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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소음 면책 영국 민항법? 김해신공항 적용하니 '복병'이…

[동남권신공항 재점검 ④] 정보제공 등 설득 필수…프랑크푸르트공항 권위주의로 실패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8.07.25 17:18:13
[프라임경제] 김해신공항 추진론은 신기루인가? 거점공항 혹은 관문공항 등 다양한 공항 개념이 한때 기사 위에 수를 놓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밀양 혹은 가덕도에 추진되던 신공항의 꿈은 보류됐고 기존의 김해국제공항 기능 일부를 증설, 이를 신공항으로 삼자는 절충안이 등장했다. 지금 그 과정과 내용이 석연찮다는 소리가 나온다. 재점검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이 공약으로 김해신공항 재검토 카드를 강조한 뒤, 김해신공항을 답으로 정한 자료들이 잘못됐다는 의혹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소음. 꼭 필요한 중요 시설인 것은 사실이나, 굉음을 내며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 때문에 공항은 어느 나라 어느 장소에서나 주변 주민들에게는 달갑잖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소음 기준으로는 통상 웨클을 많이 거론한다. 보통 소리 크기를 나타내는 데시벨과 다른 개념이다. 웨클은 '가중 등가평균 총소음량'을 의미하는 약자다. 항공기의 발착 횟수와 기종에 따른 음질 차, 시간대 등을 종합 고려해 평가한다.

복잡하고 어렵게 보이지만, 웨클은 일반적인 소음측정 단위인 데시벨에 주간은 13, 야간은 23을 더한 수치로 이해하면 쉽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요한 것은 항공기의 최고소음도를 이용해 계산된 1일 항공기 소음 노출지표인 이 웨클이, 법적으로는 대단히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우리 당국은 공항소음방지법상 75웨클 이상이면 소음피해 대책사업 지역으로 정하는 등 이 기준을 토대로 보상 체계를 가꿔왔다.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김해신공항 논란, 피해영향규모 고무줄? 75웨클 아래라 무시?

2016년 김해신공항으로 결정한 것은 절충이 아니라 미봉책이었다고 비판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여러 문제점 중에도 특히 주변 주민들의 소음 피해를 잘못 산정해 김해로 결론이 났다고 우려한다. 터무니없이 소음 규모를 잘못 잡아서 용인하기 어려운 생활손실이 발생함에도, 이를 감수해야 된다는 것.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가 내놓은 자료, 즉 2016년 김해신공항으로의 결정에 중요한 판단 뒷받침 근거가 됐던 자료에서는 소음 대책 지역으로 분류할 75웨클 이하 지역을 부산·경남의 경우 879가구에 불과하다고 봤다.

그런데 이 용역에서 걸리는 범위값이 연구에 따라서 대단히 차이가 난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65웨클로 범위를 잡으면 "3만3000세대까지 범위에 들어간다"고 한구개발연구원(KDI) 자료를 인용, 소개했다.

김경수 경상남도 지사도 "경남발전연구원 용역 등에 의하면 3만3000가구, 8만6100여명 정도가 소음 피해를 본다고 한다"고 한 인터뷰에서 개탄한 바 있다.

75웨클 이하, 60웨클 정도가 보상 체계에서 이주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값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1947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하는 기준도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사람과 가축의 건강에 영향이 있다는 점은 불문가지다.

현재의 김해공항에서 착륙하고 있는 항공기의 모습. 신공항으로 확장되면 소음 등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 뉴스1

항공기 소음은 영국법상 1982년 등장한 민항법(Civil Aviation Act) 하에서 규제된다. 그런데 공항 시설의 운영과 항공기 소음은 필연적인 구석이 있기에, 소음과 기타 환경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일정한 배려 조치가 있다.

영국 민항법, 공항 소음은 피해자 소송 내도 무조건 패소? 

즉, 항공사와 공항운영자가 비합리적으로 일하는 경우 외에는, 제76조와 제77조의 면책조항 때문에 대부분 패소 처리가 이뤄지게 돼 있다. 이런 면책을 공항과 항공사업 운영자에게 주는 것에 대해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있었고 유럽인권협약에 영국 민항법이 위배된다고 해 소송이 1990년 제기되기도 했으나, 결국 패소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일반적인 법정불법방해에 대한 소송(한국식으로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소송)을 전적으로 못 하게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다른 방안으로 공항 주변 시민이 권리 행사를 할 수 없게까지 하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

이 경우 다시 일반원칙으로 돌아가서 정보를 얻고 당국에 불만을 제기할 기회를 제공받도록 한다. 공항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행정기구는 일반 민사법 원칙에 따라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지고, 여기서 더 나아가 1990년 입법된 환경보전법에 의하면 '불만에 응답할 의무'도 감당하게 된다.

시민이 제대로 어떤 소음 등 피해에 노출되고 있고 또 앞으로 노출될 것인지에 대해 정보를 요청하고, 이를 받아볼 수 있고 그에 대해 불만을 터뜨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런 절차가 보장되므로 국가 발전에 필수적인 사항에 대해 국민이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공항 소음에 막바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해배상청구나 항공기 운항 정지 신청(혹은 가집행) 등을 할 수 없게 균형을 맞춘다고도 할 수 있다.

자료 똑바로 못 내놓는 우리 국토부, 독일 실패 답습 중?

이런 터에 우리나라 국토교통부가 김해신공항 추진에 관련된 각종 정보를 내놓는 절차에 뜸을 들이고 있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국 시스템에 강력한 항공 사업 추진권을 당국이 확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 주민의 건강과 재산권, 일상의 평온 등을 먼저 두텁게 보장해야 한다는 제약이 걸려 있는 셈이다.

영국 시스템에서 우리나라 김해신공항 추진 같은 정보 깜깜이 사정을 대입하면 바로 당국이 패소할 여지가 높다는 지적은 그래서 유효하다.

국토부에서는 당초 8월 초 김해신공항 관련 자료를 공표하기로 했으나, 지역 주민과의 협의 등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이를 보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을 지연시키면 된다는 생각에서 김해를 고집하는 관료들이 태업을 하는 것이라는 의혹도 일각에서는 내놓고 있으나, 그보다는 신공항 타당성에서 의아한 구석이 발견돼 이를 점검하는 과정일 것이라는 객관적 업무 추진 기대감이 더 높다.

확실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기존에 김해공항 운영, 그리고 김해신공항으로의 확장 운영 논의 와중에 지역 주민들이 100% 납득할 공해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ADPI가 김해공항의 신활주로 방향을 결정하면서 고정장애물에 대한 기초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심 이상으로 위험천만한 것이다. 일정 소음 기준선 이하라는 이유로 눈 감아버린 소음피해폭이 너무 크고, 이 자체도 연구기관에 따라 큰 폭의 차이가 나고 있다. 오차 범위로 미화할 정도의 차이가 아님은 이미 설명한 바와 같다.

항공 전문가들은 ADPI 보고서와 이후 김해신공항 결정 과정에 대해 "과업지시서에 명시된 현장조사와 관련 지침에 따른 분석 없이 소음영향을 검토해 소음민원 및 소음비용 1조원 가량을 축소했다"고 한다. 이 경우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외국의 케이스가 하나 더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 사례다.

이 공항은 처음 개장할 당시에는 권위적 태도로 지역 주민들과의 큰 충돌이 있었다. 80년대의 대표적 행정 실패 사례로 독일 공직자들 사이에 회자된다. 결국 15년간의 소송이 벌어지고 우리 돈 3000억원대 분쟁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1990년대에 이르러 같은 공항에 북활주로 증설 논의는 탈권위적 모델로 성공적 민간과 관료간 대화 사례로 정반대 기록을 남긴다. 지금 김해신공항 관련 문제점이 있다면 조속히 모두 공개하고, 공신력 있는 검토와 조사를 재추진할 책임이 국토부에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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