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혔다고 생각해서일까요? 이태원 클럽 이슈로 다시금 지역 확산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전염병 사태 그 이후에 대한 의견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판 뉴딜'을 국가프로젝트로 밀어붙일 뜻을 10일 연설에서 나타낸 것인데요.
이날 연설의 함의에 대해서는 각언론사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보도와 분석이 쏟아질 터라 좀 벗어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뉴딜이 과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집행력만으로 가능한 것인지, 높은 지지율이 후광이 되어주면 추진력에 힘이 더 실리고 그 힘이 더 나아가 정책의 최종 성공 확률도 밀어올릴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 때로 다른 문제도 뭉개고 나갈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비 진작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몸소 일반 식당에 가서 점심을 드는 모습. ⓒ 청와대
아, 이 사진은 이날 취임 3주년 연설에 열흘쯤 전에 찍힌 바 있는 오찬 사진입니다. 골목상권 부양을 위해 청와대에서 멀지 않은 가게를 찾아 나름대로 소박하게 점심을 드는 문 대통령의 모습인데요. 건너편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문 대통령 오른편에는 강기정 정무수석이 보이는 등 여러 참모진이 함께 찍혔습니다.
프랭클린 델라노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에 대한 소개입문서나 연구서는 꽤 많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직접 쓴 '온 아워 웨이’(On Our Way)'도 국내에 번역돼 있는데요. 대통령에 취임한 뒤 1년 동안 추진한 뉴딜 정책을 스스로 해제한 것이라, 자화자찬이라고 볼 소지도 있지만 대단히 의미있는 책입니다.
조원영씨의 번역으로 온 아워 웨이가 국내에 나왔을 때,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해제(소개글로, 저술한 이나 번역한 이의 공로를 칭찬하는 경우나 일종의 추천사를 겸하는 경우가 많음)가 짚은 구석이 의미심장합니다. 루스벨트의 이 책은 그의 경제 리더십에 대한 것이 핵심이 아니라거나, 오히려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라고 해제는 주장했습니다.
해제에는 아울러, (뉴딜이라는) 핵심 과제가 그저 망가진 경제 시스템에 대한 협소한 경제 전문가의 진단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었다고도 풀이합니다.
대단히 넓은 개념들이지만, 이런 점들을 두루 꿰어보면, 왜 이 책을 100년 가까운 세월 뒤의 우리가 봐야 하는지 답이 되는 듯도 합니다. 즉, 그래서 해제를 쓴 이가 뉴딜을 '미국 공화국, 더 나아가 미국 문명의 기초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한 도덕적·정치적 리더십의 문제의식'이라는 거창한 표현과 사실상의 결말로 의미부여를 했구나 짐작해 보는 것입니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느니 디지털 강국으로서의 강점을 살리자느니 코로나 사태 이후 방역과 경제의 관계가 어떠하다느니 모두 중요합니다.
그런데 정작 지금 그리고 앞으로 문 대통령 주변에서 일을 밀어붙일 때 저런 원조 뉴딜에 대한 문제 의식과 의미 부여 같은 뒷받침이 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70%를 넘는다는 높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물론 강력한 리더십을 가능케 할 겁니다. '180석 슈퍼 여당'이라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개념도 얼마 전 '현실' 정치 속에 우뚝 섰습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을 태종에 비유하면서 그 다음에는 세종 같은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는 식자층 발언까지 나와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이제 밑바탕이 모두 되었으니 미래통합당 같은 보수층 몽니는 무시하고, 때로는 피의 숙청을 거듭했던 태종처럼 강력한 국가 경영으로 세종 시대의 태평성대를 바라보며 질주하면 되는 걸까요?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얼마 전 법정에 불려나왔습니다. 전 법무부 장관이자 변호사들을 양성하는 학교의 근무자지만, 그는 문제적 인물이라는 의심에 휘말려 있습니다. 우선 자녀의 입시 의혹, 하나도 아니고 둘 모두가 입시 부정으로 유명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가 여기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에 시달렸습니다. 이번 재판은 청와대 근무 시절, 감찰 소지가 있는 인물에 대해 어중간하게 덮도록 했다는 혐의를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최종적인 법적 책임은 재판 확정까지 기다려 봐야겠으나, 일단 이렇게 가장 더러운 의혹에 여럿 말려든 자체가 수신과 제가의 실패겠지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무슨 세상의 개혁 문제를 주도하기는 커녕, 남들 앞에 의견 한 자락 내놓을 자격이 없어 보입니다.
사진에 이미 담긴 인물인 노영민 실장과 그 관련 이야기도 잠시 해 볼까요? 지난해 12월 노 실장은 수도권 집값 논란과 관련,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청와대 근무자들을 닦달했습니다.
하지만 노 실장이 처분을 지시한 수도권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청와대 참모 명부를 이번 3월 정리해 보니, 아직 5명이나 마이동풍 식으로 버틴 듯 합니다. 노 실장이 지시했을 당시 청와대는 두 채 이상 보유자를 11명이라고 밝혔으니, 그나마 추진 중이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선의로 생각해 볼 문제일까요?
노 실장 본인도 여전히 복수의 주택을 갖고 있다고 집계됐습니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의 질문에 그의 경우 하나는 서울, 다른 하나는 지방 소재라서 노 실장 자신의 발언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풀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변호사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일하다 이번에 비례대표 국회의원 배지를 얻은 최강욱씨 같은 경우도 도덕적 리더십 구축 구도에서 평가를 좀 해봐야 할 인물이죠. 그 자신이 조국 교수 자녀의 입시 관련 가담 논란이 있으면서도, 검찰에 적개심을 수시로 드러내고 있지요. "세상이 바뀐 걸 보여주겠다"며 날선 반응을 보이는 그를 놓고, 저런 이들이 주도해 만들고 힘을 실어 주기 때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공정한 기구가 될 기대보다 대통령의 충실한 도구가 될 우려가 크다는 사람들이 꽤나 존재합니다.
사실, 루즈벨트 대통령인들 100% 정치도의상 옳았던 건 아닙니다. 심지어 루즈벨트 행정부는 사법부에서 자꾸 뉴딜 정책 추진들에 대해 발목을 잡자 연방대법원 구성에 입김을 불어넣겠다는 시도를 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헌법을 배우는 이들이 경계할 사례로 배우는 부분입니다.
그런 점에도 총체적으로 볼 때 깨끗하려고 노력하고 겸손하려 애쓰는 대통령 사진과 백악관 사람들, 행정 관료들이 떠받쳤기에, 오늘날 뉴딜이 성공했을 뿐더러 배울 게 많다고 평가받는 게 아닌가 합니다. 오늘날의 청와대는 그 시절의 백악관을 얼마나 닮고 있나요?
루즈벨트 대통령의 '노변정담'과 문 대통령의 소박한 곰탕 사진은 아직은 많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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