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업계가 이 같이 주목하고 있는 데는 신동빈 회장의 행보와 맥을 같이 한다. 올 초까지만 해도 롯데케미칼(011170) 측은 2차전지 사업진출에 대한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얼마 전 롯데그룹이 2차전지 소재 부품사인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9월에 열린 본 입찰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등 2차전지 사업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2차전지 사업은 화학업계가 명실상부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꼽고 있고,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해당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실제 인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신 회장이 전면에 나설 정도로 롯데그룹이 2차전지 사업 진출에 뛰어든 것은 위기에 봉착한 롯데그룹의 성장 측면에 있어 희소식임에는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롯데그룹이 경쟁사에 비해 뒤늦게 뛰어든 2차전지 사업 투자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그동안 투자가 현저히 저조했던 탓에 2차전지 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M&A(인수합병) 밖에 해결책이 없지만, 이 마저도 위기에 봉착한 롯데그룹에게는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즉, 비상경영체제 선언에 따라 경영전략 변화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그룹에게 적잖은 진통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신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롯데케미칼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수익성 창출을 위해 급하게 사업다각화를 하려다보니, 계열사를 배제하고 진행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히타치케미칼) 인수와 관련해서는 그룹이 직접 나선 것이라 전혀 들은 바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롯데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이유가 사실상 그룹이 중점 투자사업으로 낙점한 화학사업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는 그룹에서 화학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국내 1위 · 글로벌 7위 화학사로의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서다.
구체적으로 롯데그룹은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 확보 차원에서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애탄크래커(ECC) 공장에 총 31억달러(한화 3조6000억원) 투자에 이어 10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시설을 포함한 석유화학단지 조성을 위해 인도네시아에 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롯데케미칼의 지난 2·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6%, 37.5% 감소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신동빈 회장은 화학사업 성장전략으로 기초사업을 먼저 다지자는 것이지만,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실적이 기대와 달리 급락하자 뚝심 경영을 잠시 내려놓고 수익성 창출을 택했을 것이다"라며 "그 선봉장이 바로 향후 수익성이 기대되는 2차전지 사업인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이 뚝심 경영이 아닌 그룹이 직면한 상황을 조금 더 유연하게 대처했다면 그룹이 2차전지 사업과 관련해 불필요한 투자를 감행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2차전지 사업에 대한 진출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롯데케미칼이 2차전지 사업을 이끌 주체이기 때문에 롯데케미칼 측과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인수전에 참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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