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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도 '고객 낚시질' 구설수

무리한 상품설계로 고객유치, 혜택축소나 판매 중단하면 끝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8.05 17:18:39
[프라임경제] 예금, 카드 등 금융상품들이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본시장통합법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각종 결합상품과 아이디어 상품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경우나, 지점망이 많지 않아 이용이 불편한 경우 등에서 각종 부가 혜택이나 차격적인 조건을 통해 눈길을 끌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획기적으로 고객을 유인했다가 당국의 제재를 받거나, 조건을 지속적으로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스스로 혜택을 축소하는 경우도 많아 빈축을 사고 있다.

설계 당시부터 미리 무리한 조건이라는 점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고객을 끌어당기기 위해 피싱(낚시성)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SC제일은행, 50만좌 유치 후 슬그머니 혜택 축소

SC제일은행은 최근 '두드림통장'의 혜택을 대폭 줄이고 나섰다. 한때 금리가 높아 부동산업소들이 전세를 놓은 집주인들에게 "제일은행에 가서 이 통장을 만들고 돈을 넣어 두라"고 권했다는 전설 아닌 전설까지 낳은 상품이다.

하지만 SC제일은행은 3일부터 '두드림통장'의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낮춘다고 밝히고 나섰다. 그간 두드림통장은 첫 예금 후 30일까지는 연 0.1%, 31일 이후에는 연 4.1%의 금리를 제공했으나(한때는 5%대 고이율을 주기도 했으나 4%대로 조정된 것임) 이제 첫 예금 후 30일까지는 연 0.01%, 31일 이후에는 연

   
   
3.6%가 적용된다. 

이 상품은 수시입출금식 상품으로서는 경이적인 이율 때문에 큰 인기를 모아 왔다. 더욱이 타은행 ATM기에서도 인출시 수수료 무료 기능을 얹어 인기를 더 했다. 즉 두드림통장이 판매 14개월 만에 잔고 5조원을 돌파하고, 50만좌를 넘기는 등 영업망이 4대 금융지주 산하 은행들보다는 확연히 협소한 제일은행에 효자 상품으로 기여하는 데에는 인출수수료 무료 조치와 함께, 고금리라는 요인이 작용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SC제일은행측은 이번에 금리를 조정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 상품은 '변동금리 상품'이라 금리를 조정해도 논리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최근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역마진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더라도, 기존에 높은 이윤으로 유인된 고객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들이다. 애초에 끝내 유지할 수 있는 금리가 아니었던 것을 상품 설계 단계부터 SC제일은행측도 알았던 게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잡힌 고기에게는 미끼를 더 이상 주지 않는 게 냉정한 상거래의 법칙이라지만, 낚시를 시작했다가 낚싯대를 거둬들이면서 충분한 설명과 사과를 하지 않는 대목은 국제금융그룹 산하 기관답지 않은 상도의라는 주장이다.

◆하나은행은 카드 설계에 각종 무리수 연발

하나은행의 경우에는 은행계 카드인 카드를 설계할 때 무리수를 종종 둬 눈길을 끈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 산하에는 카드사가 따로 없는데(금년 10월 분사 추진이 있기는 함), 현재까지는 은행 판촉망에 기대어 영업을 해 온 '군소 카드'였다.

   
  <사진=하나은행 본사>  
이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금융지주에서는 하나은행 카드에 각종 아이디어를 부여하는 데 열을 올려 왔다.

하지만 종종 과당 경쟁을 부추기는 등 상거래 질서 저해를 미필적 고의로 어기는 상품을 내놓거나, 도서정찰제 등 기본적인 문제를 어기는 상품 구성을 설계하는 등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교통비 할인을 지나치게 해 '출혈 판매' 논란은 물론 과당 경쟁 촉발이라는 아우성을 카드업계로부터 산 '마이웨이 카드'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이 카드는 결국 지난해 출시 8주만에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어서 하나은행이 온라인서점 YES24와 제휴해 발행한 '예스24 마니아카드'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금융계에 도서유통업계에 따르면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 운영위원회는 하나은행과 예스24가 함께 내놓은 '예스24 마니아카드'에 대해 발급 중단을 권고하고 예스24를 영등포구청에 고발했다.

위원회는 예스24 마니아카드가 신간 할인범위인 19% 할인 외에 추가로 20%를 더 할인해주고 있어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위배된다는 것.

하지만 이처럼 과당 경쟁이나 제도 위반 논란은 하나은행측이 설계 당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피할 수도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결국 특이하고 풍성한 혜택에 혹해 금융상품을 사는 고객도 문제지만, 끝내 유지될 수 없는 고부가 혜택임을 인식하면서도 혹은 제도나 상도의와 충돌, 논란이 불가피한 상품임에도 설계 단계에서 거르지 않고 내놓는 것은 금융기관 스스로가 지양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일단 고객 유치를 어느 정도 하면 끝"이라는 인식을 금융기관들이 끝끝내 가져가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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