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하나은행 '인사 동결 선언',찻잔속 태풍 불과?

이미 작년 대규모 인사,승진할 사람은 이미 다했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7.01 16:56:59

[프라임경제] 김정태 하나은행장<사진>의 '3분기 조례 선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3분기 시작을 여는 1일, 김 행장은 서울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조례를 통해 '승진 동결'과 '영업 강화'를 선언했다.

이는 이미 지난 달부터 나돌던 승진 인원 동결을 확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장점유율 개선 없이는 승진 없다"

김 행장은 이날 "순이자마진(NIM) 및 연체비율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현상황을 분석했다. 아울러 "조달, 운용, 주요 영업지표의 시장점유율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이런 부진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면서 "영업력 회복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하반기 정기인사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이어서 "이렇게 부진한 실적으로는 승진을 실시할 수도 없다"며 인사 동결의 배경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행원들에게 충격을 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태 행장, 이미 작년에 대규모 승진 '질렀다'

하지만 이런 충격적인 선언은 '액면가'만큼의 실질적 압박으로 작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풀이를 낳고 있다.

하나은행은 2008년 7월,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어 이같은 선언이 따로 없었어도 금년도에는 승진폭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수 밖에 없는 상황.

2008년 여름 인사는 하나은행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부·점장급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인사는 더욱이 김 행장 취임 후 첫 정기인사로, '신임 행장 스타일 과시'라는 목적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실제로 영업력을 중시하는 김 행장의 인재관에 따라 영업 우수인력들을 대거 전진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나은행은 당시 본점 부장 및 지점장 인사에서 간부직원 100여명이 지점장급으로 승진시켰다.

더욱이 김 행장이 일선에서 일할 때 동고동락한 '노병'들도 (한 자릿수 인원이기는 하지만) 후선에서 지점장으로 복귀하는 등 특이사항도 있었던 인사였다.

'전횡'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사기진작용'과 '스타일 과시'로는 충분했던 인사였던 셈이다. 더욱이 2008년 여름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경제 악화의 초기 국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인사 규모는 산술적 숫자 크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키코 문책, 희망 퇴직 등 다른 은행 비하면 양호한 편

하나은행의 인사는 이후에도 다른 은행권에 비해서는 양호했던 편이다.

2009년도 1분기 대폭 적자를 빚은 키코 사태 등이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본사를 덮쳤지만, 하나은행은 일부 고위급 인사 교체와 조직 축소 개편 정도로 사태를 마무리했다.

금년 초 '희망 퇴직'을 통해 328명의 행원이 떠나긴 했으나, KB국민은행이 387명, 농협이 330명이 희망퇴직을 하는 등 금년 초 금융권 전반이 내국계 은행과 외국계 은행을 가리지 않고 희망퇴직 문제를 접한 것을 감안하면 큰 인사조치는 아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더욱이 키코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적자 상황을 겪은 후인 5월에도 부행장보급 승진 인사가 나는 등 이미 적재적소에 필요한 승진 인원은 이동이 이뤄져 왔다. 결국 이번 하반기 동결은 이래저래 선언적 효과 이상의 내실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규모 승진도, 인사 동결도 모두 '영업 강화용'? 직원들 어리둥절?

결국 하나은행의 인사 동결과 영업 강화 없이는 승진이 없다는 선언은 김 행장이 순수하게 화두를 던진 것이지만, '영업통'이라는 자신의 역량을 강조하는 한 테마로 인사 문제를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낳을 수 있다.

더욱이 지난 해 대규모 인사 당시에는 김 행장이 취임 후 직원들의 '기 살리기'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는데, 실적의 단기 악화로 조직전반에 압력을 가하는 채찍을 바로 드는 건 사기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지난 해 대규모 승진 인사를 영업 강화 명목으로 단행한 이도 김 행장이고, 이번에 인사 문제를 (사실상 큰 효과도 없이) 채찍으로 꺼내는 이도 김 행장이라는 점에서는 오히려 직원들에게 혼동을 일으키거나, 행장이 단기 전략에 급급하다는 인상도 풍길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사 문제를 당근과 채찍으로 너무 애용하는 회사 태도에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도 미약하지만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이번 하반기 인사 동결 이후, 실적 개선이 이뤄지는 경우에 하나은행이 내년도에 어떤 형태로 직원들에게 보답을 할지 눈길을 모으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