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깡통어음'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들이 경찰 수사를 거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경찰이 이들의 개인 범죄혐의 이외에 법인까지 법적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의견을 검찰에 제시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직원에 그치지 않고 경찰이 직접 법인에 책임을 묻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직원의 일탈이나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인에 책임을 묻는 건 금융당국의 몫이었다.
5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한화투자증권 직원 A씨와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 B씨를 기소의견으로 전날 검찰에 송치했다.
아울러 경찰은 양벌규정에 따라 A씨와 B씨가 속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도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깡통어음 사건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관리·감독 소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판단해서다.
이번 사건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한화투자증권 A씨와 이베스트투자증권 B씨는 지난해 특수목적회사를 세운 뒤 중국 에너지기업인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CERCG캐피탈)가 발행한 회사채 약 1억5000만달러(약 1646억원)를 담보로 어음을 발행해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300억원) △KB증권(200억원) 등 국내 6개 증권사가 해당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구매했다.
그러나 CERCG의 지급보증을 받아 발행된 이번 어음이 부도위기에 몰렸고, 해당 어음이 만기를 맞았음에도 CERCG캐피탈은 원리금을 채권자들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CERCG 본사 역시 지급보증을 이행하지 않아 해당 회사채와 어음은 결국 부도를 맞았다.

ⓒ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경찰은 어음 부도의 원인은 CERCG의 지급보증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당초 어음을 발행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중국외환국(SAFE)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SAFE에는 CERCG 본사의 지급보증을 승인한 이력이 없었던 것. 또 경찰은 A씨와 B씨가 CERCG로부터 받은 52만5000달러(약 5억6000만원)가 CERCG캐피탈 회사채를 무리하게 어음화해 국내 증권사들에 판매하는 대가였을 것이라고 봤다.
즉, 경찰은 뒷돈을 받은 두 직원이 어음을 구매한 증권사들에 SAFE 승인에 대한 정보를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고 본 셈이다.

ⓒ 현대차증권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는 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기 전에 해당 증권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 교보증권 등에서도 이건에 대해 검토를 했으나 실사를 진행한 후 위험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진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은 실사 없이 진행한 후 국내 증권사에 판매해 피해를 키웠다는 점과 직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점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개인투자금액 및 기관투자금액 1646억원이 중국으로 빠져 나간 국부 유출 사건과 다름없다며, 현재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명확한 만큼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직접 피해액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이 직원이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통한 관리·감독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직무유기를 한 것과 다름없다"며 "직원이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판매했을 때 법인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추후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우선 직원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선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아직 검찰 수사단계가 남아있는 만큼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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