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이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행장 부임 후 자신의 이니셜인 JT를 Joy Together로 풀이할 정도로, 김 행장은 실적 압박 대신 일을 즐기면 직급과 실적 성과는 따라온다는 지론을 펴 왔다.
그러나 최근 김 행장은 실적 개선에 목마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적이 나빠 승진 인사를 단행할 수 없다며 직원들을 독려하거나, "하반기 증시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증권 판매를 증대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제시하기도 했다. 은행 이자로 수익을 개선하기 어려운 만큼 방카슈랑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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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안전 드라이브했지만 NIM과 부실채권 허점 '발목'
하나은행의 상반기 실적 집계 결과는 이번에 다른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고민하듯 수익성 창출에 실속이 없다는 것. 특히 순이자마진(NIM)은 주요 은행 중 가장 저조한 수준이라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국민은행의 2분기 NIM은 2.16%로, 지난 1분기보다 0.54%가 하락했다. 신한은행 2분기 NIM도 2.77%로 1분기보다는 0.12% 떨어졌다. 하나은행은 1분기와 2분기를 비교하면 1.6%에서 0.17%로 하락해 1.43%를 기록했다. 기업은행 역시 2.37%에서 2.34%로 하락했다. 지난 1분기에 비해 0.03% 하락했다.
물론 하나은행의 NIM 개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의 비율)을 상시적으로 90%선으로 유지하는 등 자금 관리 사정은 여유가 있는 편으로 알려져 왔다. 예대율은 시중은행이 대출자금 부족으로 높은 금리로 자금을 차입해 영업을 할 가능성을 가늠할 지표이기 때문에 예대율을 잘 관리하는 은행은 수익성 개선 여지도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이처럼 NIM이 크게 저조한 수준을 보이는 데다, 부실채권 비율도 높은 편이다. 부실채권 비율(%)은 국민은행은 1.34, 신한은행의 비율은 1.59이나 하나은행(1.72%)은 이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 같은 NIM이나 부실채권 지표는 기업은행이나 우리은행 등 국책은행이나 공적자금을 받는 은행들이 중기 대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하나은행이 중기 대출을 미리부터 관리해 온 것을 감안하면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결국 하나은행은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 후에 은행들의 과열 대출경쟁이 재연될 경우 더 취약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부실채권을 1%대로 맞추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더 빨리 악화가능성을 겪을 여지도 없지 않다.
따라서 하나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NIM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그간 고금리 영업을 통해 유치했던 예금을 저금리 자본으로 리볼빙하는 과정에 다른 은행보다 더욱 열을 올려야 한다. 하나은행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자본 조달뿐만 아니라 대출을 늘리는 과정에서도 수익성을 더 따져 봐야 한다. 김 행장이 어느 인터뷰에서 "영업을 강화하라고 했더니 직원들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이는 은행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일갈한 것은 단순히 대출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는 대출을 할 자본을 만들고 대출을 집행하는 과정에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을 어느 은행보다 더 세심히 따져야 하는 위기감을 방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개인금융 BU, 카드사 분사 매듭에 리테일로 지주 수익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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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매트릭스 체제는 2년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김정태 개인금융BU장 등의 고심이 줄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을지로 하나금융/하나은행 본점> |
개인금융 BU가 하나금융지주의 수익성을 모두 도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반기 실적 강화를 실질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넘을 산이 많다.
하나금융이 실적 강화를 위해 주목하는 부분은 투자은행(IB) 영역과 리테일 부분. 하지만 상반기에 하나금융은 IB(투자은행)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임창섭 부회장이 기업금융BU장을 맡고 있지만, 하나은행의 기업영업 그룹과 하나대투증권의 투자은행 부문을 결합한 이 영역은 최근 중견기업 영업 부문을 개인금융 BU와 주고 받는 등 기업금융 부문 전반의 재편성을 겪는 중이라 출력을 최고조로 높이는 데에도 시간 소모가 없을 수 없다.
과제는 또 있다. 개인금융 BU 내에서 하나은행의 카드 부문이 카드사로 독립하게 되는 이벤트가 10월초 단행된다. 하나카드는 분사하더라도 개인금융 BU에 남게 된다. 비이자부문 수익 창출면에서 방카슈랑스, 펀드 등에 못지 않게 기대를 높일 수 있는 카드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도 김 행장이 챙겨야 할 문제다.
SK그룹과의 투자 협상을 완전하게 매듭지어야 할 뿐더러, SK그룹에서 참여 주체로 주로 언급되는 SKT와의 협력이 실절적으로 별다른 효과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이미 많은 통신사들과 은행, 카드간 협력 상품이 개발돼 있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소 카드사인 하나카드가 분사 후 빠른 시간 내에 비중을 높이지 않으면 새 강자로 자리를 매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자칫 잘못하다간 신한금융지주에 톡톡히 기여하는 신한카드 같은 효자 모델이 되기는 커녕 애물단지로 전락할 여지도 존재한다.
이런 거시적 문제 외에도 카드사가 분사하게 되는 경우 조달금리는 은행계 카드로 있는 지금보다 한층 불리해지게 되는 등 미시적 숙제도 남아 있다.
◆영업통 특유의 밀어붙이기에 직원들 잘 따라줄지 관건
결국 하나은행장으로서의 역할과 금융지주의 개인금융 BU 전반도 따져야 하는 김 행장으로서는 영업 강화를 외칠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다.
하지만 그가 영업통으로 활동하던 시대와 시간적 차이가 있다는 게 우려 요인이다. 신한은행 시절이나 하나은행 창립 멤버로 합류한 이래 일선 은행의 지역 영업을 챙기던 시절이나 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수익을 대폭 내던 시절과는 경기흐름이나 업무 패턴이 한층 어렵고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영업을 강조하면서 즐겁고 소통이 잘 되는 조직 문화를 독려하다가 강경한 몰아세우기로 선회한 점을 직원들이 어떻게 수용할지도 과제다.
지난해 여름만 해도 영업 조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영업통을 중심으로 대거 승진인사를 단행하고 '즐겁게 함께'를 강조하던 데서 승진 동결, 은행장 사퇴 배수진 등으로 분위기 급선회를 한 점은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기 때문.
실제로 키코 손실을 낸 윤교중 전 부회장이 기업금융 BU장에서 하루 아침에 밀려나게 만든 '실적' 평가를 경험한 직원들로서는 현재의 상황과 김 행장의 변신을 이해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승진 동결 등에 대한 불만이 노조 게시판 등으로 표출된 바도 있는 만큼, 직원들을 어떻게 조련해 김 행장이 은행과 개인금융 BU에서 '전설'을 이어가는 위업을 달성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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