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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BIS시대, 애타는 은행

단순자기자본비율 뜨면서 자금동원방식 지각변동…일부은행 유증 압박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17 14:58:42

[프라임경제] 은행들의 지표 관리가 ‘기초체력’ 중심으로 바뀔까.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국내 18개 은행의 BIS 비율은 13.7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단 금융시장 사정 자체가 일부 개선된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국내 은행들은 5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순이익 악화 상황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6000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2분기에는 2조2000억원으로 그 폭이 더 커져 BIS 등 지표들도 동반 개선되는 상황을 보였다.

여기에 경우에 따라 경제위기가 길어질 경우 금융기관의 기업 유동성 적극지원을 토대로 ‘장기전’을 치르기 위해 선제적으로 은행 체력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당국의 구상도 BIS 개선에 한몫을 했다. 당국의 적극적 독려로, BIS 비율이 10% 이상으로 관리됐던 점도 주효했다.

◆BIS비율 올릴 ‘비법’

하지만 은행권의 체력 관리 방식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BIS비율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BIS비율을 높이는 데엔 기본적으로 체력을 키우는 방식 외에도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위험가중자산을 줄여야 한다. 이중 실제로 자기자본을 늘리는 대신, 위험가중자산을 줄여 BIS비율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은행도 주시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감독국에서는 2003년 이미 보고서를 통해 “신용대출 축소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적은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일단 당장 중소기업 기업대출과 가계 대출 증대를 주문하는 당국의 등쌀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그 외에도 BIS 지표 제고를 위해 몇 가지 사용되는 안들은 이른바 ‘외형적 조정(Cosmetic Capital Adjustment)’로 불린다. 화장 혹은 분식으로까지 번역될 정도의 표현을 쓰는 것처럼, 기초자산의 건전성 및 안정성 개선이 아닌 기술적인 이용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기초자산의 경제적 위험과 자기자본규제에서 계산되는 위험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익거래’를 활용하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예를 들어, 김관성, ‘BIS자기자본규제가 국내금융권 대차대조표에 미치는 영향).

문제는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안들도 건전성 개선에 모두 효과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후순위채, 우선주, 하이브리드증권 등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 우선주 문제는 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별 연관성이 없지만, 후순위채의 경우에는 이미 은행들이 2008년말 대거 발행에 나선 바 있다. 후순채·하이브리드증권 등은 부채성 자본으로 분류된다.
 
◆미국은 TCE, 우리나라도 단순자기자본비율 ‘눈길’

이에 따라 미국 금융당국이 지난 번 자국 은행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당시 주목받았던 TCE 기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유사한 개념에 우리 금융당국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지주 회사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Tier 1) 등 이전의 잣대 외에도 ‘단순자기자본비율’을 상시 점검항목에 포함, 관찰할 예정이다.

이 단순자기자본비율은 미국 TCE와 유사한데, 단순자기자본비율은 총자본에서 무형자산을 뺀 값을 역시 무형자산을 뺀 총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결국 부채를 안는 방식으로는 덩치를 키우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국제 은행감독기관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역시 2011년부터 자기자본 규제를 강화할 태세다. 물론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서다. 결국 은행들은 3년 이내에 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자사주 매입이나 고배당 실시 등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밑도는 일부 은행…유상증자 등 대책 필요성

대체로 은행들은 단순자기자본비율의 부상에 대해 큰 동요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은행의 경영 사정이 개선되면서 BIS 비율에 못지않게 (직접적 비례 관계는 아니지만) 단순자기자본비율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00년대 초반 등 TCE나 단순자기자본비율이 여러 번 부각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에 따라서는 “(단순자기자본비율은) 경기가 어려울 때나 이야기(거리가) 되지, 한물 간 것”이라는 느긋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KB국민은행 등 단순자기비율에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으나 좀처럼 다른 은행 수준으로 오르지 않는 비율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말 단순자기자본비율이 6.5에서 금년 2분기 말 6.73으로 올랐다. 신한은행은 지난 연말 5.6수준에서 2분기말에는 5.91까지 올랐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2분기말 5.4에 그친다(지난 연말 5.2).

대체로 단순자기자본비율이 6%대는 되어야 금감원이 말하는 우량은행으로 판정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달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할 필요성을 제기한 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연말 하나은행에 1조5000억원을 지원할 때에도 외부에서 대출성 자금으로 끌어들인 게 아니라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 지원을 한 바 있어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나은행을 거느리고 있는 하나금융지주는 3분기 실적 개선이 전망되나 후발 지주사로 M&A를 추진, 몸집 키우기를 희망해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자금 조달의 여러 경로를 모두 활용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 문제 등을 감안, 후순위채 등을 더 이상 활용하기 어려워져 사실상 한 손을 묶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경우 문제가 저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민영화 추진 더 나아가 내년 초 다시 ‘메가뱅크’의 핵심으로 떠오를 가능성 등을 점치기도 하지만, 우리금융 주식은 가격이 잘 나오지 않아 이미 매각 추진에 ‘실기했다(기회를 놓쳤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주식 가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유상증자 등을 해 가면서 산하 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 상향을 도모하는 것은 곤란할 수 밖에 없다.

◆은행들 고민 깊어질 듯

결국 은행들은 앞으로 지금보다 자산을 운용하는 데 운신이 폭이 줄어들고, 그 반사적 효과로 적정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이자 수익을 내는 영업은 지금도 어려운 상황인데, 앞으로도 더 어려워지게 된다. 그럴 수록 비이자 부문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게 될 전망이다. 방카슈랑스 등 전통적 은행 예대 수익 부문(이자 부문)이 아닌 비은행·비이자 부문에서 전쟁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미 3분기 영업에서 화두는 비은행·비이자 수익 내기로 옮아간 바 있는데, 이러한 구도가 2011년까지 강화될 수 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이 와중에서 순위 고착화 등으로 힘든 은행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BIS 비율의 독주 시대가 끝나고 단순자기자본비율이 뜨면서, 일부 은행들은 성장의 꿈을 영원히 접게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피땀 어린 일부 은행의 도전이 눈길을 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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