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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

 

최보기 칼럼리스트 | thebex@hanmail.net | 2011.11.01 17:46:20

[프라임경제] 1534년 오다 노부나가, 1536년 도요토미 히데요시, 1542(?)년 도쿠카와 이에야스, 1545년 이순신, 1619년 봉림대군(효종)이 각각 태어나기 까지 나이 차는 도합 85년,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까지 동아시아 대전(임진왜란)을 중심축으로 일본, 조선, 명나라, 청나라가 어우러지는 격동의 시기였다.

그 중 핵심 인물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이순신은 약 아홉 살 차이로 1590년대 10년 역사의 자웅을 겨뤘던 라이벌이었다.

특정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에게 책은 일단 재미있어야 읽힌다. 거기다 쉽기까지 하면 다홍치마.

   
 
역사서의 경우 여기에 정사든 야사든 역사적 사실, 팩트가 중심이 되어야 공부하는 재미까지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숨어있는 일인치’를 찾는다면 역사 연구가로만 알려진 최행보 님이 경향미디어를 통해 2005년 초판을 낸 '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를 추천한다.

이 책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뉜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저 유명한 영화 ‘카게무샤’의 전설 다케다신겐과 우에스기겐신 등을 누르고 16세기 통일 일본의 기틀을 다진 오다 노부나가와 처세술의 달인 도요토미 히데요시, 50년 기다림의 두꺼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룬 ‘대망’이 제 1단락.

이순신 장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결을 다룬 임진왜란이 제 2단락. 줄타기 외교의 광해군에 한참 못 미치는 국제 정치감각 덕에 웅진(공주)과 강화도, 남한산성으로 도망 다니기에 바빴던, 결국에는 삼전도 치욕을 당한 ‘못난 조선’ 비운의 어리버리 왕 인조와 그 복수를 위해 북벌을 추진했던 봉림대군(효종) 이야기가 제 3단락이다.

오다로 부터 효종까지 100년 정도의 동아시아 역사가 사람과 사람, 사건과 사건이 어떤 원인과 결과로 서로 물고 물렸는지, 그 과정의 역사적 분기점들은 어디였는지, 핵심의 사나이들은 어떤 선택으로 미래 흥망을 자초했는지를 한 눈에 내려다보고 한 권으로 압축해준다.

신기한 것은 100년의 역사, 그것도 격동의 삼국 역사를 이렇게 딸랑 한 권으로 다뤘는데도 이전의 역사책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을 그렇게나 많이 알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줄도 버릴 게 없어 검은 밑줄과 붉은 동그라미로 책이 난장이 돼버렸다.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오다는 죽이고, 도요토미는 어떻게든 울게 하고, 도쿠가와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각인각색 리더십. 오다의 혁신과 결단, 바늘장수 고자루(小猿 작은 원숭이)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로의 성공시대, 인내의 화신 도쿠가와를 다 읽을 수 있다.

대망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눈만 뜨면 할복과 가이사꾸, 싸움의 기술이 난무하는 삼십 권 넘는 시리즈를 굳이 다 읽으라 권하고 싶지 않다.

잔머리의 대가 고니시 유키나가가 경상우병사 김응서를 통해 이중 계략으로 유출한 정유 재침 정보로 결국 백의종군하게 되는 이순신, 그를 살려 보내지 않으려는 이순신의 노량 결전, 도쿠가와와 맞붙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배해 이슬로 사라지는 고니시, 엽기 대왕 선조에게 희생당하는 익호장군 김덕령, 권율 장군에게 곤장 맞고 무리했다 참패하는 원균, 그나마 경상수사 배설이 도망쳐 남긴 12척으로 이순신은 명량에서 ‘尙有十二 舜臣不死,  아직도 배가 열두 척이 남아있고, 순신은 죽지 않았다’고 소리쳤다.

삼전도 치욕에 히스테리를 가진 인조는 볼모로 잡혀간 탓에 청나라와 신 문물에 익숙한 소현세자와 강빈을 결국 죽이고 만다. 왕위를 물려받은 소현의 동생 봉림대군은 명나라 유민을 활용한다는 전략으로 북벌을 위해 10만 양병과 군사력 증강에 나서다 안타깝게도 요절하고 만다.

그러나 그가 키운 군사력이 만만치 않았음은 청과 러시아의 흑룡강 국경전쟁에서 조선군의 혁혁한 공으로 간접 증명된다.

요소마다 적당히 버무려진 양념들도 훌륭한 서비스다. 명과 청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조선이 낳은 비운의 국제 미아, 허탈한 임경업 장군, 광해군의 눈치보기 전략으로 청나라에 거짓 투항했다 적장이 되어 돌아와 인조와 대결하게 되는 강홍립의 인생역정, 이순신의 노량 결전으로 일본에 미쳐 못간 왜군 조총수 300 명의 화력을 믿고 인조에게 대들었다 패가망신한 이괄 등 필자로서는 미쳐 알지 못했으나 그 의미가 가볍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과 배경을 알게 되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를 읽고 좀 더 진도를 나가보고 싶다면 단행본 '도쿠가와 이에야스', '난중일기',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에서 '국화와 칼'까지 뻗어 나갈 책들은 독자 마음이다.

   
 
사실 난중일기는 일반 독자들이 처음부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방문한 곳과 만난 사람, 그날 활쏘기를 같이한 사람, 술에 대취해 토하고 실수한 사람, 원균 수사의 못마땅한 행동에 대한 인간적인 비난 등을 짧게 서술한 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다 노부나가와 소현세자'나 임진왜란을 다룬 책을 읽은 후라면 그 맛이 달라진다.

최보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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