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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역할 끝' 혹은 '맷집'…최태원 '서든데스' 소화제 맡을까

역할 소멸론이나 비중 축소론 대신 튼튼한 기조 역할로 방점 이동 가능성 주목

임혜현·박지혜 기자 | tea@·pjh@newsprime.co.kr | 2019.10.25 11:44:17

[프라임경제] 이번 3·4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과 매출액 등을 열어본 이들의 평가가 엇갈린다. 반도체 업황상 불가피한 성적표라는 관점에서는 향후 회복 국면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게 둔다. 정작 당사자인 SK하이닉스가 투자 규모와 배당 정책 조정 등 신중론을 꺼내든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서든데스' 발언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2016년 그는 잘 나가는 기업도 한 순간 망할 수 있다는 서든데스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이후 2017년 '포스트 반도체'를 모색하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당시는 반도체 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초호황에 접어들었던 때다. 하지만 기업은 호황이 끝났을 때를 미리 고민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드러냈던 것이다.

이후 상황은 어땠나? SK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신사업 진출·투자 강화를 통해 정보통신(ICT)를 반도체를 잇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낸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풀이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서든데스 우려 이후 그룹에서는 포스트 반도체 구상을 마련해 왔다. 근래 하이닉스가 실적 침체를 겪으면서 이 위기 인식이 새삼 주목받는다. ⓒ 연합뉴스

현재 반도체가 업황 사이클에 따라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고, 투자와 배당을 축소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점을 보면 반도체 '이후'라는 점에 시선이 확실히 갈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반도체 즉 SK하이닉스가 중요성 면에서 뒤로 밀려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실제로 그렇게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SK그룹은 다양한 분야에서 북미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3년간 미국에 50억달러를 부은 셈이다. 지난 9월 하순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유력 인사들을 대거 초빙, ' SK의 밤' 행사를 열었다. 동남아(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중 하나인 마산그룹과의 협력)와 유럽(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기공)에서의 활동도 돋보인다.

하지만 ICT 사업의 발전에서 '하이닉스가 갖는 의미'를 볼 필요가 높다. 이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SK그룹에서는 ICT 비중이 비약적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당시 맥락도 중요한 부분이다. 당시 최 회장은 무리수라는 그룹 내외의 난색 표명에도 기존 에너지·화학만으로는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며 하이닉스 전격 인수를 단행했다.

ICT 발전을 위해 '통신의 역량 발휘+여러 회사의 영역 시너지'를 고려하려고 해도 반도체(하이닉스)가 침체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 계속 논의되는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SK텔레콤 등을 괴롭히는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주식 보유 비율 족쇄를 깨는 게 관건이다. SK텔레콤을 핵심으로 보고 이 족쇄를 끊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연히 개편 와중에 SK텔레콤 밑의 SK하이닉스 역시 혜택을 볼 수 있고 또 그 효과 역시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이번 분기 실적 발표 조금 전인 21일,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3세대 10나노급(1z ㎚)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 DDR4 D램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제품 D램의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이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이후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 진입 등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할 기반을 예상보다 빨리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풀이된다. 다음 단계인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의 안정적 진입 등에서도 의미가 있다. SK그룹으로서는 SK하이닉스의 믿음직한 역할 유지에 앞으로도 기대할 바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서든 데스 경고와 새 전략에 박차를 가하던 상황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정유·화학사업을 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축포를 쐈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1분기에 분기 영업이익 사상 첫 2조원 돌파 기록을 내놨다.

반도체 공정을 살펴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포스트 반도체 전략 구사에는 역설적으로 반도체의 맷집이 중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 SK그룹

결국 SK그룹의 미래 동력 확보와 노림수 전략은 기존의 주력 영역이 사양길에 접어드는 것에 따라 불가피하게 떠나는 유목 상황에 가깝다고 평가하기 보다는 가장 잘 할 때 그 다음으로 방점을 옮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약탈적 유목'으로 사막이 생기고, 그 '사막을 뒤에 남기고' 부득이 떠밀리듯 떠나는 게 아니라, 남겨두는 곳 역시 앞으로도 선전할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므로 과감한 베팅을 할 수 있다는 풀이다. SK그룹의 미래 전략 구사(전통산업에서 반도체 인수로 중심축 변경을 꾀한 것 그리고 포스트 반도체 선언)들에 너무 박한 점수를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도체가 튼튼한 맷집으로 '베이스 캠프' 노릇을 해줄지가 결국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새롭게 떠오르는 신성장 동력원들에만 눈길을 줄 게 아니라는 해석과도 맞닿는다. SK그룹 전반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전초적 격인 향후 몇년간의 국면에서 이 점 역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영역이 서든 데스론에서 거론되는 언제고 망할 수 있는 몸통을 대표할지, 답답함을 풀어낼 소화제 역할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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