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른쪽)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왼쪽)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이 초대형 IB 진출을 놓고 벌이는 각축전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신한금융투자 ⓒ 하나금융투자
[프라임경제] '한국판 골드만삭스' 초대형 투자은행(IB) 6번째 진입을 두고, 하나금융투자(사장 이진국)와 신한금융투자(사장 김병철) 두 사장의 엇갈린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6600억원대 유상증자를 통해 6번째 초대형 IB 진입을 선언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였으며, 후발주자로 나선 하나금융투자도 5000억원 유상증자로 몸집을 키우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그러나 현재는 '라임사태'로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 IB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두 사장 모두 취임 초기부터 초대형 IB에 큰 관심을 나타낸 만큼, 현재 극명한 온도차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하나금융투자, 6번째 초대형 IB 출정 완료
초대형 IB, 후발주자로 나선 하나금융투자가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국내 증권사 중 6번째로 초대형 IB 대열에 합류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초대형 IB 진입을 위해 4997억3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증자는 하나금융투자가 주주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하는 형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4396억원, 하나금융투자는 유상증자 완료 후 금융위원회에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3월 내 완료하고 1분기 이익이 반영돼 자기자본 4조 이상이 되면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신청 경우 관련 조직 및 인력 확보 등을 고려해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의 초대형 IB는 이진국 사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집중해 왔던 사업이다. 2016년 취임한 이 사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하나금융투자 자기자본 규모 확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등 초대형 IB 진출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왔다.
이 같은 물밑 작업을 통해 하나금융투자는 2018년 1조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해 지난해 자기자본 3조원을 돌파했다. 1년 만에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 늘어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입증해야 했던 만큼, 이 사장은 초대형 IB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IB 부문에 대한 운영에서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 사장은 외부 전문가 영입, IB 그룹 내 글로벌사업본부 신설 등 공격적인 해외사업에 나섰다. 그 결과 2016년 말 198억원에 머물렀던 하나금융투자의 IB 부문 순이익은 2017년 591억원까지 증가했으며, 이후 2018년 1159억원, 지난해 3분기 1620억원으로 줄곧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하나금융투자의 실적은 매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당기순이익은 이 사장 취임 첫해인 2016년 말 866억원에서 2017년 1463억원, 2018년 1516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2803억원으로 지난해대비 약 84%, 1282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자본 확충을 통한 IB 빅딜 참여, IB 및 세일스앤트레이딩(S&T)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했다"며 "그 결과 지난해 IB 영업 시장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 라임사태 의혹, 발목 잡힌 '신한금투'
6번째 초대형 IB진입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하나금융투자와 달리 신한금융투자의 행보는 지난해 '라임사태'로 초대형 IB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6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겼다. 이로써 초대형 IB로 인가 받기 위한 자기자본 요건을 갖추고 가장 유력한 여섯 번째 초대형 IB 후보로 손꼽혔다.
김병철 사장은 취임 후 신한금융투자를 초대형 IB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외부 인재 영입, IB본부를 신설하는 등 공격적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초대형 IB로의 도약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대규모 환매 중단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공모 의혹으로 초대형 IB 인가 신청에 발목을 잡히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에 대한 반납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불건전 영업행위 혐의를 적용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분위기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 초대형 IB 진입 가능성 또한 지연될 것이라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인가 심사과정 시 증권사 내부 통제 시스템, 과거 제재 이력, 향후 제재 가능성까지 엄격하게 분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김 사장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상황. 신한금융투자를 이끄는 인물이 '라임 사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납득이 안 된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설사 이를 몰랐다 해도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
유상증자 당시 신한금융지주가 신한금융투자에게 구체적 경영 효율화방안을 요구하며 한 차례 일정을 미룬 점에 비춰, 신한금융지주의 기준이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사장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취임 첫 해 지주의 자금 지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악재로 인해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울러 '라임 사태 수습'이라는 위기관리능력 입증해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2000억대 순익 돌파를 달성했지만, 지난해 2513억에서 2208억원으로 무려 12.1%나 순익이 급격히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에 속도를 내며 자기자본 규모 4조원 등 기반을 잡는 것이 하나금융투자보다 한발 앞섰지만, 잇따른 악재 돌파가 쉽진 않아 보인다"며 "초대형 IB 진출보다 발등에 붙은 불을 먼저 꺼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들은 초대형 IB 지정을 통해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발행어음(단기금융업)을 발행할 수 있으며, 흔히 대형 금융사업을 위한 자금 마련 지름길로 통한다.
현재 초대형 IB 가운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 등 세 곳이 전부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배당사고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으로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