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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면 내 탓 망하면 네 탓' ETN 괴리율 폭등…증권사도 억울하다

금융당국 증권사 제재 조치 예고·투자자 원성까지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05.08 10:56:50
[프라임경제] 원유 연계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 괴리율이 폭등하며 투자주의가 요구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속앓이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원성과 금융당국의 증권사 제재 조치 계획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20%대의 폭등세를 보인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스크린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레버리지 원유선물 ETN 4종은 전날 거래가 정지됐다. 이 같은 조치는 다음주 11일까지 이어진다.  

이들 종목의 괴리율은 지난 6일 종가 기준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270.3% △QV 레버리지 WTI원유 ETN(H) 265.9%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 187.8%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 81.1%를 기록했다.

이처럼 괴리율이 심화되며 시장 왜곡 현상이 지속되자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수차례 투자주의를 경고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9일 WTI원유 선물 연계 ETN 상품에 대한 소비자경보에 이어 같은 달 23일 최고수준인 '위험'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거래소도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투자자 손실 위험을 경고, ETN 거래 정지 조치에 나섰지만 불나방처럼 번지는 투자 광풍을 잠재우진 못했다. 

최근 국제유가의 폭락과 상승이 연달아 이어지자 큰 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은 집중적으로 ETN을 사들이기 시작하며 괴리율이 기준치를 넘어섰다.

괴리율은 원유 파생상품의 매매가격과 실제 원유 가치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차이가 벌어질수록 시장가격이 고평가 돼 있음을 뜻한다. 

통상 ETN 유동성공급 역할을 맡은 증권사(LP)는 ETN의 매도·매수 호가간 가격 차이가 벌어질 때 외국에서 원유선물을 조달해 국내 시장에서 적정 가치로 팔며 괴리율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ETN을 사들이며 물량이 바닥났고, 이에 증권사들이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그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원유 ETN과 관련한 피해를 호소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현재 관련 게시물만 10건이 넘는 상황. 

한 청원인은 "지금껏 주식을 통해 크게 손해 본 적은 없다. 이번에 이름도 생소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으로 전 재산을 날려버렸다"며 "기름값은 분명히 오르겠다고 생각해 투자를 했는데 유가가 급락을 하자 회복 불능한 100원짜리 주식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자 거래소는 ETN 유동성공급자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조만간 원유 ETN 관련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거래소와 금융위의 조치에 증권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이 상품 구조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뛰어들었다가 기대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증권사로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물론 거래소, 각 증권사들 역시 각 채널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손실 가능성을 안내하고 있지만, 비이성적인 투자가 계속되면서 증권사도 더 이상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각 증권사 홈페이지에는 각 상품의 위험등급을 나타내는 지표와 투자위험 경고 문구가 함께 게시돼 있다. 실제 ETN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들은 HTS·MTS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주의를 알리는 창을 띄우기도 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위험 투자의 경우 거래 전 이용고지 동의서를 작성해야 거래를 할 수 있다"며 "원유 ETN 상품 경우 괴리율 벌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사 홈페이지, 포털사이트에 종목공시를 게시하고 지속적으로 투자 위험성을 알렸다. 또한 이용고지서에 동의하신 고객에 한 해 문자로 투자위험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를 대상으로 과도한 제재를 단행할 경우 오히려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면 시장 위축 등 부작용 또한 발생할 것"이라며 "레버리지 원유 상품 같은 경우 금융당국의 거래정지 조치가 성급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 결국 거래정지로 투자자들이 손절매 할 기회조차 놓쳐버린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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