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65세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이상)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실버산업(은퇴자 등 고령인구를 상대로 하는 사업) 영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실버타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광주은행은 전라남도의 ‘은퇴자 도시’ 조성 추진 계획에 즈음에 MOU(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금융공익재단은 ‘하나케어센터’를 개원해 실버타운 운영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아직 롤모델이 다양하게 정립돼 있지 않은 데다, 금융기관이나 산하기관 역시 사업 추진에 자신을 갖지 못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은퇴자 도시 MOU, 하나케어센터 건립
광주은행은 전남도의 휴양레저형 은퇴자 도시 조성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전남도는 지난 5월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은퇴자도시 조성사업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은퇴자도시 투자유치 실현을 위해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연기금 공제회, 금융기관, 부동산 디벨로퍼, 건설회사 등이 참석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광주은행은 이미 작년 9월2일 ‘전남도·광주은행 지역개발 투자지원 업무협약 체결식’을 가지고, 전남도가 추진하는 각종 지역개발 사업 및 투자유치 사업에 대해 마케팅·컨설팅·금융 부분에 협력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전남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 등 지역개발 사업과 산업단지 조성 및 입주기업 유치, 은퇴자도시, 행복마을 조성 등에 광주은행이 적극 협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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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남도와 광주은행 업무 협약식(2008년 9월 2일)> |
전남도는 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될 경우 투자기업에 대해 각종 세제 혜택(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소득세, 법인세 50% 감면)과 부담금 감면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장기 저리융자 등 금융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 금융기관의 협조가 필수 요소다. 충분한 사업성을 보장하고 리스크는 최소화하기 위해 전남개발공사 참여와 토지매입 및 신속한 인허가 등을 약속했다.
이 와중에 광주은행은 은퇴자도시 마케팅, 투자유치, 컨설팅, 금융 부분에 협력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투자설명회 개최 등 마케팅 분야, 사업 타당성 검토를 비롯한 금융 컨설팅 분야, 기업 투자·융자지원, 은퇴자를 위한 금융상품 개발 등 토탈 금융서비스 분야 등이 광주은행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금융공익재단 역시 하나케어센터를 개원, 은퇴자·고령자 요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6년 재단이 출범한 이래 2007년부터 하나케어센터 설립에 착수(당시 가칭은 하나 실버카운티)해 2009년 4월 경기도 남양주에 3층 규모의 센터를 개원하기에 이르렀다.
하나금융은 고령층의 급속한 증가로 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부족이 사회적 부담으로 대두되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 아울러 고려대학교 간호대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 산학 협동 모델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남양주 하나케어센터에서는 최신형 장비를 사용한 물리·재활 치료를 제공한다. 아울러 간호사 등 의료인력 1인당 환자수를 최소화하는 등 전문화된 맙춤 서비스 제공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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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자리 잡는 중
하지만 이 같은 사업은 당초의 큰 밑그림에 비해 실행 단계에서는 주저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광주은행은 일단 은퇴자 도시 관련 참여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아직 선언적인 내용에 불과하다”라고 현상황을 해석했다. 광주은행이 전남도와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은퇴자 도시 사업에 참여 방침을 확인했지만, 자세한 사항은 단언하기 이르다는 것. 7월26일 투자설명회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 실제 추진 과정에서 광주은행이 금융지원 역할에서 발을 빼게 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인 이번 은퇴자 도시에서 필수적으로 거론되어야 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동산 PF 등은 독자적으로 하기보다는 다른 금융기관과 같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이 사업의 아직 주도적인 참여 의사가 은행 내부에서 확고하지 않음을 방증했다.
이 같은 상황은 광주은행의 부동산 관련 PF 관리가 엄격한 관리 패턴과도 무관하지 않다. 2008년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광주은행은 PF 연체율이 다른 은행에 비해 크게 낮은 편으로 알려졌다. 이는 건설업체에 대한 리스크관리를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상반기 PF대출 잔액 6,717억원 중 60% 이상을 수도권 등 우량 건설업체에 집중시키고 있다.
광주은행은 지주사인 우리금융이 예보 자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자산관리 등에서 보수적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중점 투자 사업이기는 하지만, 위험 부담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광주은행이 실제 추진의사에 비해 관련기관 명단에 성급하게 이름을 올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나케어센터의 경우도 아직 뿌리를 완전히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나케어센터는 푸르니어린이집과 함께 하나금융공익재단이 10년 안에 노인요양시설 20곳·영유아 보육시설 10곳을 건립해 운용한다는 계획의 ‘시발점’에 해당하는 첫 작품이다.
하지만 하나케어센터의 경우 공익사업(노인복지)과 고급화된 시설 운영이라는 양측면 사이에서 아직 정확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입소 가격이 다른 시설에 비해 가격 메리트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공익재단 관계자는 “시설투자비가 높고 컨디션이 다른 데보다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재단 전입금도 많은 편이라 시설 대비 가격 만족도 면에서 공익적 측면의 가격 보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인실 위주인 다른 시설에 대비, 1인실과 2인실(2인실 비율이 전체시설의 2/3)을 대부분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 하나금융공익재단 측 설명. 양질의 시설과 의료 서비스 제공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를 추구하다가 ‘노인복지’ 차원에서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축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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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하나금융공익재단이 하나케어센터를 개원하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
현재의 고급화 추진은 2006년 무렵 하나금융에서 처음 실버타운 관련 사업을 구상할 때, 전국의 유휴 러브호텔을 저렴하게 사들여 쓰겠다는 비용절감 구상과도 조금 다르다. 복지 차원에서 치매노인 등 병약한 노인을 우선 실비 차원에서 입주시키겠다는 구상에서 양질을추구하는 노인 요양 시설로 주안점이 조금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복지 차원의 시설 운영에서 고급화된 시설로 초점 이동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는 것.
더욱이 지난 4월 개원한 하나케어센터의 현재 수용률은 약 1/4 수준. 현재 93명까지 수용 가능한 인원 중 실제로 입주한 인원은 25명선이다. 현재의 운영 방침이 다른 실버타운이나 케어센터(요양시설)에 비해 확실하게 소비자에게 어필하거나 역할모델을 굳히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일부 금융기관 및 산하기관들이 은퇴자 관련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비해 확실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좌충우돌행보마저 보이는 점은 고령화 사회로 이미 접어든 상황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기관 스스로 실버 관련 영역이 부동산 PF 등 일반 금융시장과 다른 장기적 투자모델이라는 특수성을 인지하고 추진하는 사업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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