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우리는 왜 베트남을 택했나? 단순히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을 이긴 유일한 승전국, 10년 전 닥친 극심한 경제 위기를 이겨낸 베트남. 부지런하고 강인한 이 나라에 6.25와 IMF를 극복한 우리 기업들은 매력을 느낀다. '꾸엔루(매력있는) 베트남'과 거기서 뛰고 있는 한국 경제인들을 만나보자.
"아모레퍼시픽은 베트남 진출 이래 연평균 5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니스프리 론칭 이듬해인 2017년에는 100%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으며, 론칭 당일에는 일반적인 브랜드숍 1개월 매출을 하루 만에 다 판매할 정도로 큰 성과를 기록했죠. 현재 4호점까지도 베트남에서 전례 없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민정기 아모레퍼시픽 베트남 법인장.
k-pop,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거센 가운데, 한국식 화장법과 제품을 선호하는 'K'뷰티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아모레퍼시픽(090430)은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을 넘어 베트남 한류 열풍을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0년 현지 법인 설립…본격적 투자 시작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998년 베트남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으며 2003년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라네즈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후 사업가시성 확보와 브랜드의 지속 성장을 위해 2010년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본사 차원의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민정기 아모레퍼시픽 베트남 법인장. ⓒ 아모레퍼시픽
베트남은 아직까지 인당 GDP가 2500달러 수준으로 구매력은 작지만, 6~7%대의 꾸준한 경제성장과 함께 소득수준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중산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이 많고 평균연령이 29세로 젊어 화장품 잠재고객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민정기 아모레퍼시픽 베트남 법인장은 "아직까지 낮은 도시화율이나 부족한 인프라 대비 인터넷이나 SNS활성화 등 정보의 흐름이나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고 한국과의 문화적 유사성과 함께 K뷰티, K드라마, K푸드 등 한류 문화와 콘텐츠의 소비가 높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은 정확히 적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류 열풍과 함께 탄탄한 제품력,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진출 후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
실제 호치민 쇼핑센터에 입점한 아모레퍼시픽 매장에는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한 고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라네즈 쿠션은 피부톤에 잘 맞고 들뜨지 않아 꾸준히 사용하고 있죠. 특히 얼굴이 화사해 보이고 끈적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대학생 티엔씨(23세)는 1년 전부터 라네즈 쿠션제품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뛰어난 품질은 물론, 한국 브랜드라는 인지도도 한몫했다.
티엔씨는 "한국 제품, 특히 뷰티 제품은 믿고 사는 편"이라며 "이니스프리, 라네즈의 립글로스와 쿠션(팩트)를 주로 구입한다. 한국 화장법에도 관심이 많아 제품을 구입하고 나면 화장법 등을 SNS로 검색해 따라 해보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 라네즈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BB쿠션이었다. 쿠션 이외에도 에센스, 수분크림 등도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매장 내 체험 공간 마련 '한류 뷰티 전파'
한국 화장품은 다소 현지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품질이 좋고 새로운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현지 여성들 사이에 꼭 갖추어야 할 '뷰티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니스프리는 베트남에 진출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류바람을 타고 K뷰티 인기를 얻으면서 베트남 인기 화장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2016년 10월 베트남 호치민 시티 내 '하이바쯩 거리' 중심부에 약 70㎡(약 21평) 규모로 문을 열었다. 하이바쯩 거리는 일명 '화장품 거리'로 불리는 곳으로 베트남 20·3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쇼핑 명소다.

베트남 호치민 빈콤센터에 입점한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는 현지 고객. = 추민선 기자
베트남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디스플레이에 자연주의 콘셉트를 적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매장 외관에 총 4층 규모의 수직 정원을 설치해 제주의 자연과 이니스프리 브랜드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인 오토바이 이용 고객들을 배려해 매장 앞 오토바이 주차장을 마련했다. 또한 베트남 고객 평균 신장을 고려해 매장 내 진열장 높이를 조정하고, 썬케어 존을 별도로 구성했다.
이니스프리뿐만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 또한 베트남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설화수는 2013년 7월, 전세계 코스메틱 브랜드들이 선점한 베트남 호치민 다이아몬드 플라자(Diamond Plaza)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한국의 전통 깊은 한방 화장품으로서 명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진출 첫해에는 최고 권위의 뷰티 매거진 'Dep'에서 선정하는 2013년 베스트 에센스에 윤조에센스가, 2014년에는 베스트 메이크업 제품으로 '퍼펙팅쿠션'이 선정되며 그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베트남 호치민 빈콤센터에 입점한 이니스프리 매장(위)과 다이아몬드 플라자에 입점한 설화수 매장(아래) 전경. = 추민선 기자
지난 2015년 12월에는 파크슨 백화점(Parkson Department Store)에 2호점을 오픈하며 설화수 브랜드의 위상과 명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활발한 매장 확장과 함께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 작년 말에 오픈한 라네즈 직영 e-커머스몰은 오픈 5개월여 만에 당월 매출 1억 이상을 판매하는 등 디지털 채널에서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 성장에 대해 민 법인장은 현지 환경에 맞는 현지와 전략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게 된 이유로 꼽았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뷰티기업이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아시아의 미를 기반으로 출발했다. 내면과 외면의 건강과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관리하면서 인삼, 녹차와 같은 아시아의 자연원료를 통해 세계 최초로 뷰티솔루션을 개발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런 아시안 뷰티의 가치가 아세안 소비자들에게 더욱 주목받으면서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기후 고려 '맞춤형' 제품 개발…베트남 고객 니즈 대응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고객들의 피부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해외 기관들과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지역에 들어가기에 앞서 현지 고객의 피부 연구, 성향분석의 과정을 거쳐 현지 고객의 니즈에 가장 적합한 브랜드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일례로 고온다습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등 건조한 실내환경에 촉촉한 피부를 위한 제품이 필요하고, 바쁜 일상에서도 건강한 피부를 챙기고자 하는 싱가포르 여성들의 니즈가 있다는 점을 파악해 싱가포르 진출 시 슬리핑 팩 등 라네즈 워터뱅크 라인을 가장 먼저 론칭한 바 있다.

베트남 호치민 라네즈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BB쿠션으로 현지 여성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 추민선 기자
베트남 시장 역시 촉촉함을 강조한 기존 쿠션과 달리 매트함을 강조한 제품을 선보였다. 베트남 여성 대부분이 주요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촉촉한 형태의 쿠션은 머리카락이나 먼지 등이 달라붙기 쉽기 때문이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철저한 현지 특성 분석과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베트남 내 인지도를 더욱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민 법인장은 "베트남은 현재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화장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화장의 단계 또한 많아지고 있어 자사에 큰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은 백화점과 로드숍 채널을 중심으로 브랜드 경험을 늘리고, e-커머스와 모바일을 통해 젊은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견실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특히 베트남에는 현재 자사의 글로벌 5대 브랜드 중 3개를 도입, 운영 중인데 향후 기존 브랜드들의 질적 성장에 집중하면서 다른 브랜드들의 진출도 다각적으로 검토, 멀티 브랜드를 통해 더욱 다변화되는 베트남 고객의 니즈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