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권의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매번 정치적 위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그는 이번 총선에서 의료봉사 등으로 신선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얻은 의석 수가 3석에 불과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냉정한 시각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 정치 행보 재개의 '최소한의 밑바탕'은 얻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그의 돌출점 후보로 교섭단체 구성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당초 미래통합당의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과 연대해 교섭단체를 꾸리는 문제에 안 대표는 선을 긋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지금은 스탠스가 일부 바뀌어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교섭단체 구성 문제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당선자를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 연합뉴스
지금 가장 골머리를 앓을 이는 7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태년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21대 국회에서 전반기 원내대표를 맡게 된 그의 앞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원활한 설치와 3차 추가경정예산 등 경제 마중물 붓기가 숙제로 부여됐다는 평. 그런데 둘의 처리가 만만찮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공수처의 7월 출범 시간표를 굳이 늦출 이유가 없다. 그러나 보수 정치인들의 몽니에 여지를 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과 야권 전반과의 대화를 터야 한다는 점은 다르다. 처장 선출 문제를 놓고 결국에는 야권에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이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의 제도적 보장 때문이다. 야권에 2석을 내주고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 문제도 시급하다. 그간 뒤로 미뤄뒀던 '현금성 지원'까지도 불사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이인영 의원도 사실상 6월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는 등 여권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높다.
'김태년 민주당'이 5월 말 시작되는 21대 국회 임기 직후부터 곧바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문이 없을 수 없다. 실제로 그 자신도 원내대표 경선 승리 직후 기자들의 현금성 지원 단행 가능성 질문에 "(코로나19가) 민생과 일자리, 기업의 활력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제적이고 속도감 있게, 또 과감하게 대응하는 건 지금 우리가 취할 당연한 조치"라면서 방법지의 문제는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님을 시사했다. 그는 또 "당연히 3차 추경이 추진돼야 하고 가급적이면 빨리 추진돼야 한다. 규모도 상당한 규모가 되어야 할 거라 생각한다"는 의견도 보탰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경제 이슈가 급한지 공수처가 급한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해석이 유력한데 문제는 차기 국회에서 교섭단체 구성 문제로 일이 더 꼬일 것이라는 대목이다.
원래 미래한국당은 원유철 대표의 입장처럼, 미래통합당과 조속한 통합을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기류가 강했다. 그런데 민주당 측 몰아붙이기가 너무 한다는 비판론이 보수 정치인들 사이에 강해질 수록 빠른 합당 대신 교섭단체를 별개로 구성해 유력한 견제 카드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견제 심리 발동 여지가 커진다.
그 틈에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서 있다.
안 대표로서는 명분이 안 서는 것도 아니다. 앞서 지난 4월14일 그는 언론에 "공수처 설치법 개정을 위해 미래통합당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간을 보냐는 비판을 어떻게 헤쳐 나가면서 실리를 얻을까? 쉽지는 않다. 일단 당장 견제구가 사방에서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근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왜 3석만 얻었는지 모른다"며 안 대표에게 쓴소리를 한 것도 할 말을 한 측면만 있는 게 아니고 안철수 견제 필요성에 대한 일종의 여권 내 공감대의 발로로 풀이할 대목이다.
자유주의 성향의 보수 정치가 한국에서 설 땅이 아직은 좁다는 점은 최근 총선에서도 확인됐지만, 안 대표로서도 일단 스탠스를 소신껏 갖고 간다는 정도로 대국민 홍보 효과를 거두면서 적절히 힘을 기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경계선이 모호하다. 어디까지가 우물쭈물 정치의 회귀이거나 모호한 정치 행보의 지속인지, 혹은 소신 행보와 현실적 조정자론인지 선을 긋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도 이러한 정치공학적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다만 앞서 말했듯 민주당으로서는 일을 동시에 풀려면 결국 21대 국회의 초반에 당장은, 그것도 급히 원활한 범계파적 협력 정치 깃발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안 대표와 미래한국당 일각 그 뒤의 미래통합당 시각 등이 복잡히 엮일 수록 일은 어려워진다. 김 원내내표 당선자 역시 7일 언론에 교섭단체 관련 문제로 비이성적인 행보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는 식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미래한국당 그리고 국민의당 등 관련자 전반에 사실상 경고 카드를 날린 것으로 의미심장하다. 의미심장하기는 한데, 주도권이 어디 있는가를 볼 때 '웅비하는 김태년 구도'를 위해 안 대표가 당장 굽혀줄 수밖에 없는 점도 분명하다.
공수처든 3차 추경(현금성 지원 포함)이든 하나라도 선뜻 처리하고 싶은데, 안 대표가 '보수든 진보든 그건 중요치 않고 행동하는 야권 정치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행보를 이어갈 경우 '갈라치기'도 쉽지 않다. 여권은 어떻게든 각개격파를 하고 싶으나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염화시중으로 사안들을 그리고 정파들을 일단은 모두 유기적으로 엮고 가고 싶은 시국이다. 김태년호의 항로에 안개는 과연 빨리 걷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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