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강원랜드(대표 문태곤, 035250)가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마스크 구매를 소명하는 과정에서 김규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랜드 임원이 가담해 실제로는 값이 싼 공산품마스크를 코로나바이러스19로 가격이 폭등한 보건용 KF94마스크를 사는 것으로 꾸미고 폭리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커, 강원랜드는 자체 감사에 나선 상황이다.

식약처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L사와 G사간 거래명세서. ⓒ 프라임경제
강원랜드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김규환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제공한 마스크구매 증빙자료를 분석한 결과, 강원랜드는 경기도에 위치한 L사로부터 2월28일(1만장)과 3월6일(1만5845장),7일(1만4100장) 등 세 차례에 걸쳐 KF94마스크 3만9945장을 장당 2200원씩 총 6254만원에 매입했다.
앞서 2월5일, 정부는 법제처 및 규제 심사 등을 신속히 진행해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했다. 이에 식약처는 L사의 납품 마스크가 매점매석에 해당하는지 조사에 나섰다.
19일 식약처 관계자는 "L사에 대해 조사한 결과, L사가 강원랜드에 납품한 제품이 보건용 마스크가 아니기 때문에 매점매석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L사는 강원랜드에 해당 제품이 공산품 마스크라는 사실을 알리고 판매했다"고 말했다.
즉 강원랜드는 감염병 예방에 적합하지 않은 공산품 마스크를 알고도 구매하면서, KF94마스크를 매입한 것으로 영수증을 발급해 김 의원에 보고했다는 설명이 성립된다.
휴장중인 강원랜드가 마스크 수만장을 매입하면서도 사재기가 아니라고 주장한 근거로, 강원랜드는 '직원과 지역사회의 코로나19의 감염 예방 목적'을 든 만큼 이번 사건은 스스로 마스크 매입의 정당성을 부인한 것과 다름없은 셈이다.
심지어 강원랜드는 L사의 매입가보다 37.5% 높은 가격의 폭리를 적용해 구매했다. 고가매입 정황은 강원랜드가 김 의원에게 검수과정을 공개하지 않은 배경으로 추정되며 구매결정자와 L사 또는 G사 사이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지점이다.
식약처 조사 결과 L사는 G사로부터 개당 1600원에 '공산품 마스크'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류상 G사는 L사와 같은 동일한 주소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19일 프라임경제는 등기부등본과 식약처가 확보한 구매 영수증을 기반으로 두 업체가 입주한 사무실을 찾아봤다.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관리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L사와 L사 대표 허모씨만 정상적으로 입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사무실 인근 입주자의 설명에 따르면 "OOO호 사무실은 간판도 없고 사람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공실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L사와 G사간의 전대차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G사가 L사와 두 번째로 거래한 3월5일이 되서야 '마스크 도·소매업'과 '마스크 자재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해 정당한 납품거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크다.
또한 제조사와 강원랜드 구매결정자 사이의 유착관계도 확인해 볼 필요성이 충분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제품을 제조한 H사는 KF94등급의 의약외품 품목제조허가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의 모양이 시중에 유통되는 KF94 마스크와 유사한 생김새로, 표시광고를 통한 안내 없이는 인증현황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식약처의 KF94 마스크 품목허가 방법에는 마스크가 얼굴에 밀착할 수 있는 구조도 포함돼 있는데, 해당 제품도 이와 비슷해 육안상 확인은 어렵다.
결국 강원랜드가 해당제품이 KF94 보건용마스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시기는 판매자와의 계약과정 내지는 납품 후 검수과정으로 추정되며, 이 과정에서 강원랜드가 KF94마스크가 아니라는 사실도 충분히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타사 제품의 검수현장 사진에선, 개별포장 단계까지 수량을 확인하는 모습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거래실적이 전무한 L사로부터 4만개 가까운 마스크를 세 차례에 걸쳐 납품받은 강원랜드가 이 같은 과정을 누락했을리 없다.
그런데 의원실이 강원랜드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L사로부터 구매를 증빙하는 영수증은 포함됐으나 해당 제품이 KF94등급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검수과정사진은 빠진채 제출됐다.
L사에서 매입한 제품에 대해서만 검수과정을 증명하지 않은 것으로, 강원랜드가 이 같은 사실을 고의로 감추고자 누락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강원랜드가 밝힌 구매과정에 대한 설명은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강원랜드와 L사간 마스크 3만9945장(6254만원 상당 )의 납품 거래명세표. ⓒ 강원랜드.
강원랜드는 앞서 프라임경제에 "국가계약법 26조 1항 1호 가목에 의거(정부의 코로나19관련 위기단계 격상 등) 해당 계약은 수의계약으로 진행 되어 입찰공고가 없었다"며 "수의계약에 따라 조달청 마스크 관련 업체에 모두 연락을 취했으나, 마스크 확보가 어려웠고, 그러던 중 조달청 등록업체로 부터 납품업체를 소개 받아 구매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L사 제품의 구매는 카지노의 휴장이 실시된 이후에 결정됐기 때문에 긴급하게 4만장에 달하는 마스크를 구비해 놓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고를 통해 절차를 밟은 업체가 아닌 누군가가 소개한 업체와의 구매 계약을 채결했다는 것.
이번 사건에 강원랜드 임원이 깊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높다. 강원랜드의 '사무위임전결세칙'에 따르면 1억원 미만의 '구매 및 용역 발주 요청'에 관한 전결권자는 실장급 이상 임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5000만원 이상의 예산 전용에 대한 자격도 실장급 이상이다.
즉, KF94마스크를 검증되지 않은 업체로부터 수의계약 발주한다고 결정한 임원과 이를 집행한 임원이 전모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크며 이들이 동일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해 강원랜드는 "현재 강원랜드 감사실에서 내부감사에 착수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질의 내용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채용비리로 홍역을 앓은 강원랜드에 청와대공직기강 비서관과 감사원장을 역임한 문태곤 사장을 선임하고도 벌어진 일이라는데서 비판의 소지가 크다.
특히 전 국민이 마크스매입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 휴장중인 강원랜드가 굳이 수만장의 마스크를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임원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큰 부정이 벌어졌다는 것은 적폐청산의 임무를 부여받고 취임한 문 사장의 임기 3년이 공염불에 그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 사장측은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홍보실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