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증권사 주요 수익원으로 IB(투자은행) 부문이 새롭게 떠오르는 가운데 상당수 증권사들이 IB 전문가를 사장으로 내세우며 수익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IB는 자금수요자인 기업과 자금공급자인 투자자 사이에서 유가증권을 포함한 자산의 흐름을 중개하는 역할로, 이미 선진국 은행들에선 갖춰진 형태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노리는 국내 증권사들의 경쟁 속 각 CEO들의 성과와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는 2018년 12월19일 박정림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 자리에 올랐다. IB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는 DCM을 토대로 ECM 분야 공략까지 나서면서 KB증권 IB 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KB증권
◆뛰어난 IB영업력...소규모 증권사 '채권 명가'로 키워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는 2018년 12월19일 박정림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 자리에 올랐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인 김 대표는 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IB 업무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KB투자증권의 전신인 한누리투자증권 IB 부문에서 금융맨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당시 한누리투자증권은 지점 하나 없는 소규모 증권사였다. 그러나 채권 인수 주선 부문에서는 강소 증권사로 좋은 평판을 받았다. 2006년 뛰어난 IB 영업력으로 회사채·ABS(자산유동화증권)시장을 장악하며 회사채 실적 1위, ABS 3위를 기록했다. 이는 김 대표가 당시 한누리증권 기업금융팀장을 맡으며 거둔 성과다.
은행 고객은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 투자성향을 띄며 주식보다는 비교적 안전자산에 속하는 채권형 상품을 더 선호한다. 이런 배경 탓에 한누리투자증권을 눈여겨보던 KB금융그룹은 2008년 회사 인수를 결정했다. 이후 김 대표는 KB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임명됐고, KB증권은 현재까지도 채권발행시장(DCM) 분야에서 증권업계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는 거꾸로 보면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 시장에서는 채권 부문을 제외하고도 주식 발행, 인수합병(M&A) 자문 등 여러 영역이 존재한다"며 "KB증권은 채권 외 나머지 다른 분야 경쟁력은 초대형 IB 중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분석이 있다"라고 말했다.
◆ECM 경쟁력 확보…IPO 주관 건수 늘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KB증권은 9년째 1위를 지키고 있는 DCM에 비해 ECM(주식자본시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KB증권은 각 IB 부문 사업의 고른 성장을 통해 DCM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본격 시동을 걸었다. ECM 부문 IPO(기업공개)주관 건수와 규모를 늘려 초대형 IB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각오였다.
이에 KB증권은 지난해 IB 부문을 중심으로 당기순이익이 50% 이상 개선되는 성과를 얻었다. 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3605억원, 290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4.11%, 52.93% 성장한 수준이며, IB 부문에선 DCM 9년 연속 1위, ECM 3위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DCM 수익성 지속을 강조하면서도 ECM과 인수금융 등 기업관련 IB의 꾸준한 성과를 당부했다.
올해 KB증권은 IPO 딜(거래)에서 호반건설, 카카오페이지, SK매직의 상장을 주관한다. 이 밖에도 올해 총 69개 기업과 IPO 대표 주관 계약을 체결하며 향후 안정적인 ECM 실적 확보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중 10개는 중견기업 혹은 대기업으로 KB증권이 대규모 IPO 경험을 확보할 경우 다른 IB와의 경쟁에서도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올해 IPO 주관 건수와 규모 등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양한 기업 금융 서비스를 확대해 ECM에서도 확실한 톱3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 다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신테카바이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IPO 주관 경험을 토대로 올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미코바이오메드 등 다수의 바이오 기업 상장을 맡을 예정이다.
◆리츠 전담팀 신설…역량 다양화
김 대표는 ECM 부문 강화를 강조해온 만큼 리츠 IPO까지 공략할 목적으로 지난해 리츠 전담팀을 신설했다. 김 대표는 리츠 전담팀을 꾸리기 전 ECM 부서들과 부동산 관련 팀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나누고 리츠 시장 확대에 따른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팀은 영업, IPO 등 리츠 관련 업무를 전반적으로 수행한다. 이는 조직개편을 통해 ECM 부문 강화에 초석을 다지며 리츠 IPO 역량에도 집중하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리츠 시장이 금융투자회사들의 새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찍이 나왔다. 기업들은 자산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고, 투자자 입장에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고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해 정부가 발표한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방안도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어 리츠 시장에 활기를 돋우고 있다.
정부는 공모 리츠·부동산 펀드 투자자에게 연간 5000만원 한도로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세율을 현행 14%에서 9%로 내릴 계획이다. 공모리츠·펀드나 이들이 100% 투자하는 사모리츠·펀드에 대한 취득세 감면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KB증권은 신설팀과 자산관리(WM) 부문 협업을 통해 공모리츠 상장과 상품 출시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