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새로운 인터넷 소통 수단으로 각광받는 '트위터(twitter.com)'에 정치인들은 어떤 적응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연대감을 기반으로 소통하는 카페나 블로그를 통한 글을 발표하는 1인 미디어 형태인 블로그와도 달리 트위터는 개개인이 각자 말하고 서로 관심있는 사람끼리 말을 주고 받는 형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정치인이 수시로 변하는 여론에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다만, 이 방식은 지역구에 기반한 정치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불특정 다수, 그러나 최신 트렌드 세터에 해당하는 이들을 상대하는 방식이라 중앙 정치거물에게나 적당하다는 것.
실제로 영남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내놓은 '정치인들의 트위터 사용'에 대한 보고서도 이같은 일각의 해석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뒷받침한다. '뒤따르는 사람(폴로워·follower)'들이 많은 정치인으로는 단연 노회찬 전 의원(진보신당)이 5332명에 달했고, 대선 주자로 이명박 현 대통령에 맞섰던 정동영 의원(무소속)이 1469명의 트위터를 보유 순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트위트(글을 올리는 것)' 수는 심상정 대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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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무제한의 대화확산을 통한 이슈선점이 가능한 트위터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경향이 늘고 있는 가운데, 트위터의 이런 속성들이 현실정치에 영향을 주는 현상도 목격되고 있다. 정치적 세력 없이도 정책을 잘 던지면 폴로워를 새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사진은 한국형 트위터 팅폴)> |
◆재보선이 발등의 불, 그러나 눈길은 '큰 이슈'에
이에 대해 의외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임종인 전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나(안산 상록을) 18대 총선에서 고배를 들었다. 현직에 있을 때에도 선수로 보나 정치지향으로 보나 당의 중심부를 차지하는 정치인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임 전 의원의 속성과 다른 면을 들어, 오히려 트위터형 정치에 그가 깊숙하게 빠진 게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해석도 있다. 초선의 힘없는 의원이었지만 그는 중앙 정가의 이슈에는 항상 관심을 끊지 않아 왔다. 오히려 거물 정치인들도 놓치거나 외면하는 주제에 대해서 더 집요하고 곧이곧대로 집중해 이슈화하는 데엔 더 낫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임 전 의원은 한미 FTA 문제에 있어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맞선 몇 안 되는 구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국가보안법 문제와 이라크 파병 등 거대담론에서도 상당한 구 열린우리당 의원보다 진보적인 색깔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고, 양심적 병역 거부나 다목적 헬기 사업 등 '성역'에 다름없는 문제에도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청와대에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여당이던 구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초청했을 때에도 돌발 질문으로 노 전 대통령을 곤욕스럽게 만든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요컨대 이슈가 있는 곳이면 항상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슈를 만드는 메이커 역을 즐기기도 하는 정치인이었던 셈이다. 살아있는 정치판 트위터가 트위터에 빠진 게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트위터를 정치에 이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여의도식 정통정치 방식과 다른 트위터식 정치에 대한 꿈을 여전히 못 버린 것이다.
◆"세력 없어도 이슈만 좋으면 다시 뜬다", 새 정치적 트위터(진보신당) 개척 승부수
물론 그런 행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지역구 민심 관리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그를 막판에 좌절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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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는 이번 재보선이 이미 한나라당 몰아주기론이나 뉴타운론, 친박 동정론 등으로 점철됐던 18대 총선과는 다른 구도라는 데 오히려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물줄기가 이미 달라져 당 대 당 구도도 넘어서 진보 대 보수 구도로 치러질 것이 유력하다는 게 임 전 의원 진영의 계산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고 김대중 대통령 국장을 지내면서 결집된 동력에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 검증 국면과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에 이미 일정 부분 기운 부동표만 흡수해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것.
민주당의 지원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점은 물론 그의 가장 큰 약점이다. 제 1 야당인 민주당 방패를 사용하지 않고 재보선 티켓을 잡는 건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당으로서는 구 열린우리당을 박차고 나갔던 그의 행보에 대해 아직도 서운하게 평가하는 기류가 일정 부분 있다. 대부분의 구 열린우리당 탈당자가 제3지대 신당론 등을 거쳐 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던 것과 달리 '진성 탈당'으로까지 불리는 이후 행보를 당에 있던 시절의 각종 정치행보와 겹쳐 보면서 '같이 가기 어렵다'는 식의 우려를 하는 것.
그러나 이런 민주당과의 거리감을 임 전 의원은 "경선 과정에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조건을 수용하고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정책'을 내놓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행보는 정치를 유권자에 대한 말걸기로 보는 행태로, 세력 기반(정당)이 꼭 필요하다는 고정관념과는 배치된다.
오히려 이런 그에게 열광한 새 정치적 '트위터'는 옛 친정 민주당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나타났다. 진보신당과 민노당이 그들. 이들은 임 전 의원의 정치적 비전과 진보연합론이 필요한 정치적 상황에 공감, 무소속인 임 전 의원에게 지원역량을 몰아줄 태세다.
언제든 어젠다를 설정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소통을 계속해야 한다는 임종인식 정치가 뒤늦게 효과를 거두기 시작한 셈이다. 임 전 의원측은 이제 진보연합을 이뤄 반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자평하는 편이다.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큰 형답게 협력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입지가 개선된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으로서는 이미 임 전 의원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 태도가많이 부드러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은 11일 아침 라디오 방송을 통해 경기도 안상 상록을 재선거에 관해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나 모든 후보를 단일화 해서 한나라당의 일방독주에 맞서 승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미 무소속으로 나갈 예정인 임종인 전 의원이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응했다"고 밝혔다. 단일화 과정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라도, 여의치 않으면 임종인 호에 양보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공식적 견해를 나타난 셈이다.
이는 이미 임 전 의원의 입지가 '돌아올 것으로 기대되는 탕아'에서 집 밖에서 이미 '일가를 이룬' 정치인으로 변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수다꾼'에겐 본선보다 예선이 더 어렵다? 해결 과정에 촉각
하지만 임 전 의원에게도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지지한다고는 하지만, 김영환 전 의원, 김재목 예비후보 등 걸출한 민주당 공천 희망자를 누르고 자신쪽으로 단일화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서도 당선 이후 잠재군 우군이되 쉽지 않은 무소속 의원을 키우는 데 끝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경 총장의 발언이 나온 11일에도 당 일각에서 안희정 전략공천론의 새롭고 강력한 버전인 '김근태 전 복지부 장관 전략공천론'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인 점은 그런 부담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고비를 넘기면 오히려 임 전 의원의 트위터식 정치 덕에 정권심판론의 짐을 진 한나라당 후보와의 경쟁은 쉬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임 전 의원의 경우를 대선 본선만 열심히 준비하다가 당시 민노당 내 공천 고비에서 걸려 대선엔 명함도 못 내밀었던, 그러나 아직 영향력이 큰 노회찬 전 의원(진보신당 대표)을 연상하기도 한다.
또 그의 어젠다 설정 능력에 이제 '실체'를 체워야 한다는 숙제도 남는다. 17대 국회에서 그가 내세운 각종 말 중에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둔 것이 대중들에겐 많이 기억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실제로 18대 국회에 재입성해서도 현실 정치와 불화하는 모습만 보여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시끄러운 정치인과 시끄럽기만 한 정치인의 기로에 선 셈이다. 불타올랐다가 곧 새로운 이슈로 넘어가는 게 순식간인 트위터 세계처럼, 임 전 의원도 순식간에 논외로 밀려날 수도 있다. 임 전 의원의 트위터식 정치실험이 10월 재보선 성공으로 귀결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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