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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키코' 외양간 못 고친 뒷감당 'DLF 사태'까지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2.08 09:28:50

[프라임경제] 10년 전인 2010년 2월8일은 파생금융상품인 '키코(KIKO)'를 두고 기업과 은행 간에 벌어진 첫 본안 소송에서 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준 날입니다. 이날 수산중공업(017550)은 우리은행(000030)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0년 오늘, 키코 사태와 관련한 배상 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2010년 2월8일 키코 첫 본안 소송 판결에서 기업이 패소한 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키코판결 규탄 및 형사고발 결의대회'에 참가한 키코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들의 모습. ⓒ 연합뉴스

2010년 3월 피해 기업 약 150개사는 키코를 판매한 4개 은행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고발했으나 2011년 7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무혐의 처분을 시작으로 서울고등검찰청과 대검찰청에서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키코 사태는 2008년 키코 상품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 약 200개사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죠. 그러나 결국 2013년 대법원은 "키코는 불공정 계약이 아니다"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럼 논란이 된 키코는 무엇일까요? 키코(Knock-In, Knock-Out 영문 첫 글자에서 따온 말)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換과 hedge의 결합어)상품입니다. 약정환율과 변동의 상한(Knock-In)·하한(Knock-Out)을 정해놓고 환율이 일정한 구간에서 변동하면 약정환율을 적용받습니다. 그러나 하한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을 무효로 하고,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1~2배를 오른 환율(시장가)로 매입해 은행에 약정환율로 매도하는 방식입니다.

중소기업청은 2007년 환율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그해 5월부터 '환위험관리 우수기업 인증제'를 도입해 중소기업들에게 환헤지를 권장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환변동보험·선물환거래·통화선물거래·단기금융거래 4가지 헤지기법 외에 위험 상품으로 분류된 키코를 대대적으로 판매했는데요. 

그러나 환율이 예상과 달리 폭등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입니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는 실제 키코 피해 업체는 약 1000곳에 육박하고, 총 3조원이 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키코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인데요. 2019년 12월12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금감원 분조위)는 키코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하도록 조정·결정했습니다. 금감원 분조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키코 사태 때 은행들은 고객에게 배부하는 상품안내장과 위험고지서 등에 레버리지에 따른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오버헤지 시 위험성도 언급하지 않은 채 이익측면만 부각했습니다. 그래서 '불완전판매 책임(제대로 된 설명 없이 상품을 팔면 판매자가 손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 이야기가 나온 것이죠.

금감원 분조위는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에게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기업 4곳에 피해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배상금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으로 총 255억원입니다. 다만 그동안 은행들은 소멸시효가 지나 배임·주주권 침해 등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이사회를 열어 최종 결정하겠다며 결정을 미뤄왔습니다.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피해기업 2곳에 42억원을 배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감원은 키코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와 관련한 은행들의 통보 시한이었던 지난달 8일까지 6개 은행 모두가 수락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자 시한을 한 달 연장했었습니다. 또다시 금감원은 키코 분쟁조정 결정서를 받은 은행들이 한차례 연장된 수락 여부 통보 시한(8일)까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통보 시한을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현재까지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받아들여 기업에 배상하기로 한 곳은 우리은행뿐입니다.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펀드(DLF)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DLF 사태 관련 공익감사를 요구하며 지난해 11월26일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약 10년이 흐른 지금, 금융권의 상품 판매 관행은 개선됐을까요? 파생결합펀드(Derivative Linked Fund, 이하 DLF)가 근래 시끄러웠던 것을 보면,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분쟁조정위원회는 △DLF 출시절차 부실 운영 △자체 리스크 분석 소홀 △부적절한 목표고객 선정 △판매자 교육 미흡 △과도한 수익목표 부여 및 판매독려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DLF 판매 시 투자자성향 임의작성 △손실위험 미설명 △고령자 보호절차 미이행 등 영업점 직원의 불완전판매 행위를 다수 발견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DLF 사태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특히 우리은행은 키코부터 DLF까지 금감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죠.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어느 은행이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설지 의문스럽습니다.

키코와 DLF 사건은 상품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키코와 DLF 모두 금융전문가 간의 거래가 아니었습니다. 만약 해당 상품 계약을 전문가끼리 했더라면 계약이 불평등하게 체결되지 않았을 것이고, 초기 마진을 상품 구조 속에 숨기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키코 사태 때,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쳤으면 지금의 DLF 사태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 외양간을 고치지 못해 또다시 유사한 일이 반복된 것이죠. 지금이라도 키코와 DLF 사태를 확실히 매듭짓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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