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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C제일은행 고위 인사가 최근 사내 직원들을 상대로 한 행사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SC제일은행 김영일 부행장은 지난 16일 치러진 자사 행사 연설에서 직원들을 집에서 기르는 가축 취급해 논란을 불렀다.
제일은행 직원들은 2분기 실적저하 때문에 직·간접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김 부행장의 이날 발언은 직원들에게 예민하게 받아들여졌다. 더군다나 제일은행은 노조와 임원진 간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평가가 여러 번 나온 터라 이번 발언은 경솔한 실수나 잘못된 비유라기보다는 노사 간의 협력이나 기업문화의 주춧돌 자체가 잘못 깔렸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소매금융을 맡고 있는 김 부행장은 이달 상순 모지역서 가진 타운 홀미팅 자리에서 직원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발언 중에 ‘개’를 비유 대상으로 들어, 듣기에 따라서는 직원들이 상당한 모욕감을 느낄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행장은 “주인이 달구지를 타고 갈 때 개가 앞장서 가면 경치 구경도 하고 좋을 텐데, 뒤쳐져서 끌려가면 목만 아프고 피곤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비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말을 물가에 끌고 가도 물을 강제로 먹게 할 수는 없다는 류의 비유로, 자발성이 없으면 강제로 어떤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발언으로 읽힌다. 직원들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영업 활동을 바라는 주문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타운홀미팅에 참석한 임직원들의 심기는 김 부행장의 발언에 상당한 불쾌감을 가졌던 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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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은행은 외국계금융기업에 인수된 후 노사관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사진은 부적절 발언으로 최근 도마에 오른 김영일 부행장> |
◆수시로 ‘직원 비하’
SC제일은행의 임원과 직원 간의 마찰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10월에는 메튜 장 당시 상무가 워크숍에서의 경솔한 발언으로 경질된 바 있다. ‘여성 비하 발언’ 논란을 낳았던 것이다.
장 전 상무는 3개 영업본부가 참석한 프로모션 워크숍에서 “3개 본부의 실적을 걸고 내기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여장 퍼포먼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여성 비하 발언 논란이 발생했고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결국 경질에 이르렀다.
SC제일은행의 필메리디스 전임 행장이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으로 교체된 것도, 그동안 노조와의 마찰을 빚으면서도 그룹과 독립된 경영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도 있다. SC제일은행 노조는 외국인 임원들이 계속 파견돼 오면서 직원 동화가 어렵자는 점과 실적 압박이 강하게 제기되는 형편에 불만을 표하면서 당시 150일 넘게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실적불안 초조하면 직원 몰아붙인다?
이렇게 번번이 SC제일은행의 직원 비하 발언이 나오면서 실적에 대한 초조함이 표출되는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장 전 상무의 발언과 필메리디스 전 행장의 경질까지 몰고 온 노사 간 갈등이 일어난 2007년 실적을 보면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SC제일은행의 2007월 6월말 집계에 따르면 총수신은 31조5375억원으로 2006년 동기대비 9조6874억원 감소했다. 직원 1인당 생산성도 원화 예수금의 경우 2006년 6월 83억원에 비해 2007년 6월에는 74억원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터에 실적 독려에 대한 압박감이 직원들에 대한 실적 압박과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표출됐고, 이것이 직원들의 강한 반발과 노사 마찰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년 김 부행장 ‘개’ 발언 역시 2007년 실적 악화 상황과 유사한 구도로 풀이된다. SC제일은행이 14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480억원을 기록, 급격히 위축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은행권 전반이 실적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분기 2111억원에 비해 1631억원이나 급감한 것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산총계 역시 지난 1분기 79조1274억원에서 2분기 74조2286억원으로 4조8988억원 감소했다. 건전성에서는 소폭 개선이 이뤄졌지만(BIS 자기자본비율은 전년 동기 11.25%에서 12.20%로 상승) 이 같은 성과가 달가울 리는 없다.
에드워즈 행장이 “기업금융 분야에서 강력한 모멘텀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소매금융은 향후 성장을 위해 견고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면서 소매 부문의 부진을 에두른 표현으로, 그러나 굳이 지목한 것도 소매금융 담당 부행장에게는 큰 압박감으로 작용한 요인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적 부진 등의 원인이 있을 때마다 이처럼 직원을 비하하는 발언이나 마찰이 부각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김 부행장 발언은 SC제일은행 측에 큰 짐을 지우게 될 전망이다. 제일은행 직원들이 외환위기 이후의 직원 대량 해고, HSBC로의 매각 추진설 등 매고비마다 상처를 받아온 만큼, 매번 직원들을 ‘부리는 도구’로 인식하는 고위층의 분위기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요원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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