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비선 실세'로 드러난 최순실씨가 마치 공식 권한을 가진 결재권자처럼 청와대와 각 부처 업무 문서를 사전에 챙겨본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최씨의 태블릿PC 속 문서 200여건을 대상으로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을 한 결과, 이 중 한두 건을 제외하고는 공식 문서번호가 붙기 전의 미완성본이었다.
검찰이 최씨에게 유출된 것으로 판단한 문건들에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북한과 비밀 접촉 내용이 담긴 인수위 자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이 망라됐다.
검찰은 정부 각 부처와 청와대의 문서 작성자, 중간 결재자들 다수를 조사해 해당 문건들이 공식 결재 라인과 비공식 업무협조 형식으로 부속실에 넘어와 정호성 전 비서관의 손을 거쳐 최씨 측에 넘어갔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에 압수된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음성 녹음 파일에는 최씨가 정씨에게 문서들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음성 파일에는 문서 유출에 관한 대화 외에도 청와대 핵심기밀인 수석비서관 회의 안건 등에 관한 대화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구속 상태인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최씨의 국정 개입 관여 정도를 집중 추궁 중이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이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토대로 문서 유출 경위를 추궁하자 박 대통령의 지시로 연설문을 비롯한 업무 문서들을 최씨 측에 전해줬다고 진술했다.
지시 배경·취지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연설문 등과 관련해 국민 반응 등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의견을 구하는 차원에서 문서를 전해주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전언이다.
한편 검찰은 박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최씨 측에 외교·안보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정부 문서를 다량 유출했다고 사실상 시인했고,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힌 점을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만큼 임기 중 기소 가능성과 관계없이 대통령을 상대로 최씨 측에 문서를 내주도록 한 경위와 의도 등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판례상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정보를 건넨 사람만 처벌하고 받은 사람은 처벌할 수 없게 돼 있어 최씨는 이와 관련한 별도의 처벌을 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 전 비서관에게 우선 적용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비밀을 알게 된 상대방인 최순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형법은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조문을 해석하면, 비밀을 누설한 공무원을 처벌하려는 취지일 뿐 해당 비밀을 누설 받은 사람을 공범으로 처벌하려는 취지는 아니다. 누설 받은 자를 처벌하는 별도의 조항도 없다.
최씨의 경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확신이 없으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형사 재판의 대원칙까지 갈 것도 없이 법률에 근거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공무원 등으로부터 공무상 비밀을 전달받았다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게 그동안 수차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정 전 비서관을 기소할 때 구속영장에 없던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하고, 최씨를 해당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할 여지는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공무상 비밀누설로 처벌받지 않더라도 다른 건으로 처벌받을 것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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