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눈 내리면 강아지와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어느덧 나이가 들면 걱정이 늘어난다. 적게 와도 "얼면 길 미끄럽겠네" 염려스럽고, 많이 오면 "저걸 어떻게 치우나?" 본격적으로 걱정은 부풀게 마련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안전 걱정'인 셈이다.
덧붙이는 말 하나 더.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성인 중 상당수가 눈을 싫어하게 되는 계기로 군대의 눈 추억을 꼽을지도 모르겠다. 작전상 필요성으로 군대에서는 특히 제설 작업을 강조하는데, 눈을 열심히 밀어도 또 폭설로 새롭게 쌓이던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제설차가 지나가면 혹은 슬슬 뿌리는 제설제로 해결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때다.
군대 생활 중 내리는 눈을 보며 푸념만 하지 않고 제설제 개발을 궁리한 이가 있다. 전역 후 창업까지 하며 청년 사업가로 변신했다. 불가사리 추출물을 이용한 친환경 제설제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제설제 하나로 스타트업체를 시작한 그는 양승찬씨다.
◆고교 시절부터 흡착제 관심, 군 복무 중 사업 구상
양승찬 스타스테크 대표는 경기과학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진학했다. 화공과를 택한 이유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흡작제(기체나 용액의 분자들이 고체 표면에 달라붙는 현상을 받아들이는 고체물질)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염화이온을 흡착하는 불가사리 추출물이 친환경 제설제로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회상하는 그는 여러 가지 실험을 꾸준히 계속했다.
그러던 중 입대를 했다. 보통 군복을 입으면서 책이나 취미와는 담을 쌓게 된다. 하지만 그는 특히 운이 좋았다. 적성과 관심사를 살릴 계기와 우군을 모두 만났기 때문이다.

양승찬 대표는 군 복무 시절 평소 관심사이던 흡착제 기술을 접목한 제설제 개발 기회를 얻었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젊은 창업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 프라임경제
군대 동기 2명과 함께 불가사리 추출물을 활용한 제설제 개발 사업을 해보자는 결의를 한 양 대표. 마침 마음 맞는 동기들이 있어 잡담이 아닌 제설제 개발을 해보자는 꿈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지루하지 않게 호응해 주는 이들 덕분에 흥미삼아 이야기하던 와중에 결정적인 기회도 찾아왔다.
2017년 중소벤체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국방부가 '도전! K-스타트업'을 공동개최한 기회에 출사표를 던지게 된 것 . 처음에는 포상휴가도 받아보고 재미로 해보자고 했던 것이지만, 실제로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사업화가 급물살을 탔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던 아이템이 실제 대회를 준비하고 도전하면서 구체화됐다. 국방부를 통해 올라간 600개 팀 중 1위, 전체 4055개 팀 중에서도 당당히 상위권인 16위를 차지하면서 국방부장관상까지 받게 됐다. 군대 동기들과 사업을 준비하고 연구를 계속할 신바람의 동력으로는 충분했다. 그 결과 전역 후 창업까지 이어졌다.
전역 후 군대 동기 2명과 법인을 설립한 양 대표는 기존에 존재하던 불가사리 흡작제 연구들을 참조하고, 학교 교수진·연구진 등의 도움을 얻어가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중금속을 흡착한다는 불가사리 성분을 활용한 제설제 개발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양식업계에서 싫어하는 불가사리. 조개류를 잡아먹어 해를 끼칠 뿐, 딱히 쓸모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료화 논의도 있었지만 큰 인기가 없었다는 것. 하지만 흡착제 영역으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실험에 실험을 거듭할수록 불가사리 추출물을 택한 게 탁월한 선택이었음이 확인됐다. 다른 친환경 제설제의 경우 일반 소금 대비 120~130%의 유빙성능을 보였지만, 불가사리 추출물을 이용한 스타스테크의 제설제는 166%까지 기록했다.
다른 장점도 탁월했다. 눈을 녹일 목적으로 소금이나 염화칼슘 등을 뿌릴 때 걱정되는 것이 바로 부식 문제다. 겨울을 넘긴 뒤 차량 하부를 꼼꼼히 씻을 필요도 여기에 있다. 도로에 일명 포트홀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일반 제설제가 소금 대비 30% 부식률을 보이기만 해도 친환경 제설제로 인증해 준다. 그런데, 스타스테크에서 개발한 'ECO-ST1'은 0.8%의 놀라운 부식 비율을 기록했다. 부식을 거의 일으키지 않았던 것이다.
◆'바다의 천덕꾸러기' 활용하니 비용 절감, 성능 탁월해 수출도
불가사리 추출물을 사용하면서 제설제에 첨가되던 부식방지제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는데, 이게 주효했다. 더욱이 기존 부식방지제는 비싸다. 불가사리 추출물 덕에 유빙성능 제고, 부식률 감소에 원가를 절감하고 어촌 환경에도 기여하는 복합 효과를 얻은 것이다.
양 대표는 "수협이 연간 1300톤의 불가사리를 수매해 처리하는데 대부분이 소각처리를 해서 2차비용까지 발생한다. 그런데 우리 업체에서는 불가사리를 무상으로 수거하고 수협에서는 처리비용이 절감되니 냉동창고까지 지원하며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법인을 설립하고 당진에 생산 공장을 마련하면서 친환경인증과 특허출원을 하고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양 대표는 "최근에 벤처인증과 함께 '품질경영시스템인증(ISO9001)'과 '환경경영시스템인증(ISO14001)'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일본 수출 등 쾌거에도 양승찬 대표는 여전히 도전 정신으로 불탄다. 앞으로 상장을 추진하고 공모전 도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 프라임경제
조달청을 통해 각 지방자치단체로 공급하고 아울러 제품을 '눈의 고장' 일본 니가타현 등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본격 등장한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 당차게 해외 진출 길을 뚫은 것. 양 대표는 "치밀하고 꼼꼼한 일본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을 만큼 품질에는 자신있다"며 "미국과 캐나다 시장도 개척하기 위해 차근히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회사가 발전하고 있는 지금도 그는 배고프다. 여러 소망이 있다. "전방에서 근무하면서 쏟아지는 눈을 보면서 군대만큼 제설제가 많이 필요한 곳도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다른 과학 전공자들과 달리 화공 전공자들은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없다. 제설제를 생산에 군에 공급할 수 있다면 향후 대체복무 업체로 키울 수 있지 않겠나. 국방부 팀으로 스타트업 대회에 출전했던 만큼 꼭 이루고 싶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2~3년 내에 상장을 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좋아하던 학문을 활용한 아이템을 만들고 사업을 벌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하게 된다"는 그는 앞으로도 스타트업 관련 공모전이나 대회를 중심으로 더욱 인정받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도전을 거듭하는 양승찬 대표의 얼굴에서 청춘의 열기가 물씬 풍겨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