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농심(004370)은 자사의 제품 '신라면블랙'이 미국 현지의 무인점포 아마존고(Amazon Go)에 입점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1년여가 지난 이달 초 현지의 아마존고 매장에 직접 찾아가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난해 '입점됐다'던 농심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최근 신라면블랙은 아마존고에 없었다.
1호점을 비롯해 시애틀에 있는 3곳의 점포를 직접 돌며 확인한 결과다. 농심 관계자도 "현재는 아마존고에서 판매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그때는 있었고, 지금은 없다'는 게 확인된 사실이다.

시애틀 아마존고 1호점 매대. 농심 측 블로그에서 신라면 블랙이 확인됐던 장소와 동일하다. 머그컵은 있었지만, 신라면 블랙은 찾을 수 없었다. ⓒ 강경식 기자
'퇴출'이라는 단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매우 꺼려했다. 현재 판매가 되고 있지 않을 뿐, 당시에는 판매가 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대규모 미국 투자의 결실을 맺는 시점에 아무래도 가장 미래지향적인 유통 채널에 입점됐던 기억과 퇴출된 현실은 극단적인 내일을 의미하는 것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방문했던 1호점은 이후에 들린 다른 아마존고 매장에 비해 비교적 많은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이 사실을 깨닫는 과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던 배경에는 '신라면블랙'을 반드시 찾고 말겠다는 의지로 멀리 떨어진 3곳(다운타운을 중심으로 그나마 가까운)의 매장을 방문해야 했다.
1호점엔 생각보다 많은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매대마다 우리나라 편의점과 비슷한 제품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간과하지 않은 중요한 사실은 라면매대가 없는 것. 이미 우리에겐 식생활의 중요한 요소가 돼 버린 라면이 아직 미국에선 즐겨찾는 제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앞서 신라면블랙의 입점이 큰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했다. 방대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나온 결과를 토대로 입점이 결정되는 아마존고에 '심플리 아시아(Simply Asia)'와 '애니전누들(Annie Chun′s Noodle)' 등 총 세 가지의 라면류가 입점했고, 그 가운데 유일한 봉지라면이 바로 '신라면블랙'이다.
라면 매대조차 없는 미국 시장에서 아마존고에 입점했다는 사실만으로 보도되는 사실은 큰 호들갑이 아닌 셈이다.

시애틀 아마존고 1호점을 배경으로 촬영된 농심 블로그 영상. ⓒ 농심
출국 직전까지도 농심 관계자는 "판매 데이터로 신라면블랙이 라면 브랜드의 대표 주자로 인정받아 아마존고에 당당하게 입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실을 마주하지 않은 시점의 자부심이 가득 담긴 한 마디였다.
1호점에서 신라면블랙의 흔적을 찾지 못하자, 다음 일정을 고려해 5번가 매장으로 이동했다. 공립도서관을 마주보는 위치에 입점한 5번가 매장은 인근 대형 IT기업이 밀집해 아시아 고객의 비중이 높은 매장이다. 이곳에선 다행스럽게도 3명의 아마존고 직원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시애틀 아마존고 5번가 매장. ⓒ 강경식 기자
시애틀 아마존고 5번가 매장 직원 빌은 "라면은 취급하지 않는다"며 "이곳에 진열된 제품들은 대부분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이 반드시 살 제품들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 없는 제품은 사실상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써니라는 이름의 또 다른 직원에게 신라면블랙의 제품사진을 보여주자 "아시안푸드마켓에 가면 팔 것"이라며 "이곳에서 먹을 수 없는 제품도 일부 있지만, (이곳에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매장에서도 신라면블랙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아마존 측의 충분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아마존고 입점이 단순히 소비자의 피드백에 따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유통경로에 대한 마진의 최적화나 상권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배경이 됐을 것이다.
더불어 농심의 공장이 LA에 위치해 물리적 거리의 이점이 충분한 시애틀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의한 기대가 사라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또 다른 추정도 시작됐다. 실제로 신라면블랙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아닐까? CVS와 월그린 등 드럭스토어에서 신라면블랙을 찾기 어려웠던 것도 이 같은 추정의 배경이 됐다.
라스베가스 스트립에 위치한 CVS와 월그린 총 5곳 가운데 단 한곳에서만 신라면블랙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인타운과 가장 가까웠던 월그린이 유일하게 신라면블랙을 판매했다. 로컬 소비자가 아니라 한국 입맛을 찾는 특정 소비자층만 호응을 보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또 다른 매장을 찾게 만들었다.
세번 째 방문한 아마존고는 시애틀대학 인근에 위치했다. 이 곳에서도 신라면블랙을 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고에서 신라면블랙을 찾는 미션은 실패로 끝났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11월 이전까지 판매됐던 사실은 국내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도 확인됐다"며 "최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구글 맵을 통해 시애틀에 총 5개의 아마존고가 운영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 강경식 기자
아쉬움보다 앞선건 당황스러움이다. 반나절동안 총 8km를 도보로 이동해 세 곳의 아마존고를 수색한 결과는 참담했다.
입점과정에 대한 설명은 퇴출과정에 대한 설명과 같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기 때문에 빠진 것이다. 혹은 한정된 매대에 다른 제품을 넣어야 했기 때문에 빠진 것이다.
유통채널에 대한 입점과 퇴출은 흔히 벌어질 수 있는 다반사지만, 아마존고에 입점했다는 사실이 그러했듯, 퇴출됐다는 사실 또한 농심에게 큰 의미를 내포했다.
더욱이 농심의 대미국 투자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북미시장 개척의 노력은 고비용으로 귀결됐다. 2000년대 초 LA공장 건설에만 600억원을 들였고, LA인근 코로나에 또 다른 공장을 설립하려 추진중이다. 월마트와 직거래를 트기 위해 직배송을 추진하며 들인 비용도 크다.
기대는 상처로 돌아온 셈이다. 더이상 다른 아마존고 매장에서 신라면블랙을 찾기 위해 시도 할 이유가 사라졌다. 자랑스럽게 보도하고 싶었던 마음은 식어버렸다.
농심의 책임이나 탓은 아니다. 되려 농심 관계자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 보도 필요성을 되물었다.
그러나 농심의 블로그나 일련의 보도는 여전히 아마존고 입점을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정정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팔리고 있지 않게 된 원인이 농심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도 서로 확인했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이슈를 대하는 농심측의 태도는 적극적이지 못했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소비자가 미국에서 신라면블랙을 구매하기 위해 아마존고를 찾는다면, 이 기사만이 유일하게 도움이 될 것이다.
가장 미래지향적인 최말단 유통 현장에서 농심의 미래를 보려 했던 시도는 실패로 끝이 났다. 소비자의 니즈를 판매결과로 확인하고, 적절성을 고려해 입점시키는 아마존고에서 더 이상 신라면블랙을 찾을 수 없게 된 이유를 농심은 찾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소한 여태것 부여해 온 아마존 고 입점의 상징성의 무게를 부인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유를 찾는 노력을 보여주기라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