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19년 증권가도 '바람 잘 날 없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외풍에 휘청거렸으며, DLS·DLF 사태 및 라임자산운용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금융투자업계 신뢰는 바닥을 쳤다.
하지만 '어둠이 있으면 빛도 있는 법'. 계속되는 악재 속에서도 새로운 변화들이 눈에 띠었다. 증권거래세가 낮아졌고, 종이 증권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여기에 금융투자협회의 새로운 수장도 뽑혔다.
이에 올 한해 증권업계에는 어떤 것들이 변화됐는지 새로운 정책들을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23년 만의 쾌거' 증권거래세 인하
지난 6월3일 '증권업계 숙원'이었던 증권거래세 인하가 실행됐다. 이날부터 코스피 시장은 기존 0.15%에서 0.10%로, 코스닥 시장은 0.30%에서 0.25%로 증권거래세가 0.05%p 하향됐다.
코넥스 시장은 0.2%p를 인하해 0.30%였던 거래세율을 0.10%로 낮췄으며,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 시장의 경우 기존 0.30%에서 0.25%로 인하됐다. 농어촌특별세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0.15%가 유지됐다. 변동된 세율은 시행 사흘 전인 5월30일 거래분부터 소급 적용됐다.

5개 증권 유관 기관들이 5월30일 주식 거래분(6월3일 결제일 기준)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사진은 증권사 모바일 앱에 표시된 공지사항. ⓒ 연합뉴스
증권거래세 개편은 1996년 이후 23년 만에 이뤄낸 것이었다. 지난 3월 정부와 국회·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이 합동 발표한 '혁신금융 추진방향'에 따라 5월28일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 '증권거래세 인하'는 증시 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증권거래세 인하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효과는 아직까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첫해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부터 올해 증시 일평균거래대금은 약 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11조4790억원)에 비해 2조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정부는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0년 6월 '주식 양도세와 증권거래세 조정방안 등 금융세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상황. 현재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모두 증권거래세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내린 뒤 2023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 인하를 좀 더 현실화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담지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종이증권 역사 속으로' 전자증권제도 시행
지난 9월16일에는 전자증권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2016년 3월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공포 이후 3년 6개월만이다.
전자증권제도는 실물증권, 이른바 '종이' 없이도 증권 발행·유통·권리행사 등 모든 증권 사무를 디지털 방식으로 진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실물증권 위·변조나 배당 누락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 네번째)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다섯번째) 등이 종이 증권을 세절기에 넣는 퍼포먼스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18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증권제도 시행 이후 2개월간 실물주권 반납 후 전자등록이 이뤄진 상장주식은 약 9900만주로 집계됐다. 반납 비율은 99.41%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7700만주(89.63%)의 전자등록이 완료됐다.
전자증권제도에 참여한 비상장회사는 167곳으로 제도시행 당시보다 70곳이 늘었다. 종목 수는 180개에서 288개로 108개 증가했다.
비상장회사 전자증권제도 참여비율도 4.3%에서 6.9%로 2.6%p 높아졌다. 전자증권 전환이 의무인 상장회사와 달리, 비상장회사는 회사 신청이 있는 경우 전자증권제도에 참여할 수 있다.
한편 금융위와 예탁원은 주주 및 투자자 등 신뢰 속에서 전자증권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소액주주 등 권익 보호 노력을 지속하고, 제도 저변이 비상장회사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실물주권 제출 및 증권회사 계좌로 전자등록 유도 △비상장회사 전자증권 참여 독려를 위한 수수료 감면 확대 시행 및 추가 인센티브 마련 추진 △비상장회사 전자증권 전환 관련 애로사항 해소 및 건의사항 수렴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개인전문투자자 기준 '대폭 완화'
한편, 금융위는 지난 12월20일 '금융투자업규정'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이날 정례회의에서 의결하고 다음날인 21일부터 시행했다. 주요 내용은 △고위험 상품 투자 가능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 요건 완화 △전문투자자 전용 비상장 주식 거래시장(K-OTC Pro) 신설이다.
이번 조치는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본시장 혁신과제' 내용 세부사항을 규정에 반영한 것이다. 경제 활력 제고 차원에서 혁신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과감히 공급할 수 있는 투자자 역할이 중요한 만큼, 고위험 투자에 대한 감내 능력이 있는 개인전문투자자를 늘린다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우선 개인전문투자자로 인정받기 위한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이 기존 '5억원 이상'에서 '국공채·환매조건부채권(RP) 등 초저위험 상품을 제외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아졌다. 또 잔고 산출 시 인정되는 금융투자상품은 A등급 이하 회사채나 A2등급 이하 기업어음증권, 주식, 원금비보장형 또는 부분보장형 파생결합증권, 주식형·채권형·혼합형·파생상품펀드 등으로 정해졌다.
이와 함께 '본인 소득 1억원 이상' 소득 기준에 '부부합산 1억5000만원 이상' 요건이 추가됐다. '총자산 10억원 이상' 자산 기준은 '총자산에서 거주 중인 부동산·임차보증금 및 총부채 차감액 5억원 이상'으로 변경됐다.
아울러 금융 관련 전문성 요건이 신설되면서 해당 분야에서 1년 이상 종사한 △회계사·감평사·변호사·변리사·세무사 △투자운용인력·재무위험관리사 등 시험 합격자 △금융투자업 주요 직무 종사자 등이 전문투자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개인 전문투자자 인정 절차가 간소화되며, 금융투자협회 등록 절차가 폐지되고 금융투자회사가 요건 심사 후 인정하면서 심사를 맡을 금융투자업자 범위도 정해졌다.
자산 1000억원 이상이고, 장외파생상품 또는 증권에 대한 투자매매업을 하는 금융투자업자로 지난달 말 기준 57개 증권사 중 47곳이 해당한다.
비상장 주식의 장외 유통 활성화를 위해 기존 K-OTC보다 완화된 규제가 적용되는 K-OTC Pro를 별도로 개설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이에 따라 거래 가능 자산은 주식 이외에 사모펀드(PEF)·창업투자조합·벤처투자조합·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지분증권 등으로 확대됐다.
발행인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와 정기·수시공시 의무가 면제되고, 협의거래·경매 등 다양한 매매 방식이 허용된다.
개정안에는 코넥스 상장사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일반공모와 제3자 배정 방식의 경우 신주 발행가액 산정 시 자율성을 좀 더 부여하는 내용도 있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 '5대 금투협회장' 당선
12월20일에는 '34년 증권맨'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이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에 당선됐다. 이날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295개 정회원사 투표 결과, 의결권 기준 과반수 이상인 87.6%가 참여한 투표에서 76.3%의 득표율로 뽑혔다.
앞서 금투협 후보추천위원회는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나재철 사장과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정기승 KTB자산운용 부회장 총 3명을 후보자로 선정했다. 신성호 전 사장은 8.7%, 정기승 부회장은 15.0%의 득표율을 얻었다.
나재철 협회장은 당선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자본시장이 한 차원 더 성장하고 금융투자업이 제 2 도약을 맞을 수 있도록 더 많이 소통하며 말씀드린 정책들을 실현하고, 직면한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두발로 뛰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과 업계 발전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기업들 성장과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임기 동안 자강불식의 자세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1960년 전남 나주 출생' 나재철 협회장은 조선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외국어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국제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했으며 △강남지역본부장 △리테일사업본부장 △홀세일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2012년 대신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후 2차례 연임해 올해까지 8년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금투협회장 출마 당시 공약으로 △자본시장 역할 강화 △미래역량 확보 △회원사 정책 건의 확대 △선제적 자율 규제 △금투협 혁신 TF 총 다섯 가지를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공모리츠 상장 및 세제 관련 지원 △증권거래세 폐지 등 자본시장 세제 선진화 △채권 시장 국제화 및 인프라 개선 △실물 및 부동산 공모펀드 활성화 등이었다.
한편 금투협은 임기를 1년 3개월가량 남긴 권용원 회장이 지난달 6일 불의에 유명을 달리하게 되자 새 회장을 뽑기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다. 신임 협회장 임기는 내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