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과연 워런 버핏이 한국에 태어났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 최고 투자가가 될 수 있었을까요? 물론 많은 돈을 벌었을 수도 있지만, 오늘날 그가 일군 부(富) 규모에는 미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실 한국 증시 상황은 미국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축구 경기에 있어 장소는 물론, 날씨나 선수들 컨디션 등 다양한 조건들이 갖춰져야 이길 수 있을 듯 증권 시장 역시 다양한 상황이나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죠. 제아무리 버핏이라도 한국에서의 성공을 위해선 국내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수출을 통해 먹고 사는 나라인데요. 특히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기여도가 2000년대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실제 1990년대 당시 40%에 그쳤던 수출 GDP 기여율은 2000년대 70%대로 크게 상승했죠.
다만 수출은 상대 측 주머니 사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쉽습니다. 상대 측이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수출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 수출국 상황이 좋지 않다면 국내 상황도 함께 힘들어집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국내 증시가 외환과 그물처럼 단단히 엮여 있다는 점이죠.
국내 증권시장은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시가총액 기준)이 40%에 육박할 만큼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습니다.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유가증권을 사고, 팔 수 있는 소규모 개방 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과 환율이 외국인들 움직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죠.
이런 구조가 나쁘다곤 할 수 없지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시 엄청난 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자 펀드 가입자들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갑작스런 '환매 돌풍'이 발생했습니다. 당연히 환매를 위해선 주식을 팔아야 했죠.
이때 '매도 1순위'가 바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었죠.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들을 갖고 있는 나라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금씩 주식을 팔면 아무런 영향이 없었겠지만, 문제는 단시간 내 많은 물량이 매도됐다는 점입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 매도 자금(원화)을 일시에 달러로 바꿀 경우 원화 공급량은 늘어나는 반면, 달러 수요 증가로 결국 환율이 갑작스레 급증하기 됩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1997년 외환위기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증시 폭락 등 주요 고비 때마다 주가 하락 및 환율 급등 현상이 매번 나타났죠.
이런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일본·독일 등은 사정이 다릅니다. 환율이 출렁거릴 때도 있지만, 변동폭이 가파를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죠. 이는 이들 국가 통화가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죠.
특히 미국이 발행하는 달러는 일명 '세계 대표 통화'입니다. 미국 내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통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는 오르는 만큼 추가 발행만으로도 어느 정도 경제 위기는 넘길 수 있는 셈이죠.
'한국 주식시장'이라는 경기장에서는 반드시 몇 가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우선 '작고 개방된 체제'는 외부 충격시 충격을 버티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미국이나 중국이 잘못되면 그 여파를 뒤집어써야 하는 상황인거죠.
'주가 폭락과 환율 폭등이 동시에 닥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만일 달러 자산을 확보했다면 자연스레 국내 증시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환율 변동으로 상쇄할 수 있습니다. 해외 주식이든 채권이든 달러 베이스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분산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죠.
또 다른 대비책으로는 외국인들에 비해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죠. 최근 퍼지고 있는 '동학개미운동'처럼 말이죠. 이는 외국인들에 대항해 국내 주식을 우리가 사들이자는 현상을 역사적 사실에 비유해 만든 신조어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보다 많이 가질수록 주식 및 외환 시장은 안전해집니다. 외국인들이 매도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만으로도 버티면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보다 많은 국민들이 국내 주식을 가질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같은 전략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