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임산부인 위촉연구원에게 출산휴가 중에도 재택근무를 강요하거나 출산휴가 급여를 깎고 심지어 대체인력 인건비까지 물게했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카이스트가 비정규직인 위촉연구원의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악용해 임신과 출산에 사실상 제약을 뒀다는 것이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은 카이스트가 비정규직 돌려막기식 고용형태를 자행하고, 편법적인 출산휴가 사용 등 모성보호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22일 오전 대전 대덕구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국수자원공사 등 10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 뉴스1
카이스트에는 현재 위촉연구원 750여명을 비롯해 1854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위촉연구원들의 퇴직과 재입사를 반복해 계약 기간을 갱신하는 이른 바 '돌려막기' 형태로 인력을 운용해왔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총 3707명의 위촉연구원 가운데 총 계약 기간이 2~10년 이상인 경우가 전체의 3분의 1인 1121명에 달했다. 근무기간 2년을 넘기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퇴사 후 새로 계약을 맺는 식으로 비정규직 신분을 유지시켰다는 얘기다.
위촉연구원들은 연구업무수행 중 중요한 과제가 이쓸 때 연구수행기간 중 일정기간 계약에 따라 임용된다. 연구실 전속으로 연구 관련 업무를 수행하지만 실제로는 연구 외에 행정업무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심각했다. 한국과학기술원 비정규직지부가 출산휴가 경험이 있는 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1.1%가 '출산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절반에 가까운 42.1%는 '출산휴가 당시 대체인력 고용이 어렵다'고 했다.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휴가기간 중 재택근무 △조기복귀·간헐적 출근 및 행사참여 △산후조리원에서 업무 등을 들었다.
현행법상 출산휴가기간 중 최초 60일은 유급휴가로 규정돼 있지만 응답자 57명 중 12명(21.1%)는 급여가 깎여서 지급됐다고 답했다. 카이스트는 이들에게 재택근무를 이유로 인건비를 조정하거나 고용보험 급여만 지급받도록 했다.
대체인력 없이 업무에 투입되거나 대체인력의 인건비를 출산한 직원에게 전가한 경우도 있었다. 응답자 55명 중 49.1%에 달하는 28명이 '대체인력 인건비를 출산휴가자가 나눠 지급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를 교수와 연구책임자, 출산휴가자가 동시에 부담한 사례도 포착됐다.
오히려 응답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19명은 출산휴가에서 돌아온 뒤 급여가 삭감됐다. 근로기준법에는 휴가 종료 후 동일한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고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대체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사를 종용하거나 복귀 후 권고사직을 당한 사례 등을 종합하면 카이스트가 내부적으로 여성연구원의 출산을 금기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설문 응답자의 86.44%(102명)는 '임신 또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이정미 의원은 "국내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인 카이스트가 비정규직 돌려막기와 출산억제 정책에서도 일류를 자처하고 있다"며 "위촉연구원의 불안정한 고용을 빌미로 심각한 모성보호법 위반을 저지른 것에 대해 노동부의 전반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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