을 주고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분은 분명 잘못됐다"며 "다른 보험사는 암 입원비를 지급했음에도 삼성생명만 버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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