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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돌출행동에 카드업계 ‘닭 쫓던 개 지붕…’

보이스피싱 구제안…업계와 협의 없이 ‘피해40% 감면’ 선수 쳐

박지영 기자 | pjy@newsprime.co.kr | 2012.01.13 14:53:58

[프라임경제] 요즘 현대카드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세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구제안’을 마치 자신들 공(功)인냥 가로채는가 하면, 아무런 협의도 없이 ‘피해 40% 감면’을 발표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정해 놓은 까닭이다.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피해를 ‘고객 탓’으로만 돌렸던 카드사가 한발 물러나 피해자 구제에 나서게 된 데는 ‘대통령의 힘’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12월15일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금융회사가 책임지지 않고 피해자만 책임을 떠안는 구조는 문제”라며, 직접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치고나간 현대…물 먹은 업계

가뜩이나 ‘저축은행 사태’로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마당에 김 위원장으로선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던 상황. 김 위원장은 곧바로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카드사들과 협력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현대카드 본사 전경.
여신협회와 카드사 실무자들이 모여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방침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 즈음이다. 우선 여신협회와 카드사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채무액을 일부 면제해주기로 하고, 최고 몇 퍼센트까지 감면해 줄 건지 세부방안 조율에 들어갔다.  

그러던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이 예정에도 없던 ‘카드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카드사 점검결과’라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이 공개적으로 카드사들을 압박하고 나서자 현대카드가 먼저 치고 나간 것이다.

같은 날 현대카드는 “업계 최초로 2011년 1월부터 보이스피싱 사기피해를 입은 자사 카드회원을 대상으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피해금액 원금의 40% 감면한다”고 밝혔다.

현대카드의 돌발행동은 곧바로 ‘높은 감면율 경쟁’을 불러왔다. 사흘 뒤, 하나SK카드는 ‘현대카드가 최초라면 우리는 업계 최고’라며 “피해원금의 최대 45%까지 감면해 주겠다”고 맞섰다.

이들의 ‘배신’에 업계는 당혹스러웠다. 말 그대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해보상 방안을 협의할 때만 해도 ‘감면율 30%선’에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을 현대카드가 느닷없이 ‘10%’나 올린 것.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감면액 논의를 했을 때 일부는 20%로 하자고 하고, 또 일부는 30%를 하자고 해 의견대립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30%선에서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현대와 하나가 이보다 높은 감면율을 제시하면서 그 선에 맞추지 않으면 아니한 만 못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40% 받고 10% 얹어서 Go!”

이에 업계는 보란 듯이 ‘40% 가고 10% 더’를 외치며 응수에 나섰다. 지난 12일 신한‧KB국민‧삼성‧롯데카드와 외환은행은 여신협회를 통해 ‘피해원금의 최대 50%까지 감면’을 골자로 한 공동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들 카드사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대상으로 회원 과실정도에 따라 피해원금의 최대 40%까지 감면하며, 장애인 및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최고 50% 우대 감면율을 적용키로 했다.   

현대카드의 ‘배신’ 덕에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더 높은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애초 기획된 ‘피해자 구제’의 공공성은 뒷전으로 밀린 듯 해 뒷맛이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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