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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의 적, 암(癌)

경제통 여럿 발목 잡아…이성규 발탁 국면서 재조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9.10 12:52:20
[프라임경제] 영화배우 고 장진영 씨가 암으로 최근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암은 비단 은막의 스타들에게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전문가들의 사인으로 심심찮게 암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책임지거나 혹은 그 파수견 역할을 한다는 무게감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일까. 걸출한 경제통 중에도 각종 암으로 별세한 이가 적지 않다. 

◆'쓰루' 김학렬 전 경제부총리, 일 욕심과 완벽주의가 암 키워

바짝 마르고 꼿꼿한 생김으로 인해 학(일본어로는 쓰루)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김학렬 전 경제부총리는 박정희 정부의 경제사령관으로 오늘날의 경제 기초를 다진 인물.

광복 후 고등고시 행정과 1회로 관직사회에 입문한 이래 1963년부터 상공부 차관, 재무장관, 경제기획원장관 등을 거쳐 72년 별세할 때까지 영원한 '영감'으로 경제관료들 위에 군림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포항제철 건설에 집착, 마침내 그 목표를 달성한 것을 생전 큰 자랑으로 삼았던 그는 결국 과로로 인해 건강이 나빠졌고 결국 췌장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은행계 인사 중에는 2007년 별세한 강권석 전 기업은행장이 편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별세 직전 기업은행 사내 전산망에 직원들에게 쓰는 편지를 올렸을 정도로 회사 사랑이 남달랐던 고인은 "적극적인 사고를 가지면 생과 사를 극복할 수 있다"고 오히려 뒤에 남은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평소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CEO로 높게 평가받던 그이지만, 중소기업 금융을 책임진다는 기업은행 수장으로서의 사명감은 그가 건강을 돌볼 틈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비리 캐던 불독 의원, 한국경제 구조조정 선장도 암 앞에서는 '무릎'

제정구 전 의원은 빈민운동의 대부로 일컬어졌고, 의원으로 일하던 15대 국회 당시 친일파 재산 환수에 관한 문제에도 깊이 관여한 바 있다.

그러나 고인은 국정감사에서 '동아건설 비자금 문제'를 깊게 파헤쳐 해당 기업을 곤란하게 하는 등 경제 감시견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담배를 즐기던 고인은 폐암으로 세상을 떠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금도 그의 영향을 받은 많은 진보 사회인사, 정치인들이 '제정구의 아이들'이라고 불리고 있다.

우리 나라가 국가 부도 상황으로 내몰렸던 1997년 외환위기 국면에서 한국경제 회생을 위해 골몰하던 이 중에도 암으로 세상을 등진 이가 있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 겸 5대그룹 사업구조조정(빅딜) 추진위원장을 지낸 오호근 라자드아시아 상임고문은 2006년 폐암으로 별세했다.

오 전 위원장의 대표적 작품으로 꼽히는 현대·LG반도체'‘빅딜'과 부실기업 '워크아웃'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경기고와 미국 페이스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고인은 평생 일복이 따랐다.

한편, 기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오 전 위원장과 함께 일하던 '미스터 워크아웃' 이성규 전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간암을 이긴 특이한 케이스다.

당시 과로로 건강을 헤쳤던 그는 이후 병을 이겨내고 국민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거쳐 이번에 민간 배드뱅크 사장에 내정됐다. 민간 배드뱅크는 은행 부실 정리를 통한 한국경제의 펀더먼털 증진이라는 점에서 어느 경제 구상 못지 않은 중임이라는 분석이다. 역대 경제 전문가들처럼 건강을 잃어 소탐대실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따르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 번 암과의 한 판 승부를 벌였던 이 내정자가 은행 부실 정리라는 중임과 건강 관리를 양립시켜 나갈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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