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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용 구청장, 골리앗 한진그룹 막을 다윗될까

러브호텔 막은 고양市전례 따라 '고궁 코앞 호텔'막을지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18 11:23:03

[프라임경제] 경복궁 바로 앞인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일대(구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에 한진그룹이 7성급 호텔을 지을 계획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고급 호텔은 부티크 호텔, 즉 일반 외국 관광객이나 내수 수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작은 규모에도 최고급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밀라노 불가리 호텔' 같은 호화판 시설을 예상하기도 한다. 

◆학교 가깝고 궁궐 전경 망칠 흉물될라 벌써부터 우려

문화재에 정통한 학자나 업계 종사자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아무리 개인기업이 가진 땅이지만 경복궁 인근이라는 특수성상 미관 문제에 극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우선 주변 풍문여고 등의 면학환경을 위해 학교보건법 등 관련 규정에서 유해시설로 분류되는 호텔에 제한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는 이도 있으나, 일단 건립 자체를 막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풀이다. 교육구청에서 문제를 가로막을 가능성은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장기적인 경복궁 복원 계획을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거듭나기 위해 궁(宮)과 궐(闕)을 복원하고 있는데, 동십자각의 경우 경복궁 외곽 부분을 담당하는 지역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기 위해 문화재 재정비가 시급한 곳으로 지적받고 있으며, 현재 호텔 부지 바로 옆에는 고종 황제의 후궁이었던 광화당, 삼축당이 머물던 외궁(外宮) 지역으로 근대 문화 유산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만약 궁이 원형 그대로 복원이 성공하는 경우에도, 바로 고앞에서 호텔이 경관을 망친다는 가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황평우 문화연대 위원장은 "현재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일방적인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무리 영리 목적을 가진 기업 소유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한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중요 지역에 사회적 공론화 과정없이 호텔 건립은 문제 있다"고 주장했다.

◆종로구청장 결단이 미지수?

이에 대해 종로구청 문화재팀 관계자는 "법상으로는 궁 앞이라도 호텔을 못 짓게 돼 있지는 않다"고 상황을 설명한다. 이후  심의나 지표 조사 등에서 설립을 거부할 사정이 나오지 않는 한, 경복궁 옆 호텔을 막을 규정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종로구청장의 묘안을 통한 처리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위에서 지적했듯 각종 특수성을 이유로 허가를 내지 않을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

일례로 경기도 고양 일산신도시는 러브호텔 문제로 몸살을 앓자, 지자체장의 결단으로 숙박업 허가를 내지 않는 방향으로 차단을 한 바 있다.

고양시는 이미 2000-2002년 '반(反) 러브호텔' 운동을 벌여 러브호텔 건설 불허 논란을 전국적인 이슈로 만든 바 있다.

이후에도  고양시는 러브호텔 난립을 막기 위한 조치로 2002년 8월 이후 '일반숙박시설' 허가를 내주지 않는 방법으로 규제를 가했다. 2008년에 이에 대해 강력한 반발과 함께 집단 신청이 있었으나,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2008년 여름 고양시는 일산2지구특별상가조합이 추진하는 일산동구 중산동 일산2지구 상업시설용지 1천126㎡에 지하 4층, 지상 13층, 연면적 1만3천㎡ 규모의 일반숙박시설(객실 176개) 신축 안건에 대한 심의를 벌였으나 주거지와 가깝고 러브호텔 전용 가능성을 이유로 안건을 부결시킨 바 있다.

해당 부지는 2001년 12월 대한주택공사가 지구단위계획 입안 당시 숙박시설 및 위락시설로 용도를 지정, 경기도의 승인을 받은 상태였지만, 시의 판단으로 '주민 거주 환경 보호'라는 모토를 관철한 셈이다.

이에 따라 종로구청장을 연임하면서 종로 사랑을 강조해 온 박 구청장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현재 종로구는 북촌 한옥마을 등을 갖고 있는 특성을 살려 문화가 살아있는 서울1번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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