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0월 파견직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한 본부장급 임원들의 갑질 횡포가 폭로돼 공분을 샀던 신한은행이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5일 정의당 비정규직 노동 상담창구인 '비상구'에 따르면 신한은행 파견직 운전기사 상당수가 본부장급 임원의 비인격적 언행과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고용신분에 고통을 호소했다.
그중 1인 시위로 신한은행의 직접 해결을 요구하던 운전기사 A씨는 최근 업무에서 배제된 채 대기발령 조치됐다.
◆"본부장이 '다나까' 말투 강요, 차명통장 가로채"
A씨가 신한은행에서 겪은 일을 열거하면 이렇다. 그는 업무 시작 후 B본부장으로부터 소위 '다·나·까'로 통하는 군대식 말투 사용을 강요당했다. 사기업 임원이 마치 운전기사를 부하 다루듯 말투 하나까지 재단하려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B본부장이 겸상을 싫어해 식사 때마다 따로 식당을 찾아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심지어 A씨가 업무에 투입된 직후 개설한 본인 명의 통장과 체크카드는 비밀번호와 함께 고스란히 B본부장에게 넘어갔는데, 신한은행 지점에서 A씨 통장으로 입금된 돈은 커피값, 택시비, 각종 입장료 등 B본부장의 개인용돈처럼 쓰였다.

신한은행이 파견직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횡포로 곤혹을 겪고 있다. ⓒ 신한은행
정의당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중대한 범죄행위가 신한은행과 파견직원 사이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시중은행 임원이 다른 사람 명의로 금융거래를 한 것은 범죄수익 은닉,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자금세탁, 횡령 등 각종 불법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파견업체인 신한서브, 용진TNS(용진티엔에스)에서 각각 30명씩 근로자 파견계약을 맺고 있다. 두 업체의 근로계약서는 내용이 같은데, 각각 노동시간 15시간과 휴게시간 5시간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본부장 호출이 언제 있을지 몰라 상시 대기상태로 사실상 휴식이 불가능했다는 게 기사들 주장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은 명백한 근무시간으로 규정돼 있다.
또한 파견업체 관리자는 운전기사들에게 "채용될 경우 매달 한 번씩 주말에 본부장 호출이 있을 때면 언제든 운전을 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였다. 기사들이 스스로의 처지를 '무료쿠폰'이라며 자조한 이유다.
◆정의당 "전자금융거래법·노동관계법령 위반 확인"
정의당 측은 "본부장뿐 아니라 가족의 개인 일정에도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가 하면, 새벽 2시에 퇴근하고 두 시간 만에 다시 출근하는 일정이 왕왕 있었다고 한다"며 "주말 일정 중 욕설에 시달리고도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는 기사들의 하소연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차휴가 사용과 임금수준 역시 열악했다. 파견업체들은 포괄임금제로 매달 연차수당 8만1237원을 미리 지급했는데 이는 연차휴가 사용 전 해당 수당을 미리 지급하는 '연차휴가사전매수'를 악용한 것과 다름없다.
일정이 생겨 연차를 사용하고 싶어도 "왜 2개월 전에 미리 보고하지 않았느냐"며 타박을 받거나 본인 대신 운전을 해줄 대리기사 비용 7만원을 직접 지불해야 하루를 쉴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정의당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파견직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횡포가 기사화되자 기사들을 소집해 오전 9시부터 11시30분, 오후 2시부터 4시30분까지로 하루 5시간의 휴게시간을 특정하고 새벽까지 근무한 경우 시간외노동수당을 지급 대신 이튿 날 추가 근무한 시간만큼 쉬게 하겠다며 절충안을 내놨다.
그러나 상당수 직원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미봉책이라며 반발했으며 A씨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A씨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대기발령한 상태다.
강은미 정의당 부대표는 "신한은행 사건은 '파견'이라는 간접고용에 '1년 계약직'이라는 비정규 고용관계가 중첩된 구조적인 갑질 사건"이라며 "파견근로계약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 등에 관한 규정은 사용사업주를 사용자로 보는 만큼, 신한은행이 직접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파리바게뜨 직접고용 사태로 재조명된 파견법에 대해 노동계는 사용자가 간접고용이라는 형식을 이용해 고용과 관련한 각종 의무를 합법적으로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용됐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문재인정부 역시 비정규직 차별 실태에 대한 강력한 개선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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