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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로 버티는 수출전선

원/달러 연이은 하락에도 ‘어부지리’…자체경쟁력 강화 숙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21 15:38:55

[프라임경제]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점을 찍고 21일에도 1200선 턱걸이를 하는 등 1200선 하회 시대가 예상되면서, 수출 악영향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본이 엔고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라 상대적으로 대일 경쟁력이 높아지는 어부지리로 달러 약세 여파를 버티는 불안한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1원당 순이익 0.1% 달려 

현대증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원화가치가 10원 절상되면)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0% 감소하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2%, 6.1%씩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기업들은 낮은 원화 가치와 원자재 가격 등에 힘입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뤘지만 실상 그 실속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실제로 지난 7월 임원 세미나에서 “상반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전자와 화학부문은 달러로 환산하면 매출액이 오히려 작년보다 줄었다”고 직접 거론하며 ‘환율 효과 도취’를 경고한 바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급락은 기업 실적에 큰 악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재정정책과 수출증대에 기댔던 경기 회복 문제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내년까지 원/달러 환율 추가하락 전망

이런 상황에서, 4분기와 내년도 환율에 대해서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6일 ‘2010년 세계 경제 및 국내 경제 전망’에서 환율이 올 4분기 평균 1180원으로 떨어진 뒤 내년에는 평균 1130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은 올 4분기 원/달러 환율을 1170원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어메리카는 4분기 1050원선을 전망,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KB투자증권은 17일 보고서를 통해 연말 ‘1150원선 수렴’을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20일 ‘2010년 국내외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140원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체로 수출에 큰 타격을 받지 않는 ‘환율 마지노선’도 1150 정도라고 이야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는 마지노선을 오가는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일본 덕에 산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 덕분에 경쟁 상대국인 일본 수출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훨씬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KTB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엔화는 2007년 초와 비교하면 원화 대비 60%가량 절상된 상황”이라면서 수출경쟁력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초 100엔당 125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지금은 133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자동차, IT 등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이 일본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에 도움을 주게 된다. 후지이 히로히사 일본 신임 재무장관은 14일 “엔고가 심화되더라도 수출업체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당분간 우리가 어부지리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

◆높은 대외 의존도, 낮은 금융시장 안정성   

이렇게 대외 요인에 따라 우리 환율 시장과 수출 문제가 크게 출렁이는 것은 한국 경제가 대외 의존도가 높은 데다, 거시경제에 비해 금융시장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 삼성경제연구소가 G20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 1년간 경제위기 대응 성적표를 산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1년간 거시경제 측면 변화(△외환보유액 △GDP 대비 경상적자 △장단기 외채 △수출 △예대율) 부문에서는 조사 대상 19개국 중 2위를 차지한 반면, 금융시장 부문(△환율 △주가지수 △크레딧디폴트스왑 프리미엄)에서는 13위를 차지해 체격에 비해 금융 변동에 대처 능력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 환율 변동에 의한 교역조건 악화를 시장점유율 확대로 상쇄하는 문제가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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