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금융이 10일 실적을 발표함으로써, 주요 은행권의 상반기 실적 발표가 끝났다.
KB국민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869억원, 우리은행이 3388억원, 신한은행이 2757억원, 외환은행이 1634억원대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347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뉴욕발 금융위기로 우리은행이 고전하는 등 은행들이 마이너스 실적으로 지난해와 금년초 고전한 것과 비교하면 서프라이즈 수준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현대건설 주식 블록세일 안 했으면? 금융권 실적 아찔할 뻔
이같은 이익은 그러나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화려한 당기순이익이 실상을 들여다 보면 영업개선보다는 주로 보유주식 등을 내다팔아 이익을 거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현대건설 주식과 KB생명 지분을 매각해 1369억원을 충당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키코 충당금 1887억원이 2분기에 돌아왔으나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통산하면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선전한 신한은행도 현대건설 주식을 팔아 404억원의 차익을 거둔 바 있다. 외환은행도 1369억원, 우리은행도 현대건설 주식을 팔아 1808억원의 이익을 냈다.
결국 7대 채권은행들이 현대건설 주식 매각의 특별이익을 보지 않았다면 이번 2분기, 더 나아가 상반기 실적은 상당 부분 축소될 수 밖에 없다.
◆1% 이하 부실채권 정리 발등의 불 떨어졌다
이같은 상반기 실적은 결국 하반기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3분기 이후에는 그간 위축됐던 은행 이자수익 등을 늘려야 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NIM(순이자마진)을 늘리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가 싼 자금을 조달해 이자를 높게 매겨야 하지만 시중자금은 부동화 경향이 크게 늘고 있다.
올 6월 단기자금 증가율은 7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현금성 통화인 협의통화(M1·평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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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자금을 잡아라! 시중은행들은 저리 자금을 끌어들여 예대마진을 늘려야 할 과제를 안고 있지만, 현재 자금시장은 부동자금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M1은 부동자금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한국은행 등은 저금리 기조 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요구불예금 등 단기금융상품에 몰리면서 M1 증가율이 치솟은 것으로 분석했다.
M1에 2년 미만 예적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합한 광의통화(M2·평잔) 증가율은 9.6%로 13개월째 하락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은행들이 해외에서 단기 자금을 끌어다가 이를 대출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단기자금의 급격한 이탈 가능성 때문에 자칫 은행은 물론 외환위기 때와 같이 우리 금융 전반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원하는 당국의 의중을 반영,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신규대출 이율을 상향 조정하고 있고, 외국계 은행들 역시 당국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 자제 요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싼 자금을 조달해 비싼 이율을 추구하는 순이자 상향 조정은 출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은행권은 연말까지 부실채권을 정리하라는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다. 이번 실적발표마다 각 은행은 기업과 가계 대출 연체율이 개선됐다고 주장했지만, 금융 당국이 부실채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보다 냉정하다.
우리은행이 1.77%, 하나은행이 1.72%, 신한은행이 1.59%, KB국민은행이 1.34% 등 사실상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연말까지 군살빼기에 돌입해야 한다. 민간 배드뱅크가 본격 출범한다고 해도, 이 부실채권 정리 부담이 만만찮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번에 우리금융이 실적 발표를 엿새 늦춘 데 대해서도 부실채권 정리로 인한 타격 가능성을 원인으로 추측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을 정도로, 부실채권 털어내기는 힘겨운 숙제가 될 전망이다.
◆비이자수익 놓고 이전투구 불가피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이 NIM의 반등 가능성 등 희망적인 지표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상반기를 주도한 비이자수익에 한층 치열한 격전이 치러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하나은행이 김정태 행장의 지도 아래 방카슈랑스, 펀드 판매 등의 비이자수익에 눈길을 돌리고 있고, KB국민은행은 이미 임원 워크숍에서 하반기 경영 목표를 비이자부문 수익 확대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비비이자수익 중 특히 퇴직연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이자수익을 추진할 각 지주 계열사간의 시너지 효과로 울고 웃는 은행들이 갈릴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은행들이 비이자수익을 중심으로 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 경쟁은 외형적인 규모보다는 장기 레이스를 이어갈 체력과 부동자금을 은행 금고로 끌어들일 영업력의 진검승부이 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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