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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포스코 리튬사업' 실체 추적

[심층진단 포스코 ④] 권오준 전 회장, CTO 시절 주도…리튬 신기루에 홀렸나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19.03.27 17:07:56

'리튬사업 연구개발 책임자 퇴직관련 모니터링' 포스코 내부 보고서에는 리튬사업에 대한 부정적 결과 도출과 이 사실을 보고 받은 권오준 당시 포스코 회장이 격노했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포스코(005490)가 근래 8년간 급증한 부채로 경영 판단 능력에 대한 우려는 물론, 주가 하락 상황까지 직면했다. 본지는 '경영 실패 논란'의 포스코와 관련해 네 번째 순서로 포스코가 중점 추진 중인 리튬사업에 대해 조명한다.

포스코의 미래먹거리로 조명받고 있는 리튬사업. 하지만 그 실체에 대한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업을 주도했던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의 절실함에 비해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사라진 아르헨티나 기록, 현장답사 결과 공장 無 

2016년 포스코가 작성한 프레스룸자료 '포스코 리튬 상업화 본격 추진'을 보면 포스코는 대단히 야심차게 리튬 문제에 뛰어 들었음을 알 수 있다.

해당 자료는 △2010년 '화학반응을 이용한 리튬직접추출 기술' 세계 최초 개발 △2011년 RIST 시험 생산설비 구축 및 가동(연간 생산량 20t) △2013년 칠레 마라쿵가 염호 시험생산 완료(연간 생산량 20t) △2014년 아르헨티나 포주엘로스 염호 시험생산 완료(연간 생산량 20t) △2015년 아르헨티나 카우차리 염호 시험생산 완료(연간 생산량 200t) △2016년 아르헨티나 포주엘로스 염호 상업 생산 공장 착공(연간 생산량 2500t)-연내 완공 및 상업 생산 개시 예정의 순서로 주요 사업 추진 경과를 설명했다.

그런데 2017년 2월7일 포스코에서 배포한 자료에서는 내용이 달라진다. 

2017년 자료에는 △2014년 아르헨티나 포주엘로스 염호 시험생산 완료(연간 생산량 20t) △2016년 아르헨티나 포주엘로스 염호 상업 생산 공장 착공(연간 생산량 2500t) 2개의 항목이 빠져 있다. 그리고 2016년 해당하는 내용으로 △국내 광양제철소 내 리튬화합물 플랜트 구축(연간 생산량 2500t)-2017년 플랜트 본격 가동을 통한 상용화 제품 생산계획이 추가돼 있다.

2016년 포스코 프레스룸 자료(선 위)와 2017년 초 포스코 프레스룸 자료(선 아래)에 제시된 리튬사업 주요 추진 성과의 내용이 다르다. 사진은 포스코 프레스룸 화면 캡쳐본을 본지에서 편집한 것 = 장귀용 기자.



기록이 사라진 아르헨티나 포주엘로스 건은 여전히 진행되면서도 기록에서만 누락된 것일까? 2016년 2월 권오준 전 회장이 현장에 직접 방문, 상업 생산 공장 착공식까지 한 게 포주엘로스 건임을 고려하면 의아함이 생긴다. 

이와 관련, 2018년 3월27일 MBC방송 'PD수첩'에서 직접 포주엘로스 현지를 답사했으나 공장을 짓기 위한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포스코는 살타주 포주엘로스와 카우차리 염호의 생산량을 묻는 질문에 "아르헨티나에서 파일럿 플랜트를 운영 후 철수했다"고 답했다. 권 전 회장이 의욕적으로 챙긴 사안이 불과 얼마 뒤 발을 빼도 되는 건, 시험적으로 해 본 건으로 성격이 격하된 셈이다. '주주설명자료'와 홈페이지 투자현황 등에 표시된 카우차리 200t 생산 장비의 행방도 묘연해진 것도 의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르헨티나의 리튬시설은 PP설비(즉, 파일럿 플랜트)이며 지금은 철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좌충우돌과 세부 내용 수정 범위에 들어가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지가 단독 입수한 '리튬사업 연구개발 책임자 퇴직관련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포스코 아르헨티나 건은 그렇게 이해할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우려된다. 이 보고서는 리튬사업 책임자로 초기부터 연구개발을 이끌어 왔던 전모 상무의 퇴직 경과를 추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 파일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데모 플랜트 가동 시 신사업관리실 직원들이 출장을 통해 추출률과 순도, 생산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전모씨가 보고한 내용과 달리 부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는 것.

포스코의 '리튬사업 연구개발 책임자 퇴직관련 모니터링' 자료에는 리튬 사업에 의문점이 제기돼있다. 사진은 해당 보고서 첫 페이지 일부. = 장귀용 기자



보고서는 "회장님(당시 재직 중이던 권오준 전 회장을 가리킴)께 현재 리튬추출 프로세스로는 경제성이 없어 사업이 곤란하다고 보고하자 회장님께서 격노하셨다고 함"이라고 당시 정황을 소개하고 있다.

권 전 회장은 CTO 시절, "포스코가 남미에서 리튬 확보에 나선 것은 장기적으로 스마트그리드 시대가 올 것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이 급속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산업은 한계에 이르렀다. 포스코는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결합한 그린시스템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리튬사업에 대해 정준양 전 회장 때부터 직접 챙기고, 그 후임 회장인 권 전 회장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과 CTO를 지내던 시절부터 책임주도했다는 세간의 인식이 빈 말은 아니라는 것.

◆리튬사업 정식 감사 필요 내부 지적에도 무리한 투자 ing

그런데 해당 보고서는 '종합의견'으로 전모씨가 진행해온 리튬사업에 대해 "생산수율·경제성·설비구매 등 많은 부분이 투명하지 못하고 비윤리적인 요소가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CEO 보고서도 상당 부분 허위보고가 된 것으로 추정되므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정식 감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하게 언급했다.

이어 말미에 "리튬사업은 국가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CEO의 최대 역점사업 중 하나"라며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포스코가 작성한 2016년 퇴직한 전모 상무의 퇴직 후 모니터링 보고서에는 리튬사업에 대해 생산수율·경제성·특허권·설비구매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장귀용 기자


과연 이 보고서는 왜 이렇게 걱정스럽게 아르헨티나 건을 바라봤을까? 2014년 8월 아르헨티나 카우차리에서 연간 생산 200t의 설비 투자금이 준공 당시 3000만달러(2014년 기준 약 320어원)임에 비해, 2016년 국내 광양제철소에서 연간 2500t을 생산할 경우 설비투자는 260억원만 하면 됐다는 것이다. 상당히 비효율적인 대외 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목. 

업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염호 이용 리튬생산의 설비비용은 오히려 국내 광양제철소에 적용된 폐전지 활용 리튬생산 설비비용보다 저렴하다고 한다. 오히려 국내와 아르헨티나 건의 생산량은 10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이런 계산 결과가 나오게 됐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렵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 사업은 R&D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연간 생산량 2500t 규모의 아르헨티나 포주엘로스 공장이 진행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사업장은 광권을 소유한 리테아 측에서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등 문제가 발생해 진행되지 못한 것이고 어떠한 손해도 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2018년 9월경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포스코가 추혜선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문서(커뮤니케이션실 작성), 이른바 '리튬사업관련'을 살펴보면 포스코는 설비투자로 아르헨티나(2016년 2월~2017년 2월, 즉 포주엘로스 사업 시기에 해당)와 광양제출소 탄산리튬 공장(2016년 2월~2017년 2월)에 576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히고 있다.

광양제철소 건립과 관련해 포스코가 전라남도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는데 당시 투자 금액은 총 260억원으로 알려졌다. 포주엘로스를 시작도 하지 못하고 철수했지만 손해는 없었다는 항변은 그래서 믿기 어렵다는 것. 576억원과 260억원 사이의 갭, 즉 약 310억원 정도의 행방과 씀씀이에 대한 해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

포스코 커뮤니케이션실이 2018년 9월 국감을 앞두고 추혜선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리튬사업' 문건에는 2016년~2017년 설비투자 금액을 576억원으로 적시했다. 포스코와 전라남도와 투자양해각서를 통해 광양제철소에 투자하겠다고 한 금액은 260억원으로 약 310억원의 행방과 씀씀이에 대한 해명이 요구된다. ⓒ 추혜선의원실



광양에서 생산되는 리튬도 논란이 없지 않다.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내부제보가 있는데 제보자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리튬에 불순물이 섞여 품질이 떨어져 상품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공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품질에는 문제가 없고, 생산하는 대로 판매가 이뤄진다고 항변했다. 본지에서는 품질과 판매처 등에 대한 자료 제시를 통해 반론 내용을 확인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거절 답변만 돌아왔다.

◆절차적 문제, 왜 굳이 위임장까지 동원해 회장이 대리 사인을 했나  

권 전 회장이 '리튬 신기루'에 홀려 모호한 투자를 하고 그로 인해 회사에 손실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이 의혹을 키우는 또 하나의 문제점이 있다.

바로 절차적 문제. 본지는 애초 15일 단독기사를 준비하면서, 포스코에 "아르헨티나 사업을 위해 리떼아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당시 계약 문서를 확인해 보니, 회장란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 서명란 모두에 권 전 회장이 사인한 것으로 돼 있다. 이 칸까지 권 전 회장이 서명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문의한 바 있다.

본지가 입수한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테아사와 2014년 7월25일 채결한 '기술라이센스' 계약서와 추가로 채결한 '수정계약서' 사본. 해당 계약서에는 포스코와 RIST원장 결재란 두 곳 모두에 포스코 재무투자실장과 권오준 당시 회장이 서명 내지 결재한 내용이 발견됐다.(기술라이센스 계약서에는 이모 당시 포스코 재무투자실장이, 수정계약서에는 권 전 회장이 포스코와 RIST 원장 결재란에 서명 내지 결재) = 장귀용 기자



이에 회사 관계자는 "포스코 회장 및 RIST 서명란에 모두 서명한 문서가 없다"고 주장했다. 권 회장 1인이 2칸에 모두 서명한 문서 존재를 부인한 것이다.

본지는 리테아와 체결한 문서(기술라이센스 계약서 및 수정계약서)를 입수, 기사로 정리하면서 이 위임장 없는 처리의 문제점을 강력히 언급하고자 했다(기술라이센스 계약서에는 이모 당시 포스코 재무투자실장이, 수정계약서에는 권 전 회장이 포스코와 RIST 원장 결재란에 서명 내지 결재). 

권 전 회장은 남미 해외자원개발이 추진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RIST 원장을 지냈다. 7대 원장으로 재임했던 것. 당시 원장 임기는 2009년 9월10일에서 2012년 2월25일까지였다. 

따라서 본지는 그가 RIST 원장으로서의 임기는 계약서 서명 당시에 보면 이미 한참 전 만료된 점을 주목했다. 아무리 회사 내부의 최고위급 인사라도 다른 이의 직분에 함부로 서명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후 포스코는 관련 계약 당시 상황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놨다. RIST에서 위임장을 받아서 직인처리한 것이라고 추가 해명한 것이다.

본지 기자들은 포스코를 21일 방문, 포스코가 주장하는 위임장을 비공개를 조건으로 열람했다. 물론 해당 위임장은 외부 공개가 안된다는 회사 측의 판단과 해당 이미지를 제공할 수 없는 포스코의 입장과 반론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 회사 측 입장을 적극 수용했음을 밝힌다.

본지에서는 이런 포스코의 요청과 해명, 자료 제공 등을 반영, 위임장이 없이 일을 처리했다는 당초 답변과 달리 정확한 상황을 정리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추가 설명과 확인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리테아와의 계약서에 포스코와 RIST 서명란에 권오준 당시 회장이 모두 서명한 문건사진. 본지에서는 이 문건을 바탕으로 포스코에 최고위급 인사가 다른 이의 직분에 함부로 서명한 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포스코에서는 해당 문제에 대해 위임장을 통해 직인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장귀용 기자



RIST는 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원천기술을 이전받아 리튬관련 기술을 포스코에 뒷받침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게 정설이다. 또한 포스코는 2010년에 '화학반응을 이용한 리튬직접추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술이 강하고 기술인이 우대받는,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직장문화를 가진 것으로 평가돼 왔던 게 바로 포스코이고 이런 점은 RIST와 리튬 영역에서도 잘 작동돼 온 것으로 본지는 기대한다.

그런데, 막상 본지가 주목한 이 계약에서는 왜 RIST 원장에게서 굳이 위임장을 받아가면서까지 회장이 혼자 일을 챙겼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일정상, 내부 사정상 여러 이유가 거론될 수 있다. 내부 견제를 막으려고 강제로 RIST를 배제하고 처리했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만약에 당시 RIST에서 꼼꼼하게 이 문제를 직접 챙겼더라면 내부견제에 여러 문제점이 미리 스크린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내부 보고서가 지적했던 각종 우려와 의혹을 선제적으로 잡아낼 마지막 내부 브레이크가 너무도 쉽게 작동 불가 상황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결과론적인 지적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본지는 사실관계를 보다 명확히 하고 향후 위임장 그 이후 부분을 계속 주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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