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04년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합병 과정에서 대손충당금을 잘못 계상, 탈세를 했다는 논란에 흽싸였다. 당시 김 전 행장과 국민은행측은 통상적으로 회계에서 사용하는 두 가지 계산법 중 하나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권위있는 회계법인으로터 자문(국내 굴지의 회계전문집단으로 꼽히는 삼일회계법인)을 받아 처리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금융감독위원회의 결정으로 김 전 행장은 연임 불가에 해당하는 '문책'징계를 받았다.
당시 김 전 행장의 낙마를 놓고 김 전 행장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운영 방식으로 금융당국과 엇박자를 자주 놓은 것이 낙마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사건은 21일, 유사한 구조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외환은행·외환카드가 과징금 취소 결정을 국세심판원으로부터 이끌어 내면서 역시 과징금 취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은행과 김 전 행장의 명예회복쪽으로 결론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김 전 행장은 이미 고령으로(1947년생) 돌아올 길이 요원하지만 그의 손발이 돼 통합KB국민은행을 일궜던 주역들은 지금도 금융계 곳곳에서 맹활약하면서 김 전 행장 못지 않게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전 행장이 국민은행으로 끌어모은 외인부대
김정태 사단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들은 국민은행이나 이곳에 합병된 주택은행 출신인 경우가 없다시피 하다(김영일 부행장이 서울대를 졸업하고 28살에 주택은행에 입행한 케이스).
외부에서 적재적소에 인력을 끌어와 수혈했다는 점과 함께, 첨단에 가까운 새 비지니스 모델에 잘 적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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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성규 하나금융 부사장은 배드뱅크 사장으로 내정됐다. 서울대를 나와 연세대 경영학 석사를 주경야독으로 마쳤다.> |
김 전 행장이 영입했던 주요 인물 중 두 명은 현재 SC제일은행에 임원으로 가 있다. 김영일 현 SC제일은행 부행장은 국민은행 재직 시절 PB, 개인고객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쳤다.
SC제일은행 윤종호 상무는 국민은행 e-비지니스 부장을 지낸 바 있다. 인터넷뱅킹 전문가로 소문이 난 그를 국민은행으로 끌어당기면서 e-비지니스 부장으로 임명했다.
외환위기 국면에서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초대 사무국장으로 일해 이헌재 사단으로도 분류되는 이성규 하나금융 부사장은 국민은행 부행장으로서 일하면서 김 전 행장과 손발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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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범수 신한 지주부사장은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
◆젊은 나이로 김 전 행장 낙마 뒤에도 능력발휘 기회 잡아
이렇게 능력이 출중했던 데다,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은 점도 훗날까지 이들이 살아남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김 전 행장의 낙마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억울했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의 주변에 모였던 사람들도 나이가 많았다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퇴장할 확률이 높았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일은행에 가 있는 윤 상무는 1962년생, 김 부행장은 1953년생이다. 최 부사장은 1956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하나금융 이 부사장은 1959년생이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의 사실상 첫 외부영입 임원으로 꼽히면서 '능력파'라는 평을 듣는가 하면(최 부사장), 최초로 출범하는 민간 배드뱅크를 맡을 적임자로 발탁되기도 하면서(이 부사장) 앞으로도 상당 기간 활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전 행장은 은행장 연임에 실패한 뒤 서강대학교에서 초빙 교수로 일하면서 "은행이 19세기식으로 상품을 판다"고 탄식하면서 공격적인 후학 양성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김 전 행장의 세례를 받은 첫 세대인 이들 인물들이 아직 현직에 있다는 것은 적극적인 위기 돌파와 투자은행(IB)식의 마인드가 은연 중에 확대 재생산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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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영일 제일은행 부행장(서울대 과학교육과)> |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꼭 긍정적인 효과만 내는 것은 아니다. 최근 김 부행장은 서울 모 지역 직원들을 만나 업무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수레에 끌려다는 개로 비유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렇게 김 전 행장의 명예회복 가능성이 높아진 이때,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김정태 사단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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