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종신연금은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노후설계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자산입니다. 수급자가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종신연금과 달리 개인이 자산 일부를 인출해 일정한 소득을 만드는 연금을 실행하면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언제 죽을지, 자산 수익에 영향을 주는 시장수익률이 어떨지도 감안해야 돼서죠.
그럼에도 종신연금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은퇴할 때 받을 수 있는 종신연금을 드느니 스스로 운용하면서 일정 금액을 인출하겠다는 생각이겠죠. 노후에 가장 적합한 자산을 외면하다니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학계에서는 이를 연금퍼즐이라고 부르는데요. 사람들은 왜 종신연금을 외면할까요?
우선 민간 종신연금이 내재하고 있는 결함을 들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달리 민간 종신연금은 지급액이 물가에 연동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저금리에 장수 사회가 되면서 연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인데요.
게다가 연금은 일단 수령을 한번 시작하면 중도 해지가 불가능해 유동성이 사라집니다. 또 민간 종신연금을 대체하는 공적 연금은 국가가 공급하기 때문에 민간 연금 상품에 대한 수요가 낮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행동경제학적 특성에 기인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에 가입한 사람들은 퇴직할 때 수령한 일시금으로 종신연금을 구매하기보다는 스스로 운용하며 인출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손에 쥐고 있는 현금으로 미래의 현금흐름을 사는 것이 당장 손실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금을 투자프레임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만일 1억원을 주고 종신연금에 가입했는데 2년 후 사망한다면 2년간 800만원 정도 받는 셈이니 9200만원 손해라는 식인데요. 하지만 이렇게 손해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120세 이상까지 산다면 큰 이득을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순수 종신연금보다는 일정 기간 내에 사망하면 환급금을 받는 혼합형을 더 선호합니다. 미국의 경우 주로 은퇴소득을 투자 상품으로 마련하다 보니 고령화 시점부터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 장수연금을 장려했습니다.
이 정책을 장려한건 80세 이전까지는 투자 상품에서 은퇴소득을 인출하고, 그 이후는 장수연금으로 장수리스크를 피하라는 의미였죠.
그런데 사람들은 장수연금이 아닌 일정기간 내에 죽으면 돈을 환급해주는 혼합형태의 장수연금을 더 선호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금 수령액이 낮아져 장수리스크에 충분히 대비할 수 없어졌고, 정책의도도 희석됐습니다.
이처럼 연금 상품의 제도적 속성과 사람들의 행동경제학적 특징, 연금에 대한 투자 관점으로 사람들은 종신연금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수리스크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에는 연기연금제도가 있습니다. 이 제도는 자신의 연금수령시기에서 1년을 늦추면 1년 후 7.2%를 더 받고, 3년을 늦추면 21.6%, 5년까지 연기할 수 있으니 최대 36%를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와 B가 국민연금으로 매월 100만원을 62세에 수령할 예정이라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A는 62세에 수령하는 반면 B는 5년을 연기해 67세부터 받기로 했습니다. 매년 물가상승률이 2%라고 한다면 두 사람이 82세가 됐을 때 A는 월 148만원을 받지만 B는 202만원을 받게 됩니다. 매월 54만원이 차이가 나는 셈이죠.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국민연금과 적립한 은퇴자산을 갖고 퇴직합니다. 이 경우 장수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은퇴 소득전략은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늦춘 기간 동안은 축적한 은퇴자산을 통해 소득을 충당하는 것이 장수리스크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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