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회복이 기대되지만 내실을 다지기 위해 체력진단에 들어가는 상황.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 기회에 나온 이야기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로 꼽혀 왔다.
이번 3·4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의 큰 폭 감소가 우선 눈에 띈다.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93%나 급감했다.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40.1% 감소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한 것이라는 풀이다.
다만 현재가 바닥 아니겠냐는 풀이가 뒤따른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 중이고, 내년 1·4분기는 비수기라는 점이 악재이긴 하지만,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본격적인 반등 시작을 기다리면 된다는 점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은 것. 이 같은 인식은 투자와 미래 전략 등에 눈길을 둬야 한다는 시각으로 이어진다.
◆투자와 배당 모두 메스, 그간 다져놓은 펀더멘탈 덕 볼 때?
그런데 SK하이닉스의 반응은 이런 관점과는 약간 달라 보인다. 우선 SK하이닉스에서는 투자와 배당 등에 다이어트를 할 뜻을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년 생산과 투자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드러냈다. 차진석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이 모두 올해보다 감소하고 투자도 올해보다 상당 수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한 것.
내년 생산과 투자를 모두 줄여 시장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인데, 그 의미를 어떻게 곱씹어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무작정 굶는 다이어트'에 비견할 것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현재 D램은 이천 M10 공장의 D램 생산 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낸드플래시는 2D낸드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진다. 상황을 관찰하면서 이에 대처하는 '정중동'으로 가지 않겠냐는 전망을 낳는 대목이다. 특히, 이미 SK하이닉스는 상당 기간 대규모의 시설투자를 해 놓은 터라 숨고르기를 할 때 불안감을 괜히 갖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2014년 5조2000억원 △2015년 6조6500원 △2016년 6조2900억원에 이어 △2017년에는 10조3000억원 △2018년 17조원 등 10조원 이상의 투자도 퍼부었던 것.
배당 정책에도 메스를 대지만 이미 그간의 주주친화적 배당 정책으로 어느 정도 도리는 다한 터라 큰 불만이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뒤따른다. 2014년부터 현금배당을 시작하고 매년 배당금을 늘려왔기 때문. 컨퍼런스콜에서의 발언 내용 역시 영업이익 감소 등이 두드러진 터라 올해는 기존 배당 정책을 적용하기에 무리가 따른다고 보고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도라서, 미래를 기약하는 문도 열어둔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등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중심 부분에 손을 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마이크를 잡은 최 회장의 모습. ⓒ 연합뉴스
그 배경을 놓고는 SK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게 아니겠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SK그룹은 지난 2010년 SK(주)와 SK C&C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평가된다. 불필요하고 뜬금없는 얘기라고 일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의 발전과 미래 전략의 자유로운 구사를 위해서는 손을 볼 여지가 남아 있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 아래에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이 이합집산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핵심적으로 손을 댈 요소이므로, 잠시 업황이 좋지 않은 이때 전체적으로 체력을 파악, 확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 '비축의 시점'에서 마침 닥친 업황 사이클을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5G 국면 최대한 활용, 통신과 반도체 역량 발휘 '여전히 중요'
SK텔레콤이 인적분할과 합병을 통해 그룹 지주회사인 SK(주)와 지배구조 재편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은 진부한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SK(주)가 최근 718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터라 재조명의 가치가 없지 않다.
현재는 SK(주)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로 돼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투자제한 문제로 미래 성장동력 가동에 애로점이 없지 않다.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독립적 투자 결정상 문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보유(상장사는 20%, 비상장 회사는 40% 이상)해야 한다. 자회사 역시 손자회사(상장사 20%, 비상장 4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거느릴 때는 더 큰 규제가 존재한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증손회사(국내기업)의 지분을 100%를 소유해야 한다.
SK그룹은 특히 사업 영역이 방대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그런 만큼 자회사는 물론 손자회사를 다수 거느린다. 대표적인 연결고리에 바로 SK하이닉스가 있다. 'SK(주)→SK텔레콤→SK하이닉스'만 해도 이미 자회사와 손자회사가 등장한다. 따라서 다시 SK하이닉스가 투자할 때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 증손회사 족쇄가 작동한다.
투자를 비롯해 합작법인 설립, 인수합병(M&A) 등에서는 신속하고 독립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물론 지주회사와 상의를 거쳐야 하니 아무래도 일정이 지연되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활용한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그래서 계속 회자된다. SK(주) 자회사인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를 SK(주)와 합병하는 방안에 관심이 가장 모아진다. SK텔레콤(투자회사)을 그룹 지주사인 SK(주)와 합병하면 SK하이닉스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올라서는 효과가 있다.
그간 지배구조 개편은 어느 등 '대주주 일가의 이익 문제 극대화' 각도에서 주로 논의돼 왔다. 오너 등으로선 SK(주)와 SK텔레콤 투자회사 합병 시 SK(주)의 주가가 올라 가치가 커야 지분 희석을 줄일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그래서 자사주 매입 등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도 개편은 유용한 소재이자 방편이다. 앞서 거론했듯 M&A 문제 등 때문이다. SK그룹이 눈여겨 보는 미래 방향에 성장사업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무선통신 사업을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와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모빌리티 등 신규 성장사업에서 모멘텀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 당장 바로 업황이 풀리진 않더라도 내년에는 어쨌든 5G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 확대되며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에게 기회가 온다는 분석은 유효하다. 근래 드러나고 있는 '미세공정 실력'도 관전 포인트다. SK하이닉스가 SK텔레콤 등과의 시너지 즉 내년 이후 5G 시대 진입 등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할 기반 강화를 위해 나설지 주목된다.
SK그룹 상황에서 통신과 반도체의 두 요소가 믿음직한 존재라는 점을 바탕에 깔고 보면, 이번 SK하이닉스의 다이어트는 장어가 알을 낳기 위해 떠나는 긴 여정을 앞두고 자기 몸을 영양덩어리로 개편하는 상황을 연상케 하는 면이 강하다. 자사주 활용 스킬 이상의 그림, 그룹 전반의 명운 차원에서 이들의 연결 시스템 손질을 볼 필요도 그래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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