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가히 '태풍 사라를 연상케 하는 미투 태풍'이다. 부산을 크게 할퀴었지만 다른 지역에도 광복 이래 최악의 상처를 남긴 사라처럼,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의 23일 전격 사퇴는 정치적 파장을 크게 남길 전망이다. 그는 여직원 강제추행 논란을 고백하면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반성했다.
현행 선거법 등 제도를 고려하면 이번에 미투로 생긴 지방자치단체장 공석을 메울 선거는 내년 4월7일 치러질 전망이다. 오 시장의 남은 임기 1년을 메울 이 자리를 건 선거가 지역 정가는 물론 중앙 정치에도 끼칠 파장이 크다는 데 세간의 시선이 모아진다.
부산 정가는 물론 여의도 역시 다음 부산 시장 자리를 둘러싼 공천과 경쟁 정당들과의 줄다리기 문제에 말려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총선이 이제 막 끝났음을 고려하면, 그리고 각 정치인들의 선거 여파 정리는 물론 정당 지도부의 재구성 문제 등이 필요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상황이 녹록찮다.
◆김세연? 당 쇄신론 지나치다는 평가가 약점
오 시장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부터 당장 부산시장실 입성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이들이 몇 있다. 우선 보수 진영에서는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이 거론된다.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전략통이라는 이미지가 우선 강점이다.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 선언을 해 참신한 바람을 일으켜 PK 미통당 바람을 일으키는 데 기여한 점도 일부 있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다만, 당을 깨자거나 해산하자는 소리를 너무 자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부정선거 논란이 일고 있고, 이것이 맞든 틀리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 이후 보수 정치인들이 여럿 말려들 가능성과, 그 가능성이 지역 선거판에 미칠 파장이 민감하다. 지나치게 나이브한 인물이자 유약하다는 평을 듣는 그가 자칫 중간심판 논리가 부각될 선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에 말려들 수 있다. 그래서 남은 기간을 봐야 될 미지수 인사로 분류해야 맞다는 보류론이 나온다.
유기준 미래통합당 의원도 불출마 선언을 하고 2선으로 후퇴했으나 '오거돈 파장'으로 전면에 다시 불려나올 여지가 생기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했고 과거 학생운동을 하다 그 보복으로 사법시험 합격 후에도 임관을 못 하고 변호사 개업을 했다는 이력도 강점이다.

유기준 미래통합당 의원. ⓒ 연합뉴스
다만 4선 의원으로서 확장성과 인지도 면에서 가진 강점을 일부 깎아먹는 유일한 약점이 있으니 바로 친박 키워드. 그가 극렬 문제적 친박 인물이라는 악평은 존재하지 않으나, 유 의원 자신이 친박 꼬리표를 굳이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공공연히 박근혜 동정론을 꺼내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간적 매력과 정치적 시소게임의 상황에서 그가 부산시장 선거 구도에 적임자인지 여부는 결국 '총선 상황 정리 이후 당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얘기다.
◆유기준과 맞붙을 '깜' 김영춘,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구도가 간단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영춘 의원이 현재 부산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 가장 높은 경쟁력과 무게감을 갖고 있다는 것. 박재호 의원과 최인호 의원도 다음에 한 번쯤 부산시장실 열쇠를 탐낼 수 있는 인재들이라는 평이 없지 않았으나, 오 시장이 사고를 치고 급히 떠나는 바람에 시간표가 어그러졌다. 현재 박 의원과 최 의원은 총선 승리의 기쁨 때문에 다시 선거를 나갈 상황도 아니고 오히려 역풍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에 서병수 당선자 손에 꺾인 김영춘'이 답이라는 해석인 셈이다. 단순히 구관이 명관이라기 보다는 과거 '독수리 5형제'로 불리며 개혁적 이미지로 한국 정치문화 발전에 기여한 점, 문재인 정부 들어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며 몸집을 키운 점 등이 매력적이다. 그런 그를 문재인 청와대와 여당이 급히 닥쳐온 보궐선거에 '조자룡 헌 칼 쓰듯' 믿고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은 그래서 유력하다.

왼쪽부터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번에 물러난 오거돈 부산시장 그리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신공항 문제로 자리를 함께 해 사진이 한 앵글에 찍혔다. ⓒ 연합뉴스
옥의 티라면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논란. 지역구 현안과 유권자, 그리고 정치를 돕는 아랫사람들을 챙기는 게 부족하고 정이 없다는 볼멘 소리가 없지 않다. 선거판을 뛰기 위해서는 총선에 지친 지금 식구들을 독려해야 하는데, 그런 봉합작업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조언이 지역 일각에서 나온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총선에서 그가 부산권 선거전략의 최종 사령탑을 맡았었는데 그 자신은 물론, 민주당 여러 지역의 석패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진다. 본인이 서병수 전 부산시장과 자기 안방 지역구에서 대결하는 문제에 너무 매몰돼 제대로 못 챙겼다는 것이다.
특히, 공약을 무게감 있게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총론격인 큰 담론을 설계하고 소를 키우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거대 담론을 김 의원이 밀어주고 각 후보들이 지역구마다 미시 안건을 챙기는 총론과 각론의 콤비네이션이 있었다면 다른 지역들처럼 민주당 강세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우려다.
◆동남권 신공항 공회전 와중, 공수표 논란 해결 책임론
더욱이 이런 점은 일종의 공약 공수표 논란과도 맞닿는다. 김 의원 자신 이미 3선을 하는 동안 문재인 정부의 대선, 오거돈 시장의 지방선거에서 동남권 신공항 이슈로 표몰이에서 각종 수혜를 받은 점을 지켜봤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판에서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제대로 크게' 띄우지는 못했다는 지역 정가의 해설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온다.
그런 무게감이나 직보 능력이라면, 다음 부산시장을 굳이 여권에서 가져온들 부산시민의 삶 개선에 큰 도움이 되겠는지 회의론이 남은 1년새 망령처럼 그 주변을 배회할 수 있다. 후보가 되든 못 되든 다음 정치 생명을 위해서는 그가 신공항 검증 문제를 계속 지나치게 뭉개고 있는 총리실과 담판을 혹은 거친 공세를 펴야 하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지역 정객들의 목소리도 미약하지만 그래서 나온다.
김해영 의원이 그런 점에서 반사효과를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내부의 젊은 피로 현재 정치인 중 가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진취적 이미지가 강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너무 못해 취업반(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대입시험 대신 취직을 준비하는 반)으로 갔었지만 결국 나중에 각고의 노력으로 사법시험을 통과한 인물이다. 특히 의정 활동 중 교육 등 공부를 많이 하고 아이디어 개발에도 시간 투자를 적잖이 해야 하는 문제에 매달렸다는 호평도 따른다.
김해영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낙마한 것이 새옹지마가 될 것이라는 섣부르지만 재미있는 해석에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세연 대 유기준의 상대적 시소 타기 내지 제로섬 게임 그리고 YC의 공항 혹은 그 이상의 자기 밥값을 하는 거물급 정치 숙제 능력 대비 김해영의 젊은 돌파력 간의 저울질이 불가하다. 남은 기간에 그런 과정이 치열하게 펼쳐진 뒤, 비로소 시민들 앞에 양당의 실제 후보가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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