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학생들은 월세가 부담인데, 집주인은 그 것(월세)만 찾고…, 집주인이 손해를 보면서까지(대학생 전세임대주택)해줄 리가 없죠.”(서강대 인근 R공인중개사사무소 이 모 부장) 지난 16일 오후 신촌 대학가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상담을 마치고 나온 대학생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부푼 기대를 안고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모집에 신청했지만 조건이 맞는 전세주택은 고사하고 전세매물 조차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워서다. 이날 기자는 서강대에서 신촌역으로 내려오던 중 취재 차 들어간 인근 부동산에서 손용희(가명 24세)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듣고 보니 그의 처지는 참담했다.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손씨는 대학 생활을 기숙사에서만 해왔다. 몇 달 후면 기숙사 생활을 청산해야 하는 그는 최근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소식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곧 바로 신청했다. 그 후 금요일(20일)에 있을 입주대상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전셋집 물색 중이었는데 학교 인근은 물론 한참 떨어진 곳에도 조건에 들어맞는 전세주택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이날 손씨가 부동산을 찾은 이유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조건에 맞는 7000만원 이하 전셋집에 선금을 주고서라고 가계약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전세품귀인데 입주 대상자 발표 직후에는 전셋집 찾기가 더 힘들어 질 것이란 생각으로 한발 앞서 전세주택을 선점하려는 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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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중앙대학교에서 내려다본 단독·다가구 주택 밀집지역. 수많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조건을 충족하는 전세주택은 손 꼽을 정도로 적은 상태다. | ||
그러나 선금을 받고 입주대상자 발표 때까지 기다려 줄 전세주택은 없었다. 가계약금이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서 전세보증금을 지원하고 정확한 날짜에 입주가 가능하다는 일종의 계약서가 필요하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
E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건에 맞는 주택은 거의 없을 뿐더러 있어도 힘들다”며 “이것(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말고도 전셋집 찾는 사람이 줄을 섰는데 집주인 입장에서 뭐가 아쉽다고 기다리겠냐”고 말했다.
◆전세 ‘전멸’ 월세는 ‘잠잠’
기자가 취재 포인트로 삼은 신촌 일대에는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대학교가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겨울 방학 이사철과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공급 등으로 인해 인근 부동산은 대학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대학교 겨울방학기간으로 예년 같으면 학생들 이사 때문에 부동산 업자에게는 성수기나 다름없다. 하지만 예년에 비해 올해의 경우, 전세는 물론 월세 문의도 뜸한 게 이상했다.
신촌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원룸, 오피스텔 등 약 6~7평 남짓 하는 방 한칸 전셋값은 평균 6000만원선. 그나마 살만하다고 추천하는 집이 평균 6500만~7000만원 사이다. 월세는 보증금이 싼 만큼 비싸다. 대부분 보증금 1000만원에 방 크기, 풀옵션 등의 조건에 따라 40만원에서 높게는 90만원짜리도 있다. 여기에는 약 5만~10만원 안팎의 관리비는 따로 내야 한다.
신촌을 중심으로 마포구 일대 전체를, 그나마 살만하다는 6000만원에서 7000만원 이하 전셋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의 전세지원 한도액은 7000만원 이하 전세주택이다.
전세로 나온 물건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월세수요는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전세는 거의 바닥 수준이었다. R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전세매물을 접수받는 지역은 마포구 전체다. 그러나 이 일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은 총 3건.
차로 10분 정도 타고 가서 한 곳은 볼 수 있었지만, 나머지 두 곳 중 한 곳은 집주인과 통화한 직후 이미 나간 상태였다. 그나마 또 다른 한 곳은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경쟁자와 같이 봐야 했다.
이번엔 다른 공인중개사로 가봤다. 공인중개사들끼리는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다. 경험상 발품을 팔면 팔수록 물건은 나오게 돼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소개한 물건 중 한 곳은 방금 보고 왔던 물건과 같은 집이었고 또 다른 한 곳은 볼 이유가 없었다. 주택가격 대비 부채비율이 80%가 넘었기 때문이다.
마포구 일대는 타 지역으로 이동하기가 용이한 입지이다 보니 대학생, 직장인 모두 선호하는 지역이다. 전세주택이 없는 이유는 다름 아닌 기존 전·월세 세입자가 이사를 하지 않고 웬만하면 눌러 살고 있어 이동 수요가 많지 않아서다.
D공인중개사 대표는 “마포구 지역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해도 위치가 좋아서 이사를 안 한다”며 “집주인도 기득권을 쥐고 있는 기존 세입자가 먼저라서 재계약을 이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학생 전세주택 꺼리는 이유는?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대한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교가 밀집돼 있는 흑석동, 상도동, 신촌 일대 공인중개사 대표의 공통된 입장이다.
이들은 지목한 문제점은 △주택소유자와의 공동계약 절차 △부채비율 낮은 주택 부족 △월세 선호 현상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중앙대 후문에서 약 10분정도 떨어진 상도동 일대 M공인중개사사무소 정 대표는 앞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계약을 2건 정도를 이곳에서 성사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같이 전세주택이 없는 상황에서 대학생 전세임대는 기대하기 조차 힘들다는 설명이다.
중앙대 바로 앞에도 수많은 원룸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지만 전세로 나온 집은 많아야 3채 정도다. 인근 중앙대와 숭실대 중간 정도인 상도동에는 대학생과 직장인 전세수요가 섞여있다. 정 대표는 “지금 전세매물은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계약 당시에도 원룸으로 지어진 건물은 부채비율 높아 2건 모두 단독주택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반지하 주택도 힘든 상황이다.
신촌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어렵게 발품을 팔아 대학생 전세임대주택과 적합한 전용면적 40㎡이하 6500만원짜리 전세주택을 찾았다. 약 6평 남짓한 풀옵션 원룸이다. 등기부등본상 부채도 없고 깨끗하다. 그러나 이번엔 주택소유주가 계약을 꺼리고 있다.
집주인이 정부의 지원을 받고 공동계약을 해야 되는데 복잡한 절차상의 서류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전세주택을 소개한 E중개업소 대표는 “전세임대주택으로 조건이 맞는다고 해도 연세가 많은 집주인들이 열흘이 걸리는 심사기간과 복잡한 서류를 작성하면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세를 원하는 사람이 넘치는데 굳이 시간까지 할애 해가면서 도와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택소유주들이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을 가장 꺼리는 것은 전세권 설정이다. 과거 전세권 설정을 악의로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집주인이 되레 피해보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 부분을 상당히 꺼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주는 정부 입장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전세권 설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세권 설정 등에 대해 결정된 부분은 아직 없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서울본부 주거복지부 관계자는 “20일 입주 대상자 발표 때 제도 변경 등 문제점을 보완할 방침이지만 전세권 설정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세권 설정 등의 절차상 문제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적합한 전세주택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얘기다. 국토해양부 역시 대학생들이 편하게 전세주택을 구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지만 대학가 인근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학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전세주택이 많다”며 전세주택 대상을 더욱 완화하고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기자가 다녀온 서울 주요 대학가에는 전세주택이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서강대 인근 D공인중개사 대표는 “월세도 전셋집으로 돌리고 있는데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책인 지 의문”이라며 “그나마 나와 있는 전세주택의 주택소유주도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대해 전혀 고려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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