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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기아차 노조의 이번 요구 조건은 유급전임자 무급제나 타임오프제 시행 등 7월 시행이 예정된 노사관계법 내용을 무시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어 더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개별 노조의 노동운동 뿐만 아니라 상급단체의 활동 등까지도 각종 혜택을 달라고 요구해, ‘귀족 노조’라는 비판을 받는 현행 노동운동의 병폐를 사실상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탄력적 경영’ 나몰라라 하는 ‘철밥통 정신’?
기아차 노조는 일단 ‘국내외 생산비율제 도입’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노조는 또 엔진 및 변속기 등에 대해 해외공장 및 관계사와 물량교류가 필요할 경우 노사 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내외 생산비율제란 국내 9개 공장과 해외 4개 공장으로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해외 생산을 묶어 두는 제도다. 노조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해외 진출이 국내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내외 생산비율을 제한하는 것이다.
기아차는 같은 그룹사 소속인 현대차에 비해서도 해외 생산 비중이 낮다는 점이 다르다. 현대차는 해외 생산분이 절반에 가까우나 기아는 해외 비중이 25.7%에 머물러(2009년 기준) 해외 공장에 대한 견제 의식을 가질 수 있다. 향후에 해외 진출이 강화되면 줄어들 파이가 그만큼 크다는 것.
하지만 이같은 우려로 지나친 경영권 제약을 노조가 시도하는 것은 분명 월권이라는 반론이 만만찮다.
더욱이 기아차 노조는 물량교류에 대한 노사 합의(엔진, 변속기, 소재 등을 해외 공장 및 관계사와 교류할 필요가 있을 때 노사합의)를 주장하고 있고, 신차종·신기술·자동화 도입에도 입김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이는 탄력적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되어 가고 있는 현재의 세계 경영 상황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요구조건이라는 것. 과거 개발도상국면에서는 몰라도 기아차 정도 되는 규모의 초국적 기업군에서 노조가 들고 나오기에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이같은 요구는 ‘경영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필요시 해외 공장이나 협력사와 물량교류 등을 시도할 가능성을 사실상 극히 어렵게 봉쇄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영상 위기가 오는 등의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가 해외 공장이나 계열사 등이 함께 사는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본사 노조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기주의로 흘러갈 수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기아차 노조의 귀족노조화, 강성노조 속성 강화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7월 시행 개정 노사관계법, 임단협으로 뭉개기?
기아차 노조의 무리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아차 노조의 이번 임단협 요구 중에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제도나, 타임오프제 시행 등 노사관계 선진화 구상의 기본틀을 피해가려는 의도를 깔고 있는 요구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6일 알려진 바를 종합하면, 기아차 노조가 최근 임시대의원회의를 통해 확정, 사측에 교섭을 요청해 온 임단협 협상안 내용 중에는 노조 전임자를 오히려 늘려 달라거나 자체 고용 상근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해 달라는 내용 등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노조의 요구안에는 현행 전임자 수 보장, 상급단체와 금속노조 임원으로 선출 시 전임 인정 및 급여지급, 조합에서 자체 고용한 채용 상근자 급여지급, 전임자에 대한 편법 급여지급, 조합활동 인정 범위를 대의원 및 각종 노조위원회 위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사실상 전임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급여 지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 회사측 해석이다. 이렇게 되면, 전임자 급여지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타임오프제 시행을 통한 노동운동 인정 범위와 전임자 규모 역시 현재 관행보다 대폭 축소하려는 개정 노사관계법 시대에 정면으로 반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아차는 지금까지 136명의 노조 전임자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급여를 회사가 지급해 왔다. 이달초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기아차의 유급 근로시간 면제 한도는 18명으로 줄게 된다. 하지만 노조측 요구를 모두 수용하게 되면, 노조 활동을 하는 전임자 규모가 주는 효과는 전혀 기대하기 어렵고, 전임자가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 활동을 하는 경우에까지 전임 인정과 급여 지원을 하여야 한다.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오히려 강화된 전임자 요구안을 확정려고 추진 중이며, 이대로 통과될 경우 기아차는 사실상 노사관계법 개정과 관계없이 특권이 인정되는 ‘그들만의 세상’이 되게 된다.
◆강성노조 완화 긍정적 평가 ‘다시 와르르’ 우려
이같은 상황은 기아차가 지난 IMF 구제금융 시대 이후 어려운 길을 걸어온 과정을 아는 많은 경제계 주변 인사들에게 깊은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기아차는 강성 노조의 활동으로 탄력적으로 위기대응을 하지 못해 결국 경영난에 시달렸으며 이후 현대차그룹에 속하게 됐다.
이후 노동운동의 강도가 약화되는 모습도 일부 보여, 한때 “강성노조 문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예컨대, 한국투자증권 1월 20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기업이 어려워지면 노동자도 없다는 상황인식이 실뿌리를 내리는 게 아니냐는 긍정적 전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임단협 과정에서 경영권이나 관련법제도 개정 국면 등 주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요구조건만 늘어놓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과거 IMF 국면과 다를 게 없거나 오히려 더 한 이기적 노동운동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오히려 현대차그룹에 속하게 되면서 대기업 문화에 더 젖어들게 되고 이전의 강성 노조 기류는 여전히 빼지 못함으로써, 결국 ‘강성 귀족 노조’의 왜곡된 분위기가 극대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사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가의 흐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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