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초 이마트가 상품진열을 돕는 1만1000명의 도급사원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을 시발점 삼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역시 정규직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무기계약직 전환된 노동자들이 정규직과는 다른 직종이나 직군으로 분리돼 임금이나 승진 기회 등에서 정규직과는 다른 '차별' 처우를 받게 된다는 것이 문제가 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에 위치하는 '중규직' 논란이 부상했다.
이처럼 '양질'이라기보다는 '질 나쁜' 일자리 창출이라는 비난이 이는 가운데 노동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수치달성에만 매달려 준비 없이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대형마트 정규직 전환 1년, 그 후 현황을 쫓았다.
◆민주당, 박근혜정부 눈치보기용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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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우여곡절 끝에 1만여명 정규직 전환을 한 이마트. © 프라임경제DB | ||
하지만 정규직 전환 이면에는 막 출범한 박근혜정부의 일자리창출 시책과 당시 신세계 이마트에 대한 노조탄압과 정부의 고강도 점검 등에 따른 여론 악화로 사실상 떠밀리다시피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지난해 3월4일 신세계 이마트는 "약 1만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통해 연간 약 6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지만 좋은 일자리창출을 통해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기존 정규직 직원들이 성과를 공유하고 동반성장하겠다는 의지와 지속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신세계 이마트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부당 내부거래 혐의와 직원사찰, 노조탄압 등으로 정용진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이 발각되었을 때 선심 쓰듯이 선처를 구걸한 것"이라며 "불법을 돈으로 해결하려한 신세계 이마트의 정규직 전환 결정은 꼼수"라고 밝히면서 대국민 사죄를 요구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신세계 이마트의 정규직 전환 이후 타 대형마트 역시 앞다퉈 정규직 전환을 진행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011년부터 도급 인력을 꾸준히 정규직 전환한데 이어 작년 3월 도급인력 중 신선·조리직 등에 종사하는 1600여명을 직영사원으로 배치했다. 롯데마트는 올 4월까지 1만7600명의 고용인력 중 1만4600명을 정규직으로 두고 있으며 시설, 미화, 안전관리 부문에 3000명의 도급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역시 2011년 6월부터 판촉사원 직영전환에 이어 지난해 12월 기준 모두 2097명을 정규직화했다. 이 같은 대형마트의 정규직 전환작업은 이마트의 불법파견으로부터 촉발됐지만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공약과 맞물려 더욱 속도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임기 안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기업이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와 공공기관의 근본적 문제해결보다는 민간기업에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도급직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강화된 규제와 매출이 하락하는 악조건 속에서 정부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무리한 일자리 창출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업·직원 모두에게 불이익 "어찌하오리까"
기업들도 할 말은 많다. 정규직 전환으로 복지혜택이 적용되면서 기업의 인건비 지출비용이 늘었지만 근로자 실소득은 줄어 반감을 갖는 직원들도 많다는 것. 복지혜택이 주어져도 당장 눈에 보이는 급여 수치가 감소하니 정규직 전환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다는 전언이다.
정부 정책방향에 맞춰 고혈을 짜내야 했던 유통업체들은 비정규직 전환으로 신규 채용을 대신하게 돼 결국 청년직 일자리 창출에 영향을 받게 됐다. 기업입장에서는 기업경쟁력 확보나 고용안정을 이끌 인력확보 기회가 줄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 견해다. 실제 지난 2013년 12월 기준 대형마트 3사의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급감했다.
롯데마트는 2011년 1190명에서 2013년 50명선으로 신규 채용을 줄였고 홈플러스는 2010년 799명에서 지난해 27명까지 대폭 감축했다.
이마트 역시 작년 정규직 신규채용이 1만 3700명으로 전년대비 10배 이상 늘었지만 이 중 1만700명은 비정규직 전환에 따른 증가다. 이마트의 대졸 신입사원 패용 규모는 2011년 156명에서 2013년 40명으로 감소했다.
대형마트 업계 전반에 번진 도급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근로자와 협력업체의 볼멘소리도 컸다.
A마트에서 5년간 도급직으로 일했던 김은영씨는 "파트타이머 형식으로 아이들 교육비나 벌어볼 생각에 잠깐 일하기 편했는데 정규직 전환되면서 업무도 늘었고 마트에 묶여있는 시간 역시 늘었다"며 "복지 명목으로 떼 가는 당장의 10여만원이 아쉽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대형마트의 도급사 인원 정규직 전환에 맞춰 인력을 파견하던 아웃소싱업체들은 매출과 인력손실의 타격을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10여년간 인재파견 및 인재컨설팅 등을 진행했던 협력업체 M업체 임원은 "정부는 취업률 지표를 통계적 수치로만 파악한다"며 "15시간미만 단시간 근로자들도 원청업체(대형마트)가 직접고용하면 취업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근무하는지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실직적 수치가 아닌 통계적 수치만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원청업체에 오직 정규직 전환만을 지시했을 뿐 어떠한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고 근로자 처우가 어떠한지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회통념적 개념의 정규직 전환이라기 보다 무기근로계약직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마지못해 따라간 궁여지책이라는 주장도 새겨들어봐야할 대목이다. 사진은 당시 정규직 전환을 자축하는 이마트 직원들. © 신세계 이마트
◆'시간선택제일자리' 정책에 춤추는 대형마트
이런 가운데 민간기업들은 하반기에 들어서자 정부의 일자리창출 구색 맞추기에 돌입해 '시간제 일자리'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8월 이마트 하도급 인력 1만2000명 정규직 전환에 이어 워킹맘과 퇴직자 등 고용 약자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시간선택제일자리'를 마련했다.
시간선택제일자리는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으면서도 정규직과 임금이나 복리후생 면에서 차별 없이 정년까지 일자리가 보장된다. 성과에 따라 상여금과 성과급도 정규직과 같이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도 도입 초기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만2000여명의 수급사 사원을 무기계약직 전환하면서 정년을 55세로 정했다. 이 탓에 기존 협력업체에서 근무했을 때만 해도 정년 제한이 없었던 근로자들은 근무조건 변경으로 3월 계약만료에 앞서 주 25시간 시간제 전환 또는 퇴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정부의 70% 고용률에 맞는 성과를 내기 위해 질 나쁜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하려는 의도"라며 "25시간 근무할 경우 현재 100만원 남짓한 월급이 30~40%가량 줄어 생존문제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이마트에서 촉탁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대순(가명·56세)씨는 "나이도 많고 별다른 기술도 없어 이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는데 갑자기 근무시간이 줄어 남는 시간에 폐지를 줍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노조에서 소송을 준비해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갈 곳 없는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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