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연애할 때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던 그녀이건만 결혼 후에는 좀처럼 그런 설레임이 안 느껴진다며 투덜대는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이렇게 농담을 던졌다.
"가족이잖아! 매일 보는 가족끼리 볼 때마다 가슴 떨리면 심장이 약해져서 오래 못살아."
농담인 줄 알지만 일리 있는 얘기라며 함께 모인 친구들이 박장대소를 했던 일이 있었다. 연애할 때의 그 설레임이 오래도록 지속된다면 좋겠지만 연애시절의 달콤한 감정은 냉동실 밖에 꺼내 놓은 아이스크림처럼 그렇게 시간이 가는 만큼 형체도 없이 녹아버리는 것이다. 서글픈 현실이 씁쓸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요즘 그 농담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일상이란 공기처럼 언제나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별 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란 가도 가도 별로 변화가 없는 사막 한 가운데 나 있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지루함을 이기며 가야 하는 길이라고…. '별 일 없는 하루'는 '재미없는 하루'와 비슷한 의미라고 여겨졌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별일 없이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드는 일상은 감사해야 할 대상이기는 하지만 매순간 그 일상에 뼈저리게 감사하게 되지는 않는다. 한 순간도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없지만 숨을 쉬는 순간순간마다 그 '호흡'을 인식하고 감사하게 된다면 일상적인 다른 일들을 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기가 아주 좋지 않은 곳에 있다가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게 될 때 잠깐의 기쁨을 누리고 나면 또 다시 당연한 듯 그것을 누리며 우리는 살아가게 된다. 일상에 대한 감사란, 그렇게 어떤 조건이 불충분한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매일 매일 볼 때마다 가슴이 떨린다면 심장에 무리가 올 것이라며 농담처럼 말했던 일들을 최근 온 국민이 겪고 있을 것이다. 온 나라가 함께 겪고 있는 커다란 슬픔 때문에 '별일 없는 일상'이 눈물 나게 가슴 저리다.
가족끼리 마주 앉아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눈을 마주치고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저릿저릿하게 사무쳐온다. 그리고 그런 일상의 행복을 빼앗겨 버린 이들의 아픔 때문에 별 일 없는 일상을 그냥 감사하며 누릴 수만도 없을 것 같다.
사랑하는 이들을 가슴에 묻어버린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절절해서 울컥거리며 눈물이 솟는다. 햇살 하나에도, 바람 한 점에도 아파할 그들을 생각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몸집만 불렸지 덩치만큼 철이 들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미성숙을 반성하며 돈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어른들의 심각한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낀다.
이 절절한 고통의 시간들도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에 묻혀 흐릿해져 갈까 걱정이다. 암을 진단받고도 대충 견딜 수 있다고 덤벼들어 손을 대지 않으면 암세포가 퍼져나가 결국 생명을 잃게 되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암적인 부분들에 제대로 메스를 들이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건강은 다시 회복될 가능성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미안하다'는 노란 리본에 담긴 우리의 진정성을, 부실한 사회시스템을 수술대에 올려놓는 동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몸살'은 한순간 지나가는 유행처럼 흘러가게 될 것이다.
'나의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느라 쏟아온 그 사랑을 '우리의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커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쏟을 때 우리는 또 다시 이런 피 토하는 '미안함'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장주희 CBS 홍보팀장 / 전 CBS 아나운서 / 한국코치협회 KAC인증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