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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외줄타기 힘든 은행장의 운명

국정원압력 논란,리베이트,파생상품 등 구설수 원인도 가지가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15 11:12:36

[프라임경제] 하나은행이 출자, 설립한 하나희망재단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파트너로 검토되던 희망제작소를 버리고 독자사업에 나선 까닭이 당국의 압력 때문이었다는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권에 비판적인 시민단체 관련 사업에 당국이 압력을 가했다"는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폭로성 인터뷰가 나오고 이어 국가정보원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자금원인 동시에 해당 재단에 현직 임원들을 이사장과 감사 등으로 개입시키고 있는 하나은행으로서는 공방전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고 파장 또한 만만찮게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년 초 재단 이사회가 왜 이같은 결정을 내렸는지가 문제의 열쇠나 다름없기 때문.

하지만 이처럼 전현직 은행장이 굵직한 사건에 말려들어 고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하나희망재단 이사장) 사례를 계기로 전현직 은행장의 가시밭길을 간략히 살펴 봤다.

◆비자금 싸들고 은행 이익 위해 로비 뛰다 쇠고랑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은행장. 하지만 은행의 존망을 위해 궂은 일을 맡거나 당국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은행 이익을 위해 로비를 하는 것도 은행장의 몫이다.

지금은 사라진 동화은행은 안모 전 행장이 비자금을 조성하다 검찰 수사를 받았다. 하지만 수사 주임검사가 중간에 바뀌면서 당시 정관계 로비가 상당 부분 은폐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IMF 외환위기 무렵에는 경기은행(현재 한국씨티은행에 흡수)의 경우 은행 퇴출을 막기 위해 서모 전 행장이 비자금으로 요로에 로비를 했다가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당시 이와 관련, 유능한 경제관료에서 지자체장으로 변신, 정치적 야심을 불태우던 임창렬 전 경기지사는 부인까지 함께 구속, 정치경력에 흠이 생겼다.

◆부하잘못으로 덕망있는 은행장이 징계 대상 낙인찍히기도

부하를 잘못 둬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행원들을 모두 책임지는 위치상 때로는 억울하게 금융인으로서의 명성이 깎이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모 은행의 한 전 행장은 은행 내외에서 원만한 평을 얻으면서 지주 사장으로 영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행장 재직 시절에 모 지역에서 터졌던 대형 횡령 사건으로 이달 초 금융위원회 제재심의위원회 도마에 오르는 수모를 겪었다.

2006년에는 최모 조흥은행장(현재 신한은행과 통합)이 부하직원이 저지른 CD 거액 횡령 사건으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징계를 받기도 했다. 

◆경영 판단 실패하면 쓸쓸히 금융인생 접어야

금년 초가을을 뜨겁게 달군 황모 KB금융 회장(전 우리은행장) 건은 황 회장이 우리은행에 일할 당시 파생 상품 투자에 투자했다가 사상 초유의 손실을 일으킨 데서 비롯됐다. 특히 황 회장이 '뱅커'답지 않은 위험한 투자를 했다가 화를 자초했다고 해서 진동수 금융위원장 같은 이는 "원래 같으면 '직무정지 상당'이 아

   
  <구 한일은행은 외환위기 국면에서도 은행장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논란을 빚는 등 어지러운 행보를 보이다가 결국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불명예 끝에 우리은행으로 바뀌었다. 사진=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니라 '해임'을 할 건이다"라고까지 힐난하기도 했다.

◆리베이트 달콤한 독 찾는 '행장님'…불우한 기업 등친다 논란도

검찰이 공적자금 비리를 수사하던 중에 은행장들이 대거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바도 있다. 특히 부실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혈세가 투입되고, 온 나라가 뛰던 당시인지라 이 자금을 착복해 개인 주머니를 채운 이들의 모럴 헤저드에 비판이 높았던 것.

이모 전 한일은행장(현재의 우리은행)은 삼익건설 이모 회장으로부터 대출과 관련된 사례 명목으로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은행계 후배들의 신망을 잃었다. 일명 리베이트라는 것으로, 은행장들이 경기가 좋을 때 받는 것은 관례로 인식되기도 했으나, 위기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악용한 사례들에 대해선 여론이 곱지 않았다. 결국 이런 부실한 운영 방식이 구 한일은행을 공적자금 투입으로 내몰았다(현재 우리은행으로 재탄생)는 평가는 지금도 따라붙고 있다.

이렇게 은행장들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예기치 못한 위기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그동안 우리 금융사가 압축성장을 한 경제에 발맞추기 위해 활발히 거듭해 온 데다 금융여건이 날이 갈수록 세계 경기 흐름을 밀접히 타는 등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은행의 정점이자 꽃'인 만큼 사명감과 냉철한 판단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 1년인 지금, 행장들이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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