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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의회 '선거룰 논란' 끝낸 민주당 '맞손'…박인영 존재감↑

치열한 계파 갈등 끝 미봉책 논란에도 정당정치 의미 새로 쓴다는 장점 더 커

서경수·홍수지 기자 | sks@·ewha1susie@newsprime.co.kr | 2018.07.11 14:45:37

[프라임경제] 입법 기능과 정당 정치의 꽃이어야 할 여의도 국회에서는 원구성 협의가 어중간한 타협과 지리멸렬한 정치적 이해관계 조정으로 얼룩졌으나, 정작 지방의회에서 이런 기능이 더 빛을 발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부산광역시의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역할 모델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 지난 6.13 지방선거로 구성된 제8대 부산시의회는 7월 임기를 개시했다. 이런 가운데, 10일 첫 임시회 본회의가 개회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이번에 시의회에 처음 입성한 박인영 의원을 의장으로 뽑았다. 그 외에도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전반기 원 구성을 마쳤다.

이런 가운데 박 신임 의장 등장 와중에 룰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슬기롭고 원만히 해결한 부산 민주당의 힘이 눈길을 끈다.

부산시당 혹은 중앙당 룰, 아니면 시의회 규정? 논란 부글  

이 같은 룰 논란이 붙은 것은 부산시의회의 독특한 관행 때문. 과거 부산시의회는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래 졸곧 자유한국당 혹은 그 전신에 해당하는 정당들이 장기독식 상태로 차지해 왔다.

따라서 이들 보수정당의 원로들 간에 모여서 시의회를 이끄는 의장직 선출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계열 정당 소속에서는 반발해도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였다. 실제 완전자유투표로 진행해도 미미한 민주당 시의원들의 힘으로는 절대로 돌파할 수 없었기에 이런 관행마저도 용인됐던 것.

박인영 신임 부산시의회 의장. ⓒ 프라임경제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오히려 자한당 계열 시의원들이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민주당이 대거 시의원을 배출하는 역전 상황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의장직과 주요 상임위원장들의 배분이 어떤 투표 절차를 진행해도 민주당에 쥐어져 있다는 판단 하에, 지난 2일 부산시의회에서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이 자리에서 시 의장단 후보와 상임위원장 후보들을 결정했다.

'사실상 예선이 본선이 되는 구조'였던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장 후보에 이산하, 신상해, 이순영, 배용준, 이동호, 박인영 의원 6명이 입후보했다는 것.

후보 난립으로 과반수 득표 등 공의와 공감대를 확인한 명실상부한 다수파 의장이 막바로 선출될 수 없는 경우, 결선 투표가 필요하다는 게 상식. 맨 처음 치러진 투표(일명 1차 투표)에서는 재선 출신 신상해 의원과 박인영 초선 의원(현 의장) 둘이 가장 많은 득표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의원총회에서 의장단 후보 등을 결정하는 문제를 맡은 자체 선거관리위원회는 결선 투표를 진행키로 했다.

다만, 무효파가 1장 나오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20 대 20에 무효 1표로 과반 득표자가 없으니, 재차 결선 투표를 하겠다는 선언이 나왔다.  

선거관리위원장인 정종민 원내대표는 2차 결선(재결선) 결과 1표 차이로 박 의원이 의장 후보로 당선됐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신 의원이 현장에서 "결선 투표에서 동수가 나왔을 때 다선, 연장자순으로 당선인을 결정하는 시의회 선거 규칙에 따라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해 논란의 불씨가 지펴졌다.

선관위원장인 정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는 시의회 선거 규칙을 준용한 것이 아니라 자체 규정에 따라 선거가 치러졌다"고 짚고 "시의회 선거 규칙을 준용했다면 2차 투표 역시 6명의 출마자 전원을 대상으로 해야 했지만 2차부터 다득표자 2명의 결선투표를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자체 선관위는 신 의원이 부산시당에 이의를 제기하자 4일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투표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다만 논란을 빚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정 원내대표가 시의회 원내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정당은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가 기관으로서의 기능도

이런 가운데 룰 전쟁의 갑론을박에 관심이 모아진다.

민주당에서 자체 의원총회를 통해 시의장 후보(사실상의 의장 결정)를 정하는 경우 자기 정당 내의 룰 즉 부산시당 혹은 중앙당 룰을 택할 것인지, 부산시의회의 행보로 시의회 규정을 준용할 것인지가 쟁점이 된다는 것. 이에 '프라임경제' 기자들은 여러 면에서 논의 사항을 취재해 봤다.

일단 신 의원은 시의회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인 것으로 요약된다. 다만, 그는 본지의 문의에 "대승적 차원에서 부산시당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는 요지의 의견을 밝혔다.

부산시당에서는 일단 이 경우 명시적으로 확립돼 있던 자체 룰이 없고, 자체 규정으로 이번 건을 (각종 정치 관련 진행 관행 등을 모두 고려해)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에게도 문의했다. 그는 본지 기자의 취재에 "우선 중앙당 입장에서는 당 대표 선거와 결선 투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겠는데, 그 경우라면 이 (부산시의회 선출 건) 같은 결선 투표에서 동수가 나와서 다시 결선을 할 것인지 논란이 되는 경우가 일어나는 경우를 생각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전국 단위로 수많은 당원들이 유권자로 개입하는 경우라서, 하다 못해 소수점 차이라도 나기 때문에 동수로 결선 투표를 또 한 번 해야 하는지 마는지 등을 규정을 둘 이유가 없다는 설명인 셈.

다만 중앙당 관계자는 "이번 (부산시의회에서의 민주당 의원간 선출과 그 2차 결선 여부 문제는) 당헌·당규를 적용할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에 따르면 이는 "시의회 규정을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

왜 이 같은 의견이 나올까?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낯설지만, 간접선거에 의해 좌우되고 양당제가 확립된 미국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역할 모델에 대단히 큰 의미를 부여한다.

신상해 시의원이 결선 투표를 2차로 진행한 것이 문제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장면. 다만 그는 그 이후 대국적 차원에서 이의를 철회했다. ⓒ 프라임경제

미국에서 정당 내부 절차에 비민주적이고 위헌적 절차가 있어 결과적으로 개인의 권익이 침해된다면, 이를 국가행위로 의제해서 규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발전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연방대법원은 기본권의 대사인적 효력이나, 국가행위 의제이론 등으로 이 같은 정당 내부 문제를 헌법적 영역, 공공적 이슈로 처리하는 관행이 있다.

시의회 규정 준수 필요, 하지만 갈등 슬기롭게 푼 제3의 모델

따라서 종합해 보자면, 두 논의 모두에 일단은 팽팽한 논리적 정당성이 있다. 우선 당 내부에서 알아서 사실적으로 의장 후보를 결정하는 '사실행위이자 정치행위'로 치중해 본다면 중앙당 룰 혹은 부산시당 룰만 맞추고 그게 없으면 자체 규정 혹은 정치적 관행과 관습법 등을 따르는 게 맞다.

반대로 민주당 의원끼리 모여서 정하더라도 이미 시의회의 중요 결정의 일부로 담장 안에 들어온 '헌법적, 지방자치법 규정상의 가치'로 의원총회에서의 일련의 행위를 보면 시의회 규정을 적용하는 게 옳다.

다만 두 문제에서 굳이 결론을 짓자면 해외 선진 헌법 관행으로는 정당 관련 행위라도 국가기관의 행위처럼 간주하고 그에 준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좀 더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신 의원이 자기 주장을 철회, 대승적 결단과 선당후사적 양보를 했다. 여기에 또다른 묘미가 있고 새로운 화학 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만약 계속 중앙당에까지 이의 제기를 하고 또 법리적 투쟁으로까지 갔다면 신 의원이 이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자신이 자한당에서 민주당으로 온 신 의원은 자칫 이 문제가 순수 민주당 혈통 대 대의를 위해 당적을 옮긴 일부 의원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양보, 논점에서의 (아주 작은 높이에 불과하더라도) 우위에 선 것을 선뜻 포기하고 '젊은 피' 박 의원에게 새 의장 타이틀을 선물했다. 일각에서 거물 정치인들 간에 부산시 각 구청장 후보와 시의원 자리를 놓고 공천 개입 전쟁을 했고, 이번 '박인영 대 신상해 대결'도 그 일환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신 의원은 그런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까지도 스스로의 양보 하나로 처리, 정치인으로서의 조정 역량을 과시했다. 그 덕분에 박 의장 체제의 존재감에도 더욱 강한 힘이 실릴 수 있게 됐다.

당분간 부산시당 내의 공천 논란 등 논란이 가라앉고, 박 신임 의장 중심으로 민주당 출신 부산시의원들이 똘똘 뭉칠 길이 열린 것. 법리상의 쟁점화와 그 해결도 중요하지만 '제3의 길'을 법과 규정 논란 밖의 영역에서 찾아낸 것이어서 흥미롭다. 아울러 바로 이런 점이 정치의 역할이자 최종적 매력 아니냐는 점에서 민주당 부산시당, 그리고 그 소속원들의 저력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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