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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重, 기업 경쟁력·국가 보안 '총체적 난국'

대우해양조선·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STX 등 대결 구도서 사실상 제외

이종엽 기자 | lee@newsprime.co.kr | 2011.06.14 16:10:57

[프라임경제] “자살 폭탄 테러버스가 정면 돌진한 것이나 다름없다”

한진중공업이 희망버스 운동의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이면서, 시민단체 등 외부세력의 파업 연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꼬일대로 꼬인 노사 관계가 자칫 건실한 기업 자체를 잡는 것(교각살우, 矯角殺牛)이 아니냐는 지적이 산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일반 제조업체와 다른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군수 물자를 생산하는 방산업체다. 그것도 ‘가급 보안시설’에 방산업체 직원들이 재야 단체 회원들과 탤런트 김여진씨 등에게 사실상 ‘무장해제’했다는 점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사다리를 통해 침범한 이번 주말 상황에 대해, 노동운동이나 노동운동에 연대하는 시민 학생 관계자들도 “국가 안보 시설물에 대한 최소한의 법 기준을 스스로 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한진중공업 사태는 그 도가 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회사 입장에서 보면 방산업체로서 그동안 쌓아온 아성과 품위를 스스로의 손으로 허물어 뜨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작은 희망버스 운동이었지만, ‘자살 폭탄 테러버스’에 뚫린 이상의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 12일 새벽1시경, 전국 각지에서 시민, 노동단체 회원들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 모였다. 이들은 ‘희망버스’를 타고 각지에서 부산 봉래시장에 모여 촛불을 들고 행진을 시도, 노조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문제는 이후 이들이 사다리를 이용, 조선소 담당을 통과했으며, 물리적 충돌로 노사 양측에서 모두 부상자가 나왔다는 데 있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희망버스’가 도착하기 전인 10일 한진중공업 공장 봉쇄를 시도했고, 이 같은 상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보안시설 문제로 외부 침입을 좌시할 수 없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명한 셈.

지난 13일 아침 MBC라디오에 출연한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오셨던 분들 중에는 공선옥 작가, 김선우 시인도 계셨고,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이 상황에 대해 공감하는 분들이 오셨던 건데 그렇게 물리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일반적인 파업 현장이라면 몰라도 방산업체에까지 일률적으로 들이댈 잣대가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 한진重, 최근 3년간 수주 ‘제로’ 치욕

방산업체인 조선업체가 파업 상황에 말려드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1994년 여름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조선 3사가 모두 파업을 한 바도 있다.

   
한진중공업 크레인에는 이번 사태가 노사 불안정으로 인해 야기 됐음을 알리는 내용물이 걸려 있다. 사진= 민주노총 홈페이지
문제는 이때 조선 3사가 파업을 벌였으나 다음 두 가지 이유로 큰 부담이 걸리지 않았다는 데 있다. 첫째, 주요 메이커 3사가 모두 동일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경쟁업체를 의식하지 않는 여유를 갖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 둘째 파업 효과로 인한 타격을 계산할 때에 선박은 납기가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의 파업으로 끝난다는 조건만 충족되면 경제 및 안보상 큰 손실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

우선 1975년 7월 정부의 한국형 전투함 시제업체로 선정되면서 방산업계에 뛰어든 현대중공업은 1994년 무분별한 노동쟁의의 부작용을 경험한 이후 노사문화 자체가 바뀌었다. 국산 호위함은 물론 이지스함(KDX-III)인 ‘세종대왕함’ 건조하는 등 조선 관련(해군 함정 관련) 방산업체 중에는 가장 위상이 높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우리 해군이 독일 209급(장보고급) 잠수함과 한국형 구축함을 갖는 데 든든한 밑받침 노릇을 해 왔다.

STX조선은 한때 방산업계를 관찰할 때 3대 주력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기 어려운 업체로 꼽혀 작은 규모의 고속정 선박 건조만 했다. 하지만 차기 호위함 건조 문제에서 신규진입하면서, 방산업체 ‘4룡’으로 대등 경쟁할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다.

이 문제로 한진중공업 등 3개 업체들이 반발했고, 행정소송까지 간 바 있다(당시 행정소송 1심 재판부는 기존의 업체들이 방산 시장 점유율면에서 반사적 불이익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를 당연히 보장할 권리라고 보지 않았다. 즉 재판부는 이 같은 지정 행위로 인한 피해는 자주국방이라는 공익적 측면에서 기존 조선업체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

이러한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한진중공업의 현황은 어떨까?

한진중공업은 호위함, 초계함이나 군수지원함 등을 만들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수송함(LPX,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박 보유를 경항공모함 운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인 ‘독도함’ 진수로 주목을 받았다.

독도함이 외형으로는 수송함이나, 상륙작전을 위한 병력과 장비수송을 기본 임무로 하는 대형 수송함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3개사에 전혀 밀리지 않는 특화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동안 함정 관련 방산업계는 ‘내수용’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했다. 하지만 이 분야 방산업계에서도 근래 드디어 ‘수출’이 이뤄지면서 한진중공업 역시 호기에 편승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해석된다.

이러한 호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파업으로 인해 한진중공업의 경영실적은 실망 그 자체다.

경쟁 업체들의 호조 속에서 올 1분기, 현대중공업은 71억달러, 대우조선해양은 34억달러, 삼성중공업은 23억달러를 수주한 반면 한진중공업은 2008년 9월부터 현재까지 수주실적이 ‘전무’하다.

통상 제작 기간이 몇 년 걸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향후 수 년간 한진중공업은 ‘개점 휴업’상태가 될 것이 자명하다. 경쟁 업체들은 이미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하지만 국내 최고(最古) 조선사에는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기업 미래를 찾기 어려운 상태다.

◆ “시위자 중 적성국 세력이 있었다면…”

이번 12일 새벽 외부 침입 사건은 그 의도가 순수하게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방산업체 파업 문제에 있어 담장 안팎이 하나가 되어 보안을 허물어뜨렸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현행 군사기밀보호법 제 17조(군사보호구역 침입 등) 1항은 ‘군사보호구역을 침입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적시돼 있어 이번 사태에 관계된 세력들은 명백히 불법을 자행했음을 알 수 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특히, 최근 북한 특수부대가 국내 보안시설물 거의 대부분을 뚫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상황과 겹쳐 더 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실제로 군함 건조 관련 시설에는 시위대가 접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안 부재는 이미 확인된 셈.

이는 곧 앞으로 과연 방산 관련 발주를 받는 문제에서 한진중공업이 이전과 같은 대우를 받기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타 조선업체들이 방산업체로서의 전문성을 충실하게 쌓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넘보려는 상황 속에서, 한진중공업은 희망버스와 연예인 김여진으로 대표되는 외부 세력이 파업에 왈가왈부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주도권을 행사하는 이상한 모습을 연출하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과연 장기간 파업을 하는 조선업체에 누가 선박을 발주하겠느냐는 우려가 다소 ‘기우’에 머무는 것이었다면, 방산업체로서 명함을 내밀 수 있겠느냐는 걱정은 보다 현실적인 걱정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건실한 중공업 기업이 파업에 연대한다는 외부인들이 일으킨 역효과로 인해 샌드위치처럼 짓눌리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해군사령부 고위 관계자는 “해군 주요 함정을 생산하는 곳에 불법 시위 및 점유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며 “만약 시위대 중 적성국 세력이 있었다면 대한민국의 안보의 일부분은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더 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노사 관계 문제와 국방 안보는 별개의 것”이며 “향후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한다면 사법기관에서는 이들 외부 세력에 대해서는 불법 세력으로 간주해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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