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내년 상반기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조선·건설·해운업계는 현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상반기에 회사채 만기도래가 집중돼 기업들이 최근 2개월 연속 회사채 발행을 13조원 가까이 대거 늘린 것으로 집계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업들 회사채 발행 늘려 유동성 확보 나서”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내년 월별 회사채 만기상환 예정액은 1월이 13조398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월 11조5822억원, 4월 9조7943억원, 6월 94천446억원 등 순으로 상반기 만기 물량은 62조1995억원으로 전체의 58.9%를 차지했다.
이에 기업들은 10월 회사채 12조8897억원을 비롯해 11월 12조9519억원을 발행했다. 11월 발행액은 작년 같은 달 10조3천603억원에 비해 25.0%나 증가한 것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회사채가 지난 10월에 이어 13조원 가까이 발행된 것은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저금리 기조를 이용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국내 기업실적 악화 가능성, 위험업종 만기 집중
내년 상반기에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유럽 국가들의 국채만기가 집중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물량도 같은 시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조선·건설·해운업 등 이른바 ‘위험업종’ 회사채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몰려 있다. 실적악화로 인해 일부 기업들의 현금 유동성 위기는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내년 1~3월에는 STX그룹과 두산그룹, 한진그룹의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KIS채권평가 집계 기준으로 한진그룹 1조1900억원을 비롯해 두산그룹 8750억원, STX그룹 8200억원 규모이다.
내년에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치를 내놓은 129개 상장사의 내년 연간 현금흐름(연결재무제표 기준) 컨센서스(시장평균)가 추락하고 있다.
분석대상 기업의 내년 연간 현금흐름 컨센서스는 지난달 말 현재 153조7859억원으로 4개월 전 7월말 165조5868억원보다 7.1% 줄었다. 해당기업 중 7월말보다 현금흐름 전망치가 악화한 곳은 71.3%인 92곳이다. 이 중 48곳은 10% 이상 감소했다.
기업별로는 현대상선의 내년 현금흐름 전망치가 3201억원에서 -919억원으로 악화됐다. 한진중공업도 2천89억원에서 455억원으로 78% 줄었다. 한진해운은 4196억원에서 2721억원으로 35%, OCI는 1조7455억원에서 1조1328억원으로 35%, LS산전은 2681억원에서 1812억원으로 32%, 삼성테크윈은 3797억원에서 2655억원으로 30% 각각 감소했다.
◆"건설 업종 액수 적고 상대적으로 우량기업 걱정 덜해"
무엇보다 조선·건설·해운업종에 우려가 적지 않다. 이달 들어 대림산업의 계열사인 고려개발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건설업종을 중심으로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중 위험업종으로 분류되는 것은 조선업종과 건설, 해운업종 등이다. 이들 업종의 만기도래액은 5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21.2%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전체 회사채 잔액에서 이들 위험업종의 비중이 14.4%에 불과한 데 비하면 내년 만기도래액 중 위험업종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 건설업종의 만기도래액은 1조7600억원, 조선업종은 2조1000억원, 해운업종은 1조3400억원이다.
동양증권 강성부 채권분석팀장은 “건설업종의 경우 액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우량기업 위주로 만기가 돌아와 걱정이 덜하지만, 조선업종은 만기도래 금액이 전체 만기액의 8.7%로 평상시의 3배에 달한다”며 “조선업체들은 3년 전에 수주부진으로 선수금 유입이 줄어들자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진중공업과 STX조선해양은 하반기에도 꾸준히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있다”고 밝혔다.
내년 현금사정이 악화되는 상장사 중 조선·건설·해운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5%에 달한다. 더구나 이들 업종 중 A등급 이하 회사는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경로가 막히게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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